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공공기관 예산낭비 천태만상

올해 국정감사 키워드는 ‘부채’였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 중인 ‘초이노믹스’의 영향으로 정부ㆍ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온 나라가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와 공공기관은 국민의 혈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한 우주사업으로 수천억원을 날려버렸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억 소리’ 나는 혈세 낭비 천태만상을 꼬집어 봤다.

▲ 국가 채무 증가에도 공공기관과 정부에서 낭비하는 혈세는 천문학적 수준이다.[사진=뉴시스]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에도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빚만 늘어날 수 있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실제로 중앙정부의 채무 규모는 지난 8월 505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국가채무의 이자비용으로만 국민 1인당 42만원을 부담해야 할 실정이다. 게다가 각종 세금의 인상으로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버스ㆍ지하철ㆍ종량제 쓰레기봉투 등 각종 공공요금도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나라곳간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2014년도 국정감사에서 들어난 공공기관과 정부기관의 세금 낭비는 여전히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국민의 혈세를 허투루 쓰면서 세수부족을 걱정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경제가 어려울수록 ‘새는 돈’을 막아야 잘 산다는 말이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국민에게 전가된 원전비리 손실=원전비리로 인한 총 피해액이 2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원전비리에 따른 가동원전 정지일수는 680일(한빛 2ㆍ5ㆍ6호기, 신고리 1ㆍ2호기, 신월성 1호기 등 정비기간을 제외한 정지기간)로 발전손실비용은 6384억원이었다. 위조품목의 폐기와 교체에 들어간 비용이 62억원, 건설원전인 신월성 2호기와 신고리3ㆍ4호기의 피해액은 각각 3480억원, 1조66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원전비리 주요 품목이던 케이블의 구매와 교체비용에 신월성 2호기는 19억1200만원, 신고리 3ㆍ4호기는 969억원이 소요됐다. [※ 참고: 운영허가를 받지 않은 신월성 2호기와 신고리 3ㆍ4호기의 경우 건설 지연 등을 고려해 1년을 기준으로 발전손실액과 위조품목 교체비용을 산정한 결과.] 이에 따라 원전비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은 총 2조586억원에 달했다. 한 가구당(1800만 가구 기준) 1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더 낸 셈이다. 하지만 한수원이 위조품목 납품업체에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일반규격품 품질검증(13억원)’ ‘품질시험성적서(36억7000만원)’ ‘기기검증보고서(1360억3000만원)’ 등 총 1410억원에 불과했다.

국민에게 전가된 원전비리 피해

김제남 의원은 “비리는 업체가 저지르고 관리 부실은 정부가 했는데 결국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된 셈”이라며 “원전비리는 원전마피아들이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기 위해 국민에게 전기요금 상승과 안전 위협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이중의 고통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전을 둘러싼 원전마피아들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야말로 원전비리를 없애고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우주로 날려버린 혈세 2500억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지난 9년간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쓰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와 항우연으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 이후 우주산업 관련사업 과제별 현황 및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9년간 2조346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해 206개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하지만 206개 과제의 결과는 개인논문 1510건, 특허등록 485건, 기술이전 101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특허등록 485건 가운데 해외특허는 겨우 12건에 그쳤다. 게다가 206개 과제 중 2500억원이 투입된 55개의 과제는 논문ㆍ특허ㆍ기술이전 등 모든 부문에서 0건의 성과를 기록했다.

