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상권에 부는 ‘요우커 바람’

홍대를 찾는 요우커가 늘고 있다. 인천공항과 가깝고 교통편도 편리해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려야 하는 장소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우커 영향으로 홍대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 홍대 상권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이를 매입하려는 중국인 투자자도 늘고 있다. 부동산 불황에도 연남동 일대의 땅값이 두배이상 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지역 상권의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 연남동 화교타운. 이곳은 서울 속 ‘중국마을’이라 불린다. 최근 연남동 일대의 땅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평균 땅값이 3.3㎡(약 1평)당 3000만원선으로 3년 사이 두배가량 상승했다. 게다가 인근 동교동과 서교동ㆍ합정동 등 이른바 ‘홍대 상권’으로 불리는 지역의 땅값도 연남동과 비슷한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홍대 상권 땅값 상승의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찾을 수 있다. 올해 7월까지 서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수는 33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방문지에 상가나 주택을 구입하려는 중국인 투자자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홍대 상권의 땅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 중국인 투자자의 부동산 매입 영향으로 서울 연남동 일대의 평균 토지가격이 3년만에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사진=뉴시스]
중국인 투자자가 매입하는 국내 부동산의 유형이 과거와 달리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겨냥한 제주도 투자가 주를 이뤘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국내 부동산을 일정액 이상 사는 외국인에게 국내거주자격(F-2)을 주고 5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F-5)을 허용하는 외국인 투자유인책으로 2010년 2월 제주도에서 처음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인 여행자(요우커ㆍ遊客)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하기 위해 홍대 상권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게다가 실수요나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계 자본은 서울 동교ㆍ서교ㆍ합정동 등 홍대 상권 일대에 도로를 끼고 있는 땅이 매물로 나오면 바로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는 요우커들이 출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홍대 상권에 면세점과 화장품가게 등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중국인 투자자의 부동산 투자는 주택부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4년전 3.3㎡당 1500만원 전후의 가격대를 형성했던 단독주택 부지 가격이 2500만원 이상 호가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가 집계한 외국인 토지 취득 현황에 따르면 중국인이 매입한 마포구내 땅은 2012년 3월 2410㎡(약 730평)에서 지난해 3월 2864㎡(약 867평)로 늘었다. 특히 올 3월에는 5789㎡(약 1756평)로 지난해보다 두배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위치가 좋은 상가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3.3㎡는 700만원 이상 급등했다. 이는 마포구의 상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점 44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개가 2010년 이후에 생겼고 홍대상권에서 영업중인 중국인 전담 여행사도 23개에 달한다.

중국인 투자 늘고 있는 홍대 상권

홍대 상권 일대 상가 등이 중국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여행사를 운영하는 화교들이 홍대 일대에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다. 또한 인천공항과 가깝다는 것과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서울 홍익대 앞 부동산 시장은 향후에도 부동산 불황과 상관없이 중국 큰손들의 투자 열풍에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이나 가게를 위주로 하고 있어 부동산 투자가 늘어날 경우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상권은 물론 상가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권인 명동ㆍ홍대ㆍ이대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팝업스토어가 그 주인공이다. 팝업스토어(pop-up sto re)란 컴퓨터 화면에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 창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임시 매장을 뜻한다.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하루에서부터 길게는 6개월 이상 운영된다. 일반적으로는 1~2주에서 한달 정도 운영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팝업스토어는 특성상 기존 카페나 옷가게 등의 상가를 빌려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임대비용은 팝업 기간, 기존 상가의 영업 병행 여부 등에 따라 적게는 하루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신규 매장을 여는 만큼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인테리어 비용에 수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인테리어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임대비용을 뛰어넘는 경우도 다반사다. 홍대 거리 인근의 팝업스토어 임대가격이 한달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팝업스토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전에도 기업들은 안테나숍이란 이름으로 특정 지역에 단기간 운영하는 매장을 오픈했다. 안테나숍은 시장에 진출하기 전 3개월에서 1년 미만 동안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됐다. 이와 비슷한 로드숍의 경우 젊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어필하고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인테리어 등 설치비용과 퇴거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형 업체가 아니면 운영하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팝업스토어는 그보다 훨씬 단기간 운영하면서 안테나숍과는 다른 차원의 효과를 노린다. 무엇보다 중국 관광객 등에게 짧은 시간에 브랜드와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발 빠르게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적지 않은 비용 부담에도 유통업체들이 팝업스토어의 매력에 빠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가 형태에도 영향 끼쳐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임대해주는 사업도 틈새시장으로 뜨고 있다. 명동과 홍대 등 중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핵심 상권의 요지를 차지한 건물주나 카페 점주들이 공간을 임대해주면서 수익을 올리는 개념이다. 실제로 서울 명동 ‘눈스퀘어’에서 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명동길은 중국 관광객을 포함해 하루 유동인구만 6만〜7만명에 달한다는 알짜 상권이지만 하루 임대료만 1000만원꼴일 정도로 임대료가 비싸다. 게다가 대부분의 상가가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돼 있어 소규모 아이스크림 팝업스토어가 들어설 자리조차 없는 상황이다. 팝업스토어 전문 임대업이 새로운 부동산 사업으로 각광 받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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