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돌아올까

▲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 유입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의 영향으로 2000포인트대를 기록하던 코스피지수가 10월들어 1900포인트로 하락했다. 대외 악재와 3분기 기업 실적 우려 영향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가능성을 살펴봤다.

대외 불확실성이 진정되면서 국내 증시의 급락이 진정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은 시장의 방향성과 관련된 불안감을 떨쳐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외국인 투자자는 일별로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고 있다. 물론 매도 공세가 진정된 건 긍정적이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본격화될지는 의문이다. 이는 향후 증시 방향을 전망하는데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국내 수급 주체가 증시 방향성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체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다.

우선 외국인 자금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의 성격은 크게 액티브(active)와 패시브(passive) 두가지로 분류된다. 국내 펀드 구분과 마찬가지로 액티브는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으로 정의된다. 단기적인 이슈나 모멘텀 지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패시브는 지수를 따라가며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자금이다. 변동성이 크지 않고 추세적인 매매 패턴을 형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인 자금이 유형별로 집계되는 건 아니라서 해당 자금을 100% 정확하게 분류하긴 어렵다. 하지만 비차익거래 순매수 동향을 이용한 대략적인 구분은 가능하다. 비차익거래는 15종목 이상 한번에 이뤄지며, 프로그램 매매(컴퓨터를 활용한 매매행위)로 신고되지 않은 거래만 집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차익거래 순매수 대금은 외국인 패시브 스타일 자금으로 인식한다.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에서 비차익 순매수 대금을 제외한 것은 액티브 스타일 자금이다.

외국인 자금의 두 얼굴

외국인의 순매수 동향과 비차익 순매수 동향은 같은 방향성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동향은 다르다. 전체 외국인 순매수 동향과 비차익 순매수가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9월 중순(9월 11일~10월 7일) 이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3조40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차익거래를 통해서는 오히려 1조6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 됐다. 패시브 자금은 유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반대로 해석하면 최근 나타난 국내 증시의 급락과 관련된 외국인의 매도세는 액티브 성격의 자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수급에서 주목할 부분은 액티브 성격을 지닌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복귀하느냐라는 얘기다.

이런 액티브 자금은 단기적인 모멘텀이나 리스크 지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액티브 자금의 유출입 방향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표가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도를 지수로 만든 ‘시티 매크로 리스크 지수(Citi Macro Risk IndexㆍMRI)’다. 실제로 2007년 이후 데이터를 기준으로 MRI와 국내 액티브 자금의 유출입 사이에는 마이너스 0.62라는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는 구간에서 자금 이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10월 셋째 주말 MRI가 0.86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도가 단기간에 패닉 국면의 수준까지 상승했다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MRI가 현재 수준까지 상승했던 경험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때가 유일하다. MRI의 상승을 유발한 원인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스탠스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유로존 불안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악재 진정되면 외국인 돌아올까

이들은 각각 달러 인덱스 상승, 유가 급락, 그리스 국채 금리 급등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줬다. 다행히 최근 해당 지표들의 움직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 나타났던 급격한 쏠림 현상이 진정되고 있다는 얘기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할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비둘기파적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 연준의 정책 스탠스를 향한 우려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커버드 본드(Covered Bond) 매입을 실시한 데 이어 향후 회사채 매입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그리스에 대해서는 ‘예비 신용공여(precautionary credit line)’ 등 추가적인 지원방안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됐다. 지난 23~24일 진행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는 기존의 재정 긴축 기조 완화와 관련된 논의도 있었다. 이처럼 기존의 악재 요인이 개선되면서 앞서 언급한 관현 지표들이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10월초 86포인트 수준에서 고점을 형성했던 달러 인덱스는 상승 추세가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이며 85포인트 수준으로 진정됐다. 국제 유가의 급락세도 멈췄고 그리스의 국채 금리도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MRI의 급등을 유발했던 요인들이 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MRI 또한 추가적인 상승보다는 하락 반전할 공산이 크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외국인 액티브 성격의 자금 또한 국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패시브 자금의 이탈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불안 요소의 진정으로 액티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외국인 수급 역시 향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byunghyun.cho@yuanta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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