심학봉 의원은 “항우연이 지난 9년간 2500억원을 들여 연구한 55개 과제의 결과는 논문 0건, 특허 0건, 기술이전 0건으로 드러났다”며 “‘우주기술 자립으로 우주강국 실현’이라는 국정과제의 명분이 무색하게 국민혈세 2500억원을 우주로 날려버린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시장과 경쟁하기에 아직은 기술력과 예산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일선에 있는 연구원들이 국민세금으로 하는 사업임을 잊지 않고 연구개발에 임해야 한다”며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항우연의 책임 있는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60억원을 투자한 우주인 프로젝트에 관한 지적도 있었다. 배광덕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항우연을 퇴사하고 미국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를 마친 뒤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해 3년 뒤면 시민권이 나온다”며 “그가 미국 시민권을 안 받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우주인 귀환 이후 활용 계획을 제대로 세워 놓지 않은 항우연의 우주인 사업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항우연이 우주인 사업 후속사업 추진에는 노력하지 않고 이 박사를 홍보수단으로만 활용했기 때문이다.
▲ 민자도로에 비싼 통행료를 내고도 막대한 규모의 혈세가 낭비되는 이유는 부실한 통행료 예측에 있다.[사진=뉴시스]
홍의락 새정치연합 의원은 “항우연이 우주인 귀환 이후 활용 계획을 제대로 세워놓지 않았지만 이 박사는 30여 건의 우주과학 논문을 발표하고 1건의 특허도 등록하는 등 스스로 역할을 찾아내려 노력했다”며 “하지만 항우연은 오히려 외부강연 235회, 과학 전시회ㆍ행사 90회, 대중매체 접촉 203회 등 4년 동안 523회에 이르는 대외 일정을 이 박사에게 넘겼다”고 꼬집었다.

◊부실한 통행량 예측으로 줄줄 새는 세금=민자도로의 잘못된 통행량 예측 때문에 비싼 통행료에도 총 2조1320억원의 혈세가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민자도로 최수운영수입보장(MRG) 지원액 현황’에 따르면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9개의 민자고속도로에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총 2조1320억의 혈세가 지원됐다. 도로별로 살펴보면, 인천공항고속도로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9648억원의 세금이 지급됐다. 이밖에도 ‘천안~논산고속도로(2004~2013년) 4334억원’ ‘대구~부산고속도로(2008~ 2013년) 3795억원’ ‘부산~울산고속도로(2010~2013년) 1458억원’ ‘서울외곽(2009~2013년) 1203억원’ ‘서울~춘천고속도로(2010~2013년) 393억원’ 등이다.

▲ 원전비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사진=뉴시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도로ㆍ터널ㆍ교량 등의 사회기반 시설을 만들 때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제도를 통해 실제 수익이 예상 수익보다 적을 경우 그 부족분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고 있다. 이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민자도로에 막대한 규모의 혈세가 투입된 이유는 예상 수익을 지나치게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의 원인이 부실한 통행료 예측에 있다는 얘기다.

이노근 의원은 “잘못된 통행예측 때문에 비싼 통행료를 내고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며 “MRG 조정 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0개 민자도로의 ‘협약 대비 실제 통행료 수입 비율’은 58.9%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수입비율이 50%도 넘지 못한 곳은 ‘인천공항고속도로(42.4%)’ ‘부산~울산고속도로(44.3%)’ ‘대구~부산고속도로(47.7%)’ 등 3곳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3곳의 민자도로에 지원된 혈세는 인천공항고속도로 977억원, 부산~울산고속도로 426억원, 대구~부산고속도로 839억원에 달했다.

국민 혈세 먹는 ‘민자도로’

다행히 서수원~평택고속도로에 투입될 혈세는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수원~평택고속도로의 사업시행자인 경기고속도로가 통행료 인하와 MRG 폐지가 포함된 변경실시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통행료는 10월 22일부터 인하됐다. 또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이뤄졌던 통행료 조정을 3년 주기로 변경했다.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2.4% 최대 7.37%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향후 25년간(2015~2039년) 이용자의 통행료가 약 9600억원 절감되고 정부의 재정부담도 감소할 전망이다. 2009년 개통한 서수원~평택고속도로에는 지난해까지 총 131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서수원~평택고속도로를 시작으로 민자고속도로의 MRG 폐지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용인~서울고속도로, 인천공항고속도로 등과도 협약 변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의 통행료 부담을 완화하고,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무리한 기소로 혈세 낭비=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수사 미진 등으로 무죄 선고율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를 보상하는 데 쓰이는 국민 혈세가 한해 5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고등검찰청과 각 지방검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지급된 형사피해보상금은 1585억9000만원에 달했다. 형사보상금은 검찰 수사로 인해 구금됐던 피의자ㆍ피고인이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이 났을 때 국가에 보상을 청구해 피해를 보상 받는 제도다. 형사피해보상금의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3만6958건으로 521억1000만원을 기록했던 형사피해보상금은 지난해 545억6000만원(2만7100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519억2000만(1만2948건)을 지급했다.

