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 부키

직관과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

생각이 너무 많아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갈 일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생각의 가지들이 뻗쳐나간다. 성격이 까다롭고 쓸데없는 일로 끙끙 앓는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한 학생의 이야기를 보자. 마농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발표를 맡았다. 그는 조사를 하던 중 어떤 화가의 작품들에 심취했다.

마농은 그 화가와 관련된 많은 것을 전하고 싶었지만 회화는 르네상스 시대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다시 발표주제에 집중했고 이번엔 이탈리아 철학자들을 조사하기로 했다. 그러다 어떤 네덜란드 철학자의 사상에까지 이르렀다. 주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의 사상은 참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하던 중 시간을 본 마농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발표가 코앞인데 아직 전체적인 구성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20여년간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찰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이들을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 부른다. 이들은 넘치는 생각과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오만가지 의문으로 괴로워한다. 별의별 것에 다 신경을 쓰고 머릿속을 온갖 정보로 꽉 채워놓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사실 매우 창의적이다. 다각도로 뻗어 나가는 사고는 동시에 여러 방향을 탐색해 나간다. 이러한 사고는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게다가 그 과정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바로 답이 나온 것처럼 보일 정도다. 번득이는 천재적 직관이나 신속한 의사결정도 이런 식으로 설명된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직관과 본능에 충실하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우뇌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좌뇌형은 체계적이고 분석적이기 때문에 전체를 분할해서 단계별로 처리한다. 이 둘의 차이는 워낙 크기 때문에 서로를 낯설게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 사회 전체가 돌아가는 방식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좌뇌형에게 맞춰져 있다. 이런 사회 안에서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사회관계를 피곤하고 어려운 것으로 여기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 책은 생각이 많아 고민인 사람들이 어떻게 그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관해 조언한다. 다른 사람과 같아지고 싶은데 자꾸만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가. 당신은 어쩌면 당신의 어마어마한 능력을 애써 감추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대의 계절은 따로 있다

‘소년등과少年登科’라는 옛말이 있다.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남들보다 일찍 출세해 동경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최고의 경지라며 치켜세웠을 것 같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인간의 3가지 불행 중 첫째로 소년등과를 꼽았다고 한다. 너무 일찍 출세하면 나태해져 배우기를 게을리해 발전이 없다.

또한 오만해져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기 때문에 적이 많아지게 된다. 빨리 출세하는 것이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소년등과 했다고 해서 무조건 파멸의 길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일찍 출세해도 겸손하고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더 큰 성공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빠른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다.

우리 시대의 많은 청춘들이 소년등과를 갈망하고 있다.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저자는 조급해하지 말고 빨리 성공하려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모두 다르듯 사람도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다. 하지만 청춘들은 모두가 초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가 되려고만 한다. 하지만 이내 한두번의 실패에 좌절하고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에 열등감을 느낀다. 많은 학생들이 무턱대고 ‘남들이 다 하니까’ ‘나만 안 할 수는 없으니까’ 대기업 취업에 매달리거나 고시촌으로 향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나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청춘들에게 저자는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 언젠가는 꽃을 피울 거라고 말이다.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듯하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원하지도 않는 길을 선택해 일상에 지쳐 있고 활력 없이 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더 두렵지 않을까. 지금 당장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 다소 늦더라도 자신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않은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될 거다. 고개를 들고 자신의 계절을 준비하라는 얘기다.

「왕비의 하루」
이한우 지음 | 김영사 펴냄

‘유리 천장(glass ceiling)'은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사회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용어다. 가부장적 질서가 통치 이데올로기로 정착되어 남녀 차별이 극심했던 조선에서 유리 천장의 꼭대기에 있는 여성은 왕비였다. 이 책은 남성 권력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왕비들의 복심과 반전의 드라마를 하루라는 시간 안에 녹여냈다.

「기적의 세기」
이반 일리치 지음 | 느린걸음 펴냄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슬로잉’ 현상으로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지기 시작한다. 하늘의 새들이 떨어지고 바닷물은 밀려와 지붕까지 잠겼다. 그런데 소녀는 이 혼란 속에서 첫사랑을 시작한다. 신예 작가 캐런 톰슨 워커의 첫 소설 「기적의 세기」는 사춘기 소녀가 겪는 몸과 마음의 성장, 희망 없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깊은 곳에 남은 기적 같은 시간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 냈다.

「쿨럭 쿨락」
김도경 지음 | 알비 펴냄

자유롭고 빈티지한 스타일로 알려진 저자의 젊고 열정적인 인생 이야기다. 하고 싶은 일을 죽기 전까지 다 하고 죽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삶의 목표다. 천성적으로 원하는 건 꼭 해내고야 마는 집념을 가진 저자는 인생의 목표를 위해 자신을 움직이며 오늘도 죽도록 일하고 있다. 자유롭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는 젊은 청춘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최범규 더스쿠프 인턴기자 cb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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