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기 회장의 감성경영

▲ 문화예술 관련 봉사활동에 참여한 직원일수록 조직만족도와 업무열의가 높아진다. 사진은 엠엘씨월드카고에서 시행 중인 아트버스.[사진=엠엘씨월드카고 제공]
융복합시대를 논하며 많은 기업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좋은 복지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더라도 기업 문화로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 문화예술이라는 ‘소프트’한 감성을 제도의 틀 속에 넣어 주입하려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아서다. 직원들이 원하는 문화예술이란 무엇일까.

최근 문화예술 활동을 기업 경영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에 따라 고객만족과 직원만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그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 ‘만족’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게 충족된 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충족해 주는 섬세함, 남들과 이질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았을 때의 특별함에서 기인한다. 그것을 찾아내는 ‘안목’이 바로 문화예술적 감성에 있다.

사무실에서 예술작품 감상

필자가 처음 경영에 예술을 접목한 계기는 작은 그림 한 점이었다. 사무실 한편에 걸어둔 그림이 직원들의 시선을 여유롭게 하고 분위기를 환기시킨다는 점을 발견하고, 사무공간에 예술을 접목한 것이다. 미술품과 예술품을 배치해 사무실을 갤러리 풍으로 구현했다. 이른바 ‘아트오피스’다. 미술관에 가야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무실 내에서 언제, 어디서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분위기를 새롭게 전환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작품을 변경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젊은 청년작가의 작품으로 구성, 직원의 감성지능 향상과 더불어 한국예술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한다. 감정노동이나 반복업무가 많은 경우, 창의성을 유도하기 위한 업무환경 개선은 필수적이다. 아트오피스 도입 후 근무만족도가 향상됐음은 물론이다. 말투나 행동, 눈빛과 같은 ‘밝은 분위기’는 고객에게 눈에 보이지 않은 감성서비스를 전달하는 효과를 보였다. 회사 내에서도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다.

기업이 제공하는 교육도 직원들의 잠재된 예술적 감성을 일깨우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필자의 회사는 월 1회 전문가를 초빙해 미술교육을 진행한다. 르네상스, 비디오 아트와 백남준, 클림트와 쉴레, 박수근과 이중섭 등 직원이 주제를 정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처음 반응은 미미했다. 그러나 2012년 시행 이후 3년 차에 접어든 현재, 커리큘럼 질문이 늘고 강연 자료를 따로 요청하는 직원이 생길 만큼 미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졌다.

 
미술교육의 무르익은 열매를 사회로 나누자는 의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여름을 시작으로 우리 회사 직원들은 사회적 기업 캔파운데이션의 ‘아트버스’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아트버스는 문화소외지역의 지역민, 저소득층 아동 등을 대상으로 예술버스를 운영해 작가들과 함께 미술ㆍ문화행사를 체험하는 ‘찾아가는 예술 프로젝트’다. 

기업과 어린이가 예술로 만나

그림 한 점에서 시작된 아트 오피스는 미술교육을 지나 아트버스로 연결됐다. 아트버스가 또 어디를 향해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화예술은 목표나 지향점을 가지고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삶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일터가 삶터로 바뀌길 기대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직원들의 감성지수를 높여보자. 어느 순간 직원들 한명 한명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돼 있을지 모른다. 회사의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채명기 DSE 회장 mkchai@dsecar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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