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해운3사의 생존전략

국내 해운업체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은 최하위로 떨어졌고 정부의 지원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해운업체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성장이 기대되는 해운사는 있다. 해운 3사의 성장 가능성을 살펴봤다.

▲ 국내 해운업계가 장기간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던 글로벌 해운사가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해운업체의 사정은 다르다. 여전히 최악의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닥을 헤매고 있는 수익성을 반영하듯 주가수익률 역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대한해운ㆍKSS해운ㆍ흥아해운 등은 연초 대비 수익률 기준 전세계 상장 해운사 300개 업체중 15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대형 선사인 한진해운과 팬오션은 200위 밖이며, 현대상선도 162위로 중위권 밖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2012년이후 매출액이 높은 상장 해운사 4개사의 주가는 모두 50% 이상 하락했다. 주가가 상승한 해운사는 흥아해운과 KSS해운에 불과하다.

한국 해운업체의 경쟁력이 낮아졌지만 반등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체이면서 경쟁력 훼손이 적은 업체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해운업체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중소형 해운업체인 대한해운ㆍKSS해운ㆍ흥아해운 등 3개 업체다. 대형컨테이너 선사의 경우 향후 1년 이내 업황이나 개별업체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3개의 업체의 성장성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해운은 한국 해운업체가 ‘루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모두 거친 대표적인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고비용 용선을 장기간 확장해 손실을 많이 봤고 정부의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다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해운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이유도 법정관리에 있다. 법정관리를 통해 고비용 선박에 대한 계약을 모두 잘라내면서 영업원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2013년 1분기에 회생계획안을 인가 받고 시행하면서 고비용 용선계약을 모두 해소했다. 한때 166척에 달했던 용선 선박은 2011년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100척 정도 정리됐고 지난해 회생절차에서 2차로 나머지가 정리됐다. 더 이상 용대선 영업에 따른 비용 유출은 없다는 얘기다.
 
영업적인 측면만 아니라 영업외적인 측면에서도 내실을 다졌다. 대한해운은 2013년 10월 ‘삼라마이다스 그룹’에 매각됐다. 매각 대금으로 남아 있던 회생채무를 변제하고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또한 연이율 21%에 달하던 차입금도 일시 상환해 영업외적인 부문의 이자비용을 대폭 줄였다. 현재는 선박관련 부채와 자산만을 주로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유현금으로 주요 운송기재에 해당하는 선박관련 투자를 검토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요즘처럼 저비용 용선이 넘쳐나는 시기에 고비용 용선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용선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선사와 출발점을 달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정관리로 위기 단숨에 극복

대한해운은 지금 마지막 고비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2014년 내내 출자전환 주식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어서다. 건실한 회사의 내실에도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지 못한 이유는 외국인 주주의 매도세에 있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출자전환으로 주식을 소유하게 된 주주의 매도 물량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대부분 외국인 선주들이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최고 24%를 웃돌던 외국인 주주의 지분율은 최근 5.25%(10월 6일 기준)까지 하락했다.
 
9월 이후 한달 사이에 외국인 지분율이 총 3% 하락하는 등 최근에도 해당 물량이 활발하게 시장으로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매도 물량은 올해 안에 대부분 소화될 전망이다. 매각이후 단순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의 비중은 대략 3%다. 이를 제외하면 단기간에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물량은 2%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재무적인 악재와 수급적인 악재를 모두 털어내는 2015년부터 대한해운의 본격적인 재평가가 시작될 전망이다.

KSS해운은 재무적인 요인과 영업적인 요인 모든 방면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 KSS해운은 2007년 LPG 수송선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과잉투자를 하지 않았다. 투자를 하지 않아 몇년간 성장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투자에 따른 손실을 피한 덕분에 재무적인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07년 2029억원에 불과했던 자산총계는 2014년 상반기말 기준 3936억원까지 늘어났다. KSS해운은 올 하반기 중요한 결정을 했다. 보유하고 있는 LPG선박 가운데 시장운임에 연동돼 있는 ‘가스 프랜드’선박의 운임계약을 내년부터 다시 고정운임으로 변경한 것이다.

현재 초대형 가스선 시황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발주된 초대형 LPG운반선이 대량으로 인도될 것으로 보여 운임이 하락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KSS해운의 고정운임 변경은 업황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KSS해운의 성장세는 201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말까지 새롭게 발주한 모든 선박을 인도받았고, 추가 선대를 확보해 2016년에 추가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장기간에 걸친 영업규모 성장과 틈새시장에서의 장기 영업으로 높은 중간 이윤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추가 선대 확보의 영향으로 2015년 매출액이 처음으로 14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6년에는 올해 대비 7.5% 증가한 1473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흥아해운은 아시아지역에서 1만t 소형 컨테이너 영업을 주로 하는 업체다. 올해 8월 1일 기준 29척의 컨테이너 선박을 총 44개 항로에서 운항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13척은 사선이고 16척은 용선이다. 일본 노선이 10개, 중국 노선이 12개, 동남아노선이 20개이며 ‘팬듈럼(세계일주) 서비스’는 2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소형컨테이너 시장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극심하게 진행된 ‘치킨게임’의 종료로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격체계 바꿔 위기 탈출

메이저급 선사의 영업철수, 제한적인 선복량 증가, 꾸준하게 늘어나는 수요 등의 영향으로 2015년에도 소형컨테이너 시장 운임은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흥아해운의 실적 강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실적은 매출액 209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6%, 전분기 대비 4.1%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69.8%, 전분기대비 125.7% 증가한 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3분기가 비수기지만 물동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고 운임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4분기도 흥아해운의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실질적인 성수기인 4분기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세 유지가 될 공산이 커서다. 또한 3분기 중 인도된 신규선박의 비용절감 효과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흥아해운은 많은 컨테이너 선박을 용선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1000TEU 선박의 용선료가 상승하면서 비용부담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규선박의 선박원리금 상환금액 절감효과와 연료비 절감효과가 이뤄질 경우 선박 1척당 약 6000달러 정도의 비용이 절감될 전망다. 이에 따라 4분기 매출액은 224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8%, 전분기대비 7.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신규 컨테이너선박 6척의 완료가 마무리되는 2015년까지 중기에 걸친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흥아해운이 국내 상장 해운사 중에서 단기적인 실적개선이 가장 도드라지는 업체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 um.kyung-a@shinyoung.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