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불황 위험한 까닭

▲ 해운업은 조선ㆍ철강ㆍ석유화학ㆍ금융에 이르기까지 국가기간산업 전체와 맞물려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해운업을 대표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업체들이 수년째 누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자 해운업계 불황이 너무 오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해운업 자체의 타격 때문만은 아니다. 조선ㆍ철강ㆍ금융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원료를 수입하고, 그것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구조다. 이런 수출입은 해운을 통해 이뤄진다. 3면이 바다로 싸여 있는데다 육로는 북한에 막혀 있어서다. 당연히 모든 산업이 해운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악순환’이다. 해운업 불황이 다른 산업에 영향을 끼치면 원료ㆍ제품수입이 줄어들어 해운업 불황이 더 깊어진다는 거다.

일단 조선업이 타격을 입는다. 해운업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선박 발주가 줄어들어서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영업이익은 중국의 수주량 증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2011년 2조5001억원에서 2013년 125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해운업 불황도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철강산업도 해운업의 영향권 안에 있다. 선박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철강판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9년 전체 철강수요의 25.3%에 달했던 조선부문 철강제품 출하량이 2012년 20.8%로 감소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더구나 철강산업은 주요 원료인 철광석을 들여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인데, 철강제품 생산량이 줄어들면 철광석 수입도 함께 감소해 해운업이 더 어려워진다.

석유화학산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해운사의 물동량이 적어지면 선박의 주요 연료로 사용하는 벙커C유의 수요가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5만t급 컨테이너선이 항해 중 1일 소비하는 벙커C유만 해도 100t 정도다. 이런 컨테이너선 1척의 연간 물량이 사라지면 연간(1개월=20일 기준) 2만4000t의 벙커C유 수요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자료에 따르면 벙커C유 전체 소비량은 2009년 6606만 배럴에서 2013년 4378만 배럴로 33.7% 감소했다. 정유업계의 벙커C유 매출도 확 줄었다. GS칼텍스 벙커C유 매출액은 2011년 4조4144억원에서 2013년 3조95억원으로, SK에너지 벙커C유 매출액은 10조2718억원에서 6조2113억원으로 줄었다.

 
해운업 불황은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선박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비싸서 기업에서도 함부로 구매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가격의 20%만 지불하고 80%는 은행돈을 빌려 사는 게 일반적이다. 당연히 해운업계의 불황은 선박 수요 감소로 이어져 대출 자체가 줄고, 기존 대출의 자금 회수도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이 해운업의 불황을 단순히 업계에만 맡겨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건 이 때문이다. 하영석 계명대(국제통상학) 교수는 “일부 기업에서 선박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며 “해운업은 불황기만 잘 넘기면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를 잘 견딜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영석 교수는 “불황기에 싸게 선박을 사고, 호황기에 비싸게 팔아 제대로 수익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 정부가 해운보증기금을 마련해 해운업계를 돕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