디플레이션과 투자전략

통화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돈을 뿌렸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만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는 정부정책의 프레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재정정책’이 동원되고 있어서다. 투자전략도 바꿔야 한다. 글로벌 증시 부진에도 양호한 주가수익률을 기록 중인 이스라엘 증시에서 강세를 띠는 기업의 특징을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다.

▲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띠는 지금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확장적 통화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를 중심으로 많은 돈을 뿌렸다. 하지만 ‘3차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금가격은 온스당 1220달러 연간 고점 대비 마이너스 12%까지 하락했다. 이는 ‘1차 양적완화’ 종료 직후인 2010년 5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2.28%로 ‘2차 양적완화’ 시작 직전인 2010년 10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한계론이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는 확장적 통화정책 종료 국면에서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의 드라기 총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소비와 투자에 금리라는 변수를 통해 소비ㆍ투자ㆍ정부지출ㆍ순수출 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재정정책은 정부지출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우려 확대는 투자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화정책 변화 기로에 서 있는 미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 부진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스라엘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의 특징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첫째 미국 코카콜라의 선전이다. 코카콜라의 주가는 최근 한달간 7.3%나 상승했다. 코카콜라의 특징은 제품가격이 싸고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의 증감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가 가능한 글로벌 먹거리 기업이다. 코카콜라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을 포함한 북미지역이 44%, 그 외 지역의 매출비중은 56%다. 이는 국내증시에도 대입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 총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는 음식료와 연관 유통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음식료 기업 중에는 롯데제과가 여기에 해당한다. 총 매출액 중 해외비중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2010년 롯데제과의 해외매출 비중은 5.4%에서 2013년 11.5%로 성장했다. 또한 음식료 유통기업인 현대그린푸드의 해외매출 비중은 2011년 0.5%에서 지난해 3.4%로 늘어났다. 동원산업도 총 매출 중 해외비중이 70%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기업이다.

높아지는 재정정책의 필요성

둘째, 의료기기와 제약기업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양국 증시에서 공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의료기기와 처방전 없는 의약품 납품 기업인 미국의 앨러간은 최근 한달간 주가가 10.9%나 상승했다. 이스라엘의 테바(제네릭 제약회사)의 주가도 7.2%나 올랐다. 이는 의료기기ㆍ제약ㆍ바이오 등의 수요가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 등 최빈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고령화 비율)은 6.4%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2016년에는 신흥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고령화 사회의 기준인 7%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인도ㆍ중국 등과 같은 신흥국의 경우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4~5%로 미국ㆍ일본ㆍ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총 의료비 지출 가운데 정부가 부담하는 비중은 선진국의 경우 70%를 섬어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는 각각 56%, 33%에 그치고 있다.

의료비는 신흥국이 재정지출 확대에 나설 경우 지원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의료 관련 산업의 성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기기ㆍ제약ㆍ바이오 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기업들은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곳이다. 의료기기 기업에서는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79%, 73%, 62%를 기록한 아이센스ㆍ바텍ㆍ뷰웍스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약기업 중에서는 녹십자(18%)와 서흥(37%)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 매출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디플레이션과 소득 불평등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전략은 무기매출 비중이 높은 방산기업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방위산업 시스템 구축 기업인 ‘엘비트 시스템즈’의 주가가 한달간 6.3%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는 생소한 기업이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우주기업인 보잉과 우주항공ㆍ방위ㆍ안보 관련업체인 록히드마틴 등과 같은 글로벌 방산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미국 주요 군사장비에 전자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전체 매출 중 무기관련 사업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5% 달한다. 소득불평등의 심화 양상을 넓게 생각하면 국가간, 지역간의 불평등도 심화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잦아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도 연결될 수 있는 부문이다. 쉽게 말해 다 같이 잘 살거나 다 같이 어려우면 협업하거나 협심하지만 불평등이 심해지면 갈등이 심해지게 된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방산사업의 주가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불평등의 심화로 국가간의 대립과 갈등이 증가할 것이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각국의 군사비 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매출 비중 높은 기업에 관심 가져야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에는 삼성테크윈ㆍ한국항공우주ㆍ한화 등이 있다. 모두 무기 매출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에 속해있는 기업들이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총 매출액 중 무기 관련 매출 비중이 2012년 기준 76%로 삼성테크윈(43%)과 한화(15%)보다 높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디플레이션 우려 확대와 소득 불평등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투자 아이디어는 존재한다. 글로벌 증시 부진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을 국내 증시에 대입해 봐야 하는 이유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duke7594@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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