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왜’

▲ 모뉴엘은 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선정과 무역보험공사 3000억원의 대출 보증 등 막대한 금융 혜택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 중견기업 모뉴엘의 2013년 성적표다. 재무여건이 튼실한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20일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채권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와 수출채권 금융권 판매 혐의 등 의혹도 잇따른다.

빌게이츠가 혁신기업이라고 극찬한 중견 종합가전회사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채권은행에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은 보유한 모뉴엘 채권을 만기 전 일시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로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도 모뉴엘의 ‘수출채권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모뉴엘에 대출해준 은행들을 상대로 부실 대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출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집중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규모 등을 파악해 그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은 지난 23일 모뉴엘의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제보를 받고 감리에 착수했다. 모뉴엘의 경우 비상장사인 데다가 현재까지 구체적인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공식적으로 감리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다만 수사당국의 협조요청이 오면 감리에 착수할 계획이다. 비상장사는 공인회계사가 위탁 감리를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출액 급증이 감리 요건에 해당하진 않는다”며 “하지만 수사당국의 협조요청이 오면 감리를 검토할 수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모뉴엘은 앞서 채권은행에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의 배경을 두고 한편에선 대규모 분식회계 등으로 매출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모뉴엘은 로봇청소기와 PC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제빵기, 청각장애인 부모를 위한 아기 돌보미 제품 ‘배블’ 등 독특한 제품을 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연결매출 1조2700억원에 영업이익 1100억원을 올렸다.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견실한 강소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모뉴엘은 CES와 IFA 등 주요 국제 가전박람회에도 꾸준히 참가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2007년 CES 기조연설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모뉴엘을 혁신기업이라고 극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의 정확한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수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모뉴엘이 수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모뉴엘이 대규모 분식회계 등으로 매출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영진간 알력 다툼도 법정관리 신청 배경 중 하나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의 창업자인 원덕연 부사장은 박홍석 모뉴엘 대표와 마찰을 빚다 지난달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아하닉스를 창업한 원 부사장은 이를 토대로 지금의 모뉴엘을 설립했다. 이후 2007년 원 부사장은 삼성전자 출신 박 대표를 영입해 해외 영업과 경영 전반을 맡겼으나, 서로 업무 영역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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