주요 사건을 많이 다루는 서울고등검찰청의 형사보상금 지급 규모는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고검이 지급한 형사보험금은 2012년 50억원에서 2013년 125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6월까지 168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지급된 전체 형사보험금의 21.7%에 달하는 금액이다. 서울고검의 지난해 무죄 선고율은 3.58%로 2012년의 1.53%보다 2배 이상 증가했고 전국 평균인 2.01%를 크게 웃돌았다. 이상민 의원은 “검사가 기소를 하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무죄가 되거나 법리 오해로 인해 억울한 기소와 재판을 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무죄 판결이 늘어나면 국민들은 법무부를 절대 신뢰할 수 없을 것이고 보상금 지급으로 인해 국민 혈세가 낭비되기 때문에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법리해석 잘못, 국민에 부담


특히 검사의 잘못에 따른 무죄사건이 2009년 633건에서 2010년 769건, 2011년 778건, 2012년 1107건, 지난해 144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무죄 사건 1448건 가운데 811건이 검찰의 ‘수사 미진’이 원인이었다. 이밖에도 ‘법리 오해(511건)’ ‘증거 판단 잘못(54건)’ ‘공소 유지 소홀(12건) 등이 있었다.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은 “검사의 과오로 유죄를 입증하지 못하고 무죄가 선고된다면 당사자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며 “검사가 법리를 잘못 해석해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8년간 89억원 날린 결핵예방사업=결핵예방사업을 위해 매년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결핵퇴치를 위해 2008년 ‘결핵퇴치 2030계획’을 수립했다. 2010년 말에는 결핵퇴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결핵조기퇴치 New2020plan’을 재수립하고 ‘결핵 없는 사회, 건강한 국가’라는 슬로건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3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그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 결핵 예방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1714억원에 달했다. 특히 2011년부터는 예산을 3배가량 늘렸지만 결핵발생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매년 3만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고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 CD) 회원국 중 ‘결핵환자 발생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치를 벗기 위해 ‘결핵 없는 사회, 건강한 국가’라는 그럴듯한 슬로건을 내세웠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무능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결핵예방백신(BCG) 국내생산 실패를 국내 결핵환자가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질병관리본부는 BCG의 국내 생산을 위해 2006년부터 생산시설을 짓고 약 89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백신 생산을 위한 균주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87억원을 들여 2011년 완공한 백신생산시설에선 여전히 백신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고,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BCG 생산시설을 설치한 지 10개월 후부터 균주 확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외양간을 짓기도 전에 소를 산 격이다.

OECD 1위인 결핵발병률

더구나 균주 확보를 위해 체결한 덴마크 SSI사와 업무협약(MOU)은 아무런 성과 없이 지난 2011년 말 끝났다. 게다가 SSI사와 계약이 끝나고 나서야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의 MOU를 체결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결핵연구원을 통해 2년에 걸쳐 자체 균주 개발을 시도했고. 지난해엔 SSI사와의 협상 재재와 결렬을 반복했다. 결국 올 8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와 백신 생산용 균주 이전을 위한 협약 체결에 성공했다. 최동익 의원은 “정부가 89억이라는 국민혈세와 8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한 결핵백신 개발 사업이 너무 허술하게 진행돼 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동안 OECD 결핵발생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음에도 결핵 발생률이 감소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정부부처는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국세청은 세금고지서 반송비용으로 연간 32억원을 허비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당연한 결과의 설문조사에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출국 이후 3개월 이상 입국기록이 없는 아동 2만4000여명에게 3년간 213억원의 ‘양육수당’이 지급됐지만 업무 협조 등을 핑계로 제대로 된 실태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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