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스티븐스 브랜드전략컨설턴츠 회장

PB(Private Brand) 열풍이 거세다. 유럽의 유통채널 중엔 100% PB 상품만 취급하는 곳도 있다. 유통업체에 PB상품이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무기’가 된 셈이다. 우리의 PB상품, 어디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10월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B상품 해외진출 활성화 세미나’에 연사로 초청된 톰 스티븐스 브랜드전략컨설턴츠(Brand Strategy Consultants) 회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 톰 스티븐스 브랜드전략컨설턴츠 회장은 "유통업체간 가격경쟁력이 치열해짐에 따라 PB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세계적으로 PB 시장이 커지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전체 PB 판매 비중이 50 %가 넘는다. 설문조사업체 ‘닐슨’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시장에서도 PB상품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 이유가 뭔가.
“글로벌 시장의 상황이 신통치 않은데다 유통사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 특히 식품 유통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과는 달리 호주나 북미ㆍ남미ㆍ유럽국가에서 식품 취급 유통사가 증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그만큼 중요해졌다. 유통사들이 PB상품으로 성공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PB상품의 성공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유통사 입장에서 보면 제조사 브랜드(NB ㆍ제조사 브랜드)와 비교해 저렴하면서도 유통업자에게 더 많은 수익을 줘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제조사 브랜드보다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이어야 한다.”

✚ 한국 유통업체들도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1ㆍ2인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유통업체에 HMR 시장은 중요해졌다.”

 
✚ 이전에 이마트 PL(PB) 프로그램 컨설팅을 한 것으로도 알고 있다. 이마트가 내놓은 자체 HMR 브랜드 ‘피코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좋은 전략이다. 소비자들에게 당신이 식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제품 라인을 갖추고 ‘브랜드(피코크)’가 있다는 걸 알리고 있다. 샐러드를 포함해 애피타이저는 물론 면ㆍ밥류, 신선식품과 냉동식품 등도 취급하고 있다.”

✚ 이마트는 자체 패션 PB인 ‘데이즈’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를 살펴보니 자라보다 규모가 크더라.
“자라보다 못할 게 있겠는가. 자라는 제품을 아무 곳에서나 팔 수 없다. 자체 매장을 오픈해 그곳에서만 팔아야 한다. 데이즈는 100개가 넘는 이마트 매장에서 팔면 된다. 자라보다 매출 규모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슈퍼마켓 유통업체들의 자체 패션 브랜드 론칭 사례가 늘고 있다. 월마트는 조지(George)라는 자체 패션 PB상품를 팔기도 하고, 캐나다의 슈퍼마켓 체인 로블로(Loblaw)도 조프레쉬(Joe Fresh)라는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뉴욕에 단독매장을 두고 있을 정도다.”

✚ 하지만 유통사들이 만드는 PB상품은 기존 NB와 큰 차이가 없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요즘은 다르다. 과거와 비교해 PB상품이 정교화, 선진화되고 있다. 일부 유통사는 국제식품안전협회가(GFSI), 영국소매업협회(BRC)의 식품안전 글로벌 표준 등을 충족하는 PB제품을 판매한다. 최근엔 유기농 식품, 헬스&웰빙 분야에서도 PB상품이 늘고 있다.”

유통업체 필수전략된 ‘PB’

✚ 제조사 입장에선 PB가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제조사에는 PB가 무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기회’다. 제조사가 PB상품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특정 카테고리에서 PB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목적을 유통사와 공유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좋은 브랜드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미션을 제조사와 유통사가 함께 갖는다면 말이다. PB상품은 유통사와 제조사에 모두 기회가 될 수 있다.”

✚ 제조사들의 PB시장 진출시 과제는 무엇일까.
“코카콜라는 어디서든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체들은 다르다. 코카콜라처럼 유통망을 ‘일원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업체들은 적절한 공급망과 제조시설에 끊임없이 재투자를 해야 한다. 상품제조 원가비율은 낮추고 유통사에 지불하는 금액을 높이는 전략을 쓰는 게 합리적이다.”

✚ 국내의 작은 제조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유통업체를 위해 PB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PB상품으로 기존 NB상품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작은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PB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만약 그들이 만들지 않으면 경쟁사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 작은 제조업체와 유통채널과의 불평등한 관계 때문에 PB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다. PB상품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둘간의 관계형성이 쉬운 건 아니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와 손잡고 차별화된 PB상품을 만드는 전략을 써야 한다. 물론 제조업체의 생산 가능 물량만큼 유통업체가 판매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PB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거다. 유통업체와 손잡고 채산성 있는 ‘PB상품’을 만들어 윈윈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다시 유통사 이야기를 해보자. PB상품을 만드는 유통사의 과제는 뭔가.
“무엇보다 소비자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상품은 품질과 가격에서 모두 만족스러워야 한다. 단순히 말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신뢰할 만한 특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나이키ㆍ스타벅스 등을 선호하는 건 이들 브랜드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유통사들의 도전 과제는 PB상품을 위한 유통환경을 조성하는 거다. 온라인 환경도 살펴봐야 한다. 온라인은 완전히 다른 유통환경이지만 PB상품 판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PB상품에 적절한 패키징을 적용했는지도 중요하다.”

✚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도 자체 식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다.
“안될 게 있나. 내가 아마존 대표였다면 진작에 PB를 개발했을 거다. 아마존은 확실한 유통채널이 있다. 최근에는 자체 오프라인 스토어도 오픈하고 있다. ”

유통업체-제조업체 관계구축 ‘중요’

✚ 한국 유통사는 PB상품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보나.
“15~20년가량된 유통사의 PB상품 비중이 25%에 못 미치면 운영을 잘못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PB상품 규모가 전체 소매 매출 가운데 5~6%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PB상품을 취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유통사의 철학, 고객과의 관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 태도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에서 코카콜라나 나이키 같은 특정 브랜드만 선호한다면 PB상품은 성공하기 어렵다.”

✚ 중국에는 PB상품만 파는 전문업체가 있다.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의 트레이더조, 독일의 알디는 100% PB상품만 판다. 이들 유통사들은 공식적으로 ‘NB브랜드를 전혀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다. 독일의 알디가 한국에 들어와도 잘 될 거라고 본다. 공간의 문제, 정부 규제로 진출이 힘들 수 있다. 자유로운 시장이라면 소규모 PB 전문 유통업체도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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