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축내는 ‘2급 사회복지사 제도’

▲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마구 발급돼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침해가 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노인ㆍ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시설엔 주로 2급 사회복지사가 근무한다. 문제는 2급 자격증을 따는 게 ‘운전면허증 따는 것’만큼 쉽다는 점이다. 인성, 박애ㆍ희생정신 등은 자격도 아니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따기가 운전면허 자격증 따는 것만큼 쉽다.” 시중 학원가에 떠도는 얘기다. 실제로 자격증 취득을 문의하자 상담사는 이렇게 말했다. “14개 과목을 온라인 강의로 이수하면 된다. 리포트 제출과 중간ㆍ기말고사가 있는데, 모두 강의에 있는 내용이다. 낙제점만 받지 않으면 누구나 딸 수 있다. 실습과정이 있는데, 학원과 연결된 교육기관을 통해 잠깐 봉사활동 좀 하면 된다.” 과장은 있어도 소문은 사실인 셈이다.

덕분에 2급 사회복지사는 급격히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사회복지사 수는 2003년 8만5449명에서 2013년 63만7617명으로 7.4배 늘었다. 그중 사회복지사 1급은 1.8%(11만518명), 2급은 80.6%(51만4344명), 나머지가 3급이다. 1급 자격증 취득 비중이 낮은 건 문턱이 높아서다.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도 2급이 더 많다.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에 따르면 1급은 대부분 종합사회복지관으로 가고, 2급 취득자들은 1급 취득자들이 기피하는 장애인생활시설이나 노인양로ㆍ요양시설, 유아보육시설 등 사회복지생활시설로 간다. 전체 사회복지시설 중 이런 사회복지생활시설 개수는 사회복지관의 10배 수준이다. 사회복지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계층이 모인 시설에 2급 사회복지사들이 일하는 셈이다.

문제는 쉽게 자격을 인정받은 2급 사회복지사들이 양질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느냐다. 2급 사회복지사가 주로 근무하는 장애인ㆍ노인요양시설의 인권침해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내 노인 학대는 최근 5년 새 5배로 급증했다. 장애인생활시설의 인권침해 진정건수 역시 전년에 비해 172%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사회복지사들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침해해도 자격의 취소나 정지가 어렵다는 거다. 법령에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복지사들의 인건비는 국민 세금이다. 서울시의 경우 896개 사회복지시설(8만7753명)에 인건비로 한해 2953억원(2013년 기준)을 지원했다. 경기도도 682개소 사회복지시설 인건비로 2493억원을 지원했다. 자격을 검증할 수 없는 사회복지사를 무더기로 뽑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면서 정작 서비스 질은 형편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개선을 논하기 전에 사회복지사의 자격 취득ㆍ취소 등에 관한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혜빈 서울신학대(사회복지학) 교수는 “사회복지학은 사람을 다루는 임상학문이기 때문에 교육기관에서 사회복지 현장실습에 큰 비중을 둬야 한다”며 “학점제를 통한 자격증 발급은 사회복지사의 전문성과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받은 뒤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자격의 취소ㆍ정지에 대한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지난해 6월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로서의 결격사유에 해당하거나 거짓 혹은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을 취득한 경우, 자격증을 양도 또는 위조ㆍ변경한 경우, 자격증을 다른 사람에게 대여한 경우 등에 해당하는 이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소하거나 3년의 범위에서 자격을 강제 정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 법은 국회 계류 중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민생법안, 멀리 있지 않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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