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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경제정글 시대다. 약육강식이 판치는 탓에 경쟁력이나 체질이 약한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도 방심하면 존폐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필요한 건 ‘Moon Shot Thinking’이다. ‘달에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획기적 생각으로 무장하라는 얘기다. 

▲ 기업이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투자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사진=뉴시스]
‘Moon Shot Thinking’이란 말이 있다. 1962년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생긴 말이다. 당시는 그 누구도 달에 가겠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Moon Shot Thinking에 가장 어울리는 이는 영화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이자 2013년 ‘포춘지’가 선정한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Elon Musk)다. 그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엘론 머스크는 학창시절부터 환경과 에너지에 관심을 가졌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전적인 사업을 구상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실현하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 나사(NASA)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예산으로 세계 첫 민간우주로켓인 ‘스페이스X’를 발사했고, 순수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 신개념 충전소 ‘솔라시티’ 등의 기업을 이끌고 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혁신적인 생각을 자신의 기업을 통해 도전해온 그의 다음 목표는 ‘화성’의 식민지화다.

그렇다면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우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놀라운 발전, 급진적인 혁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면 기존의 방법이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보다 10배 혹은 100배 이상의 개선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럴 땐 근본적인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창의적인,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Moon shot Thinking’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이 또 있다. 미국의 인터넷업체 구글이다. 구글은 ‘구글X’라는 혁신 연구소를 설립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큰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다. 일례로 구글은 세계적으로 연간 수백만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문제점을 제시했고 그 원인을 사람이 운전을 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를 개발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성공적인 시험운전까지 마쳤다. 또한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상이 아직도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룬 프로젝트(Loon Project)’를 계획했다. 인터넷 공유기를 단 풍선을 성층권에 띄워 인터넷으로부터 소외된 지역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에 혁신은 필수조건이다. 이를 실현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기ㆍ전자 제조업체 소니는 1955년 일본 최초로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호주ㆍ독일ㆍ미국 등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소니의 라디오는 출시 첫해 10만대가 판매됐지만 1968년에는 5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후 196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텔레비전ㆍ컴퓨터ㆍ워크맨ㆍ콤팩트디스크ㆍ게임기(Play Station)ㆍ캠코더 등 혁신적인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글로벌 전자제품 업체로 성장했다.

구글 혁신 결정체 ‘룬프로젝트’

1980년대 소니 제품에 대한 10~20대의 인기는 열광적이었으며 젊은이들의 충성도는 지금의 ‘애플’ 이상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기존 사업을 소홀히 했고 글로벌 IT 시장에서 크게 뒤처지게 됐다. 소니는 2014년 회계연도의 순손실이 2300억엔(2조2694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195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주 배당이 어려운 수준으로 몰락한 것이다. 1988년부터 2010년까지 20년이 넘게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던 노키아도 순식간에 몰락했다. 2007년 노키아의 글로벌 휴대전화 점유율은 49%에 달했다. 하지만 2011년 18%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3%라는 초라한 성적을 올렸다. 현재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됐다.

노키아가 몰락한 이유는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서다. 시장을 선도했지만 혁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하고 후발업체의 성장을 무시한 자만심이 노키아의 몰락을 부추겼다. 이런 경우는 소니와 노키아뿐만이 아니다. 사업초기의 반짝 성공에 취해 사라진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교만과 자신감의 영향으로 기업은 불필요하게 방대해진다. 제품ㆍ경영의 혁신과는 거리가 먼 곳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가 그 영향으로 사라진다. 기업은 혁신과 위기를 끊임없이 먹고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14년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각각 10%, 43% 감소했다. 이는 과도한 마케팅 비용, 고사양 제품의 판매부진, 중국 저가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 확대 때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성장이 위협적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최근에는 전 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저가 스마트폰 업체만 위협적인 건 아니다. 애플이 대화면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사양은 올리고 가격은 내린 제품을 올 연말께 출시할 예정이다. 물론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전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혁신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혁신보다는 적극적인 마케팅, 가격인하 전략으로 점유율을 유지하려 한다는 얘기다. IT의 가치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투자는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다. 큰 그림에서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차의 방향성도 다소 우려스럽다. 연비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브랜드 고급화에 치중해 대형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1L의 기름으로 1㎞를 더 가기 위한 경쟁이 필요할 때다. 현대차는 1L에 10㎞~20㎞가 아닌 100㎞를 가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다른 업체에서 이런 R&D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차가 삼성동 한전부지에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다는 뉴스는 반갑지 않다.

가격으로 대응하는 삼성 괜찮나

물론 부동산도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열사들이 밀집해 있는 사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0조~30조원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L당 100㎞를 갈 수 있는 자동차,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 등을 만들기 위한 R&D가 필요한 시점이라서다. 경쟁의 문턱이 사라지고 있다. 시장 선도업체도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년 혹은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몇달이면 족하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큰 그림에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과감한 투자와 함께 혁신적인 비전이 반영된 높고 큰 꿈을 꿔야 한다는 얘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oocj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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