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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가입 방식에 따라 노후가 달라질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직장인 대부분이 은퇴 후 받은 퇴직연금으로 살아간다. 따로 연금을 가입해 둔 상황이 아니라면 퇴직연금은 거의 유일한 노후 준비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퇴직연금의 유형을 잘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권한다. 내 퇴직연금이 DB(확정급여형)인지 DC(확정기여형)인지 확인하라.

지난 8월 27일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핵심 내용은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세액공제 확대 등이다. 대부분 퇴직연금에 관한 것들이다. 퇴직연금제도 활성화를 통해서라도 노후를 대비하라는 취지다. 2012년에 직장인의 퇴직금 중간정산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퇴직금 중간정산 충족 요건은 무주택자인 가입자가 본인 명의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가입자나 가입자의 배우자(혹은 부양가족)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을 하는 경우, 중도인출 신청일로부터 역산해 5년 이내에 가입자가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그만큼 퇴직연금은 향후 노후 준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제도는 노동자들의 노후소득보장과 생활안정을 위해 퇴직금 지급재원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이를 사용자 또는 노동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해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과거의 퇴직금제도에서는 기업이 부도나면 퇴직금도 함께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가입해 놓으면 외부 기관에 일정 금액을 적립하기 때문에 기업의 흥망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 퇴직연금, 듣기는 많이 들었어도, 내 퇴직연금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이 현재로선 큰 부담을 주지 않고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임에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퇴직연금에 가입한다면서 ‘DB형’이나 ‘DC형’ 중 선택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뭘 알아야 선택할 게 아닌가.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이들은 대충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하거나 아무거나 골라 찍는다. 그래서는 안 된다. 내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월급 적다면 DC형이 유리

다음 사례를 보자. 같은 직장에 다니는 A씨와 B씨. 그들은 입사 동기로 승진도 비슷하게 했고, 때문에 연봉도 비슷하다. 대기업에서 일한 그들은 15년차에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그동안 모아둔 퇴직연금을 받는 날. 하지만 둘의 퇴직연금 액수는 100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제도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퇴직연금제도에는 ‘확정급여형(DBㆍ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CㆍDefined Contribution)’, 그리고 ‘개인퇴직연금(IRPㆍ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3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DB형은 말 그대로 퇴직급여가 확정돼 있는 것이다. 회사가 법정퇴직급여(근속연수×평균임금 30일분 이상)를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ㆍ운용해 투자성과는 회사가 갖고, 미리 정해진 퇴직급여는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DC형은 회사가 연봉의 12분의 1 이상으로 결정된 부담금을 퇴직연금 계정에 주기적으로 납입하고, 그 납입금을 노동자 개인의 의사에 따라 여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개인이 투자를 결정하므로 당연히 투자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진다. IRP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재직 중에 개인저축을 위해 추가로 개설해 운용하는 거다. 퇴직시에 받은 퇴직급여에 대해 세금납부를 유예 받으면서 퇴직 후에도 계속 운용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한다고 해도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월 100만원씩 연봉 1200만원을 받는 직장인 A씨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A씨의 근속연수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이고, 승진 기회가 많아 급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DB형 선택하면 퇴직급여도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굳이 무리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매년 10%씩 임금이 상승한다고 했을 때, 3년차에 A씨는 121만원의 월급을 받고, DB형을 선택했다면 ‘121만원×3년’으로 총 363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A씨의 급여가 상승할 여력이 없다면 어떨까. A씨의 월급이 3년 후에도 똑같이 100만원이고, DB형을 선택했다면 3년 후 A씨의 퇴직급여는 300만원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DC형을 선택해야 한다. 임금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없으니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게 훨씬 낫다는 얘기다. 물론 가입자 개인이 투자를 결정하고,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져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투자만 한다면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확률은 적고, 퇴직급여는 300만원보다는 많아질 수 있다.

당장 퇴직연금 방식 확인해야 

결론적으로 임금상승률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은 경우엔 DC형을 선택하고, 투자수익률보다 임금상승룰이 높은 경우엔 DB형을 선택하라는 얘기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퇴직연금 액수의 차이는 바로 퇴직연금 가입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DB형을 선택하든 DC형을 선택하든 재직 중에 저축을 위해 추가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해 운용하고 싶다면 IRP을 이용하면 된다. IRP를 이용하면 가입자의 퇴직급여가 IRP 계좌로 자동 이전돼 가입자부담금을 연 1200만원 한도(일부 사유 제외)까지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또 가입자부담금 추가납입에 대해서는 연 700만원(연금저축ㆍDC추가납입액 합산 400만원+DC추가납입액 추가한도 300만원)까지 연말정산 시 납입금액의 13.2%에 해당하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퇴직연금이 어떤 방식으로 돼 있느냐에 따라 직장인의 노후도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가입 당사자가 얼마나 관심을 쏟느냐다. 회사가 퇴직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DB형인지 DC형인지 확인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퇴직연금 시행 기업의 70% 이상이 DB형을 선택하고 있다. DC형은 약 20%에 불과하다. 아마도 기업 담당자들도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과거 퇴직금제도와 거의 같은 DB형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외부수탁기관의 담당자가 회사별로 정해져 있으니 그 담당자와 상담하거나 재무설계사나 재무상담사를 두고 있다면 상담받기를 권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형태의 퇴직연금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아직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더라도 정부 정책에 따라 2016년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 2022년까지는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제 가입을 의무화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의 작은 관심이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될 테니 말이다. 
곽상인 ING생명 재무컨설턴트 marx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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