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號 새 선장 윤재승 회장

국내 톱4 제약업체인 대웅제약에 윤재승(52) 회장 시대가 열렸다. 오너 2세 4남매 중 3남인 그가 지난 9월말 경영권을 이어 받아 명실 공히 2세 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2세 간 경영권 승계전이 일단락됐고 창업세대인 부친(윤영환 명예회장ㆍ80)의 후선 용퇴도 있었다. 검사 출신이란 딱지표가 붙어 있는 그에게 ‘사주社主’라는 딱지표가 하나 더 붙은 셈이다.

▲ 검사 출신인 윤재승 회장은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간장약 ‘우루사’로 유명한 대웅제약은 1945년 8월 15일 설립된 조선간유제약공업사부터 출발한다. 1961년 대한비타민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법인으로 전환한다. 초창기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1972년 성남공장을 지으면서 본사도 서울로 옮겼다. 지금의 ‘대웅제약’이란 상호로 고쳐 단 것은 지난 1978년. 1980년 100억원을 돌파한 매출은 30여년이 지난 2011년 7000억원대를 찍었고 마침내 1조원 시대를 넘보고 있다. 대웅제약을 중심으로 12개의 계열사를 둔 그룹 면모도 갖추기 시작했다. 2020년 글로벌 50위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에 도전 중이다.

굳이 대웅제약의 역사를 훑어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오늘의 대웅제약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해방둥이인 조선간유제약공업사로부터 치면 내년에 70년을 맞는다. 오랜 기간 이 회사 오너들과 임직원들은 ‘약藥’이라는 민감하고도 중요한 상품으로 소비자를 만나며 값진 역사를 이뤄냈다. 오너 1세인 윤영환 명예회장이 CEO(최고경영자)가 된 것은 48년 전인 지난 1966년. 그는 거의 반세기 동안 대웅제약을 이끌다 이번에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한 세대를 마감하고 또 다른 세대가 회사 역사를 새로 쓰게 된 것. 하지만 2세인 윤재승 회장에게 온전히 경영권이 넘어가기까지에는 1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윤 명예회장은 슬하에 3남 윤재승 회장을 비롯해 장남 윤재용씨, 차남 윤재훈씨, 딸  윤영씨 등 3남 1녀를 두었다. 그동안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후계자 자리를 놓고 차남 윤재훈씨와 3남 윤재승씨가 주로 경합해 온 것으로 보인다.

윤재승 회장은 1985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6년간 서울지검, 부산지검 등에서 검사생활을 했다. 1995년 33세 때 대웅제약 감사로 부친의 경영대열에 합류한다. 당시 재계에는 부친의 강한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명예회장이 먼저 회사로 불러들인 두 아들이 힘에 부친다며 전도유망한 검사인 3남 재승씨를 불러들였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 때부터 윤 명예회장은 자신의 후계 재목을 찾기 위해 자녀들을 경쟁시키고 조련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3남 윤재승은 회사 합류 2년 뒤인 1997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CEO 자리에 오른다. 약관 35세 때다. 유력한 후계자로 떠올랐던 그는 2009년까지 12년 동안 대웅제약을 크게 성장시켰다. 취임했던 1997년 143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9년 6000억원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2009년에 변곡점이 찾아온다. 대표이사 자리가 형(차남) 윤재훈 당시 부회장에게 넘어가면서 후계자리도 그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난무했다. 차남 윤재훈은 주력인 제약부문을 맡고, 3남 윤재승은 지주회사와 신규ㆍ해외사업을 맡아 한발 물러난 것. 당시 재계에는 “윤재승 사장이 경영 최전선에 복귀하기란 힘들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전도유망한 검사, CEO로 변신

공교롭게도 윤재승 사장이 떠나 있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대웅제약은 설립 후 최대 위기를 맞는다. 특히 2012년 정부의 약값 인하 조치와 수입 의약품의 특허 만료 등으로 연간 1000억원대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악전고투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베이트 문제로 압수수색까지 받는 등 안팎으로 고초를 겪는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수습을 위한 새로운 리더로 2012년 당시 윤재승 부회장이 재기용된다. 그는 불법관행 근절, 투명경영 등을 내세우며 회사 재건에 나섰다. 이후 3년간 매출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곤두박질했던 영업이익은 많이 회복돼 경영능력을 재평가 받았다[그래픽 참조]. 경영위기가 형을 제치고 후계자 자리를 되찾게 만드는 기회가 된 것이다.

그 결과, 윤재훈 부회장 등 형제들이 대웅제약 경영에서 배제됐다. 회사 요직이 윤영환 명예회장과 윤재훈 전 대표의 인맥에서 신속히 윤재승 회장 인맥으로 교체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승계문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한다. 윤 회장이 최대 주주지만 나머지 형제들이 갖고 있는 지분이 25.63%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 하지만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적이 있는 윤 회장이 지난 3년간 주도면밀하게 조직 장악에 나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대웅제약 새 선장자리에 오른 윤재승 회장은 검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업무스타일도 철두철미하고 꼼꼼하다는 평을 듣는다. 한편에서는 강한 승부사 기질을 지녀 추진력이 강하다는 말도 한다. 그런 만큼 때론 차갑고 포용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이야 어떻든 이제 그의 두 어깨에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등과 함께 국내 제약업계를 이끄는 대웅제약의 미래가 걸려 있다. 앞으로 ‘윤재승號 대웅제약’은 어떤 그림이 될까. ‘투명경영’을 내세우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최근 “중국,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 10위권에 진입해 2020년까지 해외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게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 간판상품인 우루사는 정부 지원을 받아 미국 등 선진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 9월 서울 청계천로에서 열린 ‘우루사 추석맞이 피로해소 투호 이벤트’.[사진=뉴시스]
대웅제약 해외법인은 현재 7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다. 우루사, 나보타 등 대표 상품을 앞세운 상반기 수출실적은 108억원. 전년 동기비 97%나 늘어났다. 간판상품인 우루사는 정부 지원을 받아 미국 등 선진시장 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윤 회장이 포장 디자인까지 챙길 정도로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원료 의약품 업체인 ‘바이펑’을 인수했다. 2012년 CEO로 컴백한 후 오는 2016년까지 2100억원을 들여 충북 오송에 선진국 수출품 전용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월 30일 3년 만기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한국경영인협회로부터 ‘2014 대한민국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ㆍ가장 신뢰받는 기업상’을 최근 수상해 회사 이미지를 높이기도 했다.

추진력 강하지만 포용력은…

하지만 윤 회장 앞에 놓여 있는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 제약시장이 한계에 이르고 수익성이 더욱 나빠지고 있는 현실이 걱정거리다.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법인세 124억원을 부과 받은 사실이 밝혀져 수익성 악화요인이 또 등장했다. 2013년 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R&D) 연구과제(38억원)를 수행하면서 해외파트너 인수합병으로 과제가 중단됐으나 연구비 반납은 1억8000만원에 그쳤다며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점도 찜찜하다. 윤 회장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 ‘베어톡(Bear Talk)’을 최근 오픈하고 사내 소통과 협업강화에 나섰다.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를 즐겼던 그는 요즘 임직원들과 매달 등산으로 화합을 다지고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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