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부는 ‘요우커 바람’

▲ 중국인 투자자들이 제주도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주도가 뜨겁다. 중국인들의 투자 열기 때문이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좋은 일인 듯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뜨거워도 너무 뜨거워서다. 일부에선 “자칫하면 제주도가 통째로 중국인들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제주도 투자유치, 이젠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중국인 큰손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타깃은 제주도다. 제주특별자치도로선 나쁠 게 없다.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70~80%가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점만 봐도 제주도 내에서 중국인들의 위상은 대단하다. 게다가 중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효과까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 투자자들이 수익형 부동산에 많이 몰리면서 제주도 전체의 부동산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제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 목적으로 지출하는 돈이 많아지면서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제주도에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중국인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지역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인 쇼핑 밀집 지역 내 상가의 경우 이미 수년째 매물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 투자 환경이 여의치 않지만, 관광객이 늘고 있는 데 반해 숙박시설이 부족한 만큼 분양형 호텔 등 숙박업소에 대한 투자가 유망하다는 거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대표적인 쇼핑 지대로 연동과 일도1동을 추천했다. 연동은 제주공항을 기준으로 남측 직선거리로 2.4㎞, 일도1동은 동측으로 약 2.9㎞ 떨어져 있다. 두곳 모두 공항에서 차량으로 10여분이면 도착 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그만큼 쇼핑을 즐기기엔 최적의 상권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노형오거리에서부터 노연로 쪽으로 이어지는 연동에는 신라면세점, 바오젠거리, 신화거리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쇼핑을 즐기려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일도1동에는 제주중앙지하상가가 위치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비교적 고가 쇼핑으로 분류되는 면세 쇼핑객이 몰린다. 바오젠거리는 화장품, 신화거리는 의류를 찾는 쇼핑객이 주류다. 제주중앙지하상가에는 액세서리 의류 홍삼 화장품 보석 상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쇼핑 상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투자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제주의 차이나타운’이라 불리는 연동의 바오젠거리다. 2011년 9월 중국 건강용품업체 바오젠그룹 직원 1만1000명이 이곳을 방문한 이후 관광객이 급격히 늘자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이를 기념해 거리 이름을 ‘바오젠거리’로 명명하고, 매년 거리예술제 등을 열어 상권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당연히 바오젠거리의 업종은 중국인 관광객 기호에 맞춰져 있다. 중국인들이 제주에서 가장 많이 찾는 물품은 화장품이다. 다음이 의류, 가방, 특산품 순이다. 화장품 선호가 가장 두드러지다 보니 바오젠거리의 매장 중 30~40%는 화장품 매장으로 바뀌었다. 바오젠거리와 연동 일대에 화장품 매장을 10개 이상 가진 중국인 부동산 투자자들도 생겨났다. 

 
외국인 토지, 절반이 중국인 소유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는 “제주는 중국과 거리가 가깝고 영주권 혜택도 있기 때문에 열기가 식을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상가의 경우 최근 1~2년 새 권리금과 임대료가 2배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상가와 오피스텔 등 눈독을 많이 들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중국인들의 투자 급증으로 인한 문제도 많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먼저 상권 활성화와 뜨거운 투자 열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원주민들의 상권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임대료도 함께 상승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중국인 투자자들에게 건물 소유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거나 임대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아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경우도 있다.

임대료 문화도 바뀌고 있다. 과거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월세보다 1년치 임대료를 임대인에게 선불로 지급하는 연세年貰가 더 많았다. 덕분에 최소한 1년간은 안정적으로 임차인이 맘놓고 영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동 지역은 상권의 강세로 연세보다는 월세를 받는 곳들이 많다. 나날이 오르는 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지난 2년간 보증금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임대료는 확 올랐다. 일부 상가에선 점포당 월 3000만~50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2년 전 4억~5억원 하던 이 지역 도로변 3층 건물은 최근 15억원까지 올랐다. 전반적인 상가 권리금은 100㎡(약 30평)를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배 오른 2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인 투자자들이 상가만 여러 곳 매입한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임대료만 올려 수익을 챙긴다”고 비난하는 지역 상인들도 많다.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게 현지인을 내쫓고 중국인을 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실컷 상권을 키워 놓고는 중국인들에게 통째로 뺏길 수 있다는 거다.

중국인들은 최근 제주도 내에서 호텔뿐 아니라 대지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주도 내 중국인 소유 토지도 최근 1~2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중국인 소유 토지는 2009년 약 2만㎡(약 6050평)에서 2014년 6월 기준 약 592만㎡(약 179만평)로 300배 가까이 급증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4억원에서 5807억원으로 1450배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인 소유 토지 비율은 49%에서 27%로 줄었고, 11%를 차지했던 대만과 태국 등 기타 아시아인 소유 토지 비율은 6%로 줄었다. 5년 전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제주도 내 중국인 소유 토지는 올해 외국인 소유 토지 총 1370만㎡ 중 절반가량인 43%에 이른다. 제주도가 통째로 중국인들에게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소유 토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2010년 2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도입 이후 제주도에 대한 중국인의 선호가 높아져서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 자격을 주고, 이후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다만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은 부동산 투자이민제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제주도가 중국인들의 집중 투자 대상이라는 방증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부동산 시장을 외국인에게 전명 개방한 탓에 외국인들이 정식 요건만 갖추면 국내 부동산을 소유하는데 있어 아무런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이 “제주도에서만은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 제주 연동의 바오젠거리는 높은 임대료 때문에 현지 상인들의 불만이 많다.[사진=뉴시스]
제주도, 외자 유치 규제해야

물론 제주특별자치도는 외국인 1인당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거나 투자자 수를 도내 인구의 1% 수준인 6000명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선 담당자들조차 중국인 투자자들의 제주도 집중 투자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서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중국인 소유 토지가 많이 늘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그래 봐야 전체 토지의 0.32%에 불과하다”며 “더구나 대부분의 토지 매입이 투자 목적이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만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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