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지표상으로만 봤을 때는 수많은 다양한 기업보다 공룡 같은 대기업 하나를 육성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문제는 다양성은 있지만, 역동성과 지속성이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창의성을 다듬어 주고 완성해 줄 건강한 생태계 구성도 어렵다. 몇몇 대기업의 성패에 나라 전체가 목매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10년 후 한국의 미래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 공룡이 지배하는 사회보다는 모두가 균등하게 구성돼 있는 사회가 건강한 생태계다.[사진=뉴시스]

환경과 문화는 유사성이 매우 높은 분야다. 때문에 생태계를 비롯한 생태학의 다양한 논의와 사회적 분야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은유’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세계 생태학 전문가들이 생태학의 주요 이슈 50개를 정의한 적이 있다. 이를 사회학적 차원에서 집약한다면 생태학의 주요 이슈로는 상호관계성, 자기조절성, 구성원의 다양성,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내부 강화 지원책 등이다. 이 주제들은 생태적 관점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중 최근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던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다양성(diversity)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됐다. 다양성은 해당 생태계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다양성의 지표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검증된다.

첫째는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종(種ㆍspecies)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는 단순히 종이 많다는 것을 넘어 생태학적으로 의미 있는 종들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가다. 예를 들어 첫째의 경우는 총 10종이 있지만 1개 종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나머지 9종이 10%를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둘째는 5종뿐이 없으나 모든 종들이 20%씩 구성돼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좋은 다양성을 갖는지는 학술적으로 더 규명해야 할 분야다. 하지만 사회학적으로 본다면 첫째의 경우보다 둘째의 경우가 더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흔히 한마디로 소수의 거대 공룡이 지배하는 사회와 다양한 종들이 고루 분포돼 있는 사회를 통해 다양성을 설명한다. 전체로 봤을 때는 한두 마리 공룡이 지배하는 사회가 단기적으로 총생산량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성장’이란 관점에서 볼 때 공룡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분명하다. 최근 ‘노키아’의 핀란드와 노키아 붕괴 이후 핀란드를 비교하는 데이터가 나왔다. 노키아 이후 ‘창업’을 정책 운영에 중심으로 두었던 핀란드는 ‘앵그리 버드’ 등 많은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아직도 고용, 생산 등 총량적 지표에서는 노키아 당시만큼의 성과를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고용지수, 생산지수 모두 당시의 40%도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표상으로만 봤을 때는 수많은 다양한 기업을 창업시키는 것보다 공룡 같은 대기업 하나를 육성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역동성’과 ‘지속성’에 있다. 공룡이 지배하는 사회는 역동성이 없다. 단지 눈치만을 보면서 생존에만 급급할 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공룡은 언젠가는 멸종하게 된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창조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지역마다 창조타운을 건설하는 등 초창기의 정책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창조적 기업, 다양성을 중심으로 한 창업의 열기가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때’의 열기라는 과거형을 사용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다양성의 바탕에는 창의성이 있다. 개인의 창의성은 조금은 어설플 수 있고, 거칠 수 있다. 그래서 그 창의성을 다듬어 주고 완성시켜줄 사회적 구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바로 ‘생태계’다. 그리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특정 기업의 성패를 얘기하거나 또 바라지는 않지만 몇몇 대기업의 성패에 나라 전체가 목매어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10년 후 한국의 미래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21세기이다.
류준호 박사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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