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신혜성 마크마운트 대표

▲ 신혜성 마크마운트 대표는 “적은 돈으로 세상을 바꾸는 게 크라우드 펀딩의 묘미”라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투자기관인 한국사회투자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와디즈)을 운영하는 마크마운트가 ‘손’을 맞잡았다. 사회적 문제해결 아이템으로 500만원의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면 ‘한도 1억원ㆍ이율 연 2%ㆍ상환기간은 5년’ 조건의 대출을 해주기 위해서다. 이른바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연계 융자사업’인데, 대안대출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이목을 끌고 있다. 신혜성 마크마운트 대표를 만나봤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이 국내에 도입된 지 15년이 흘렀다. 우려와 달리 많은 긍정적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경제적 이익’이 아닌 ‘사회적 가치실현’이라는 사회적 금융의 콘셉트는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새로운 대출방식으로 조명받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연계 융자사업’은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 금융과 구조가 비슷해서다. 이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일정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면 저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한국사회투자가 기회를 잡은 창업자에게 성공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는 방식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사전검증 시스템이 추가됐다는 게 다를 뿐이다. 더구나 크라우드 펀딩은 금융권을 통하지 않고 자금까지 조달할 수도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대안 금융’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 연계 융자 사업’이 우려보다는 또 다른 독특한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도 1억원. 이율은 연 2%. 상환기간은 5년.” 투자기관인 한국사회투자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와디즈)을 운영하는 마크마운트가 합작해 내놓은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연계 융자사업’의 대출 조건이다. 전제가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사업으로 500만원의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야 한다. 과연 대안 금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 이런 대출 조건을 본 적 없다. 도대체 어떤 시스템인가.
“크라우드 펀딩의 구조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 크라우드 펀딩은 무엇인가.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를 통해 소액 투자를 유도하는 거다. 투자를 받으려면 아무래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유리하다. 크라우드 펀딩을 ‘사회적 금융’이라 부르는 이유다.”

✚ 기존 전통금융과 다른 게 뭔가.
“시중은행이든 정책금융이든 전통금융은 사업의 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 사업의 도덕성이나 사회적 가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반면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철학에 맞는 가치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 쉽게 말해 달라.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 100년 이상 된 도넛가게가 있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 폐업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곳을 쉼터로 오랫동안 애용했던 지역 경찰 9명이 십시일반 투자를 해서 다시 살렸다. 현지 밀가루를 사용해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했다. 투자자가 고객이라 수익성도 필요 없다. 이처럼 전통금융이 할 수 없는 펀딩을 가능하게 하는 거다.”

✚ 악용될 소지도 있을 듯하다.

“물론이다. 그래서 사업을 검증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하는 일이 그런 거다. 사업자는 자신이 하려는 사업을 소셜네트워크에 완전히 공개해야 하고, 와디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또 각종 비정형 데이터들을 분석해 판단 자료로 제공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유리한 조건의 ‘사회적 경제 지원기관 연계 융자사업’을 투자기관인 한국사회투자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가 합작해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사회투자는 ‘대출기회’를 열어주고, 와디즈는 ‘대출검증’을 위한 장(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제공한다.

✚ 펀딩을 받으려는 사업에 제한은 없나.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건 투자자다. 특히 은행의 신용등급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업 영역이나 유형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투자자들이 투자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최대한 투명하게 사업을 공개하는 데 집중한다. 

✚ 와디즈의 역할이 한국거래소와 비슷해 보인다.
“그렇다. 형식은 다르지만 사업자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을 공개하는 IPO와 비슷하다.”

✚ 마크마운트에 그런 검증 능력이 있나.
“시중은행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했고, 애널리스트로도 일한 경험이 있다. 투자할 만한 기업을 골라내는 일을 오래 했다. 물론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 등을 더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그런 검증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어 검증 기능은 향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 개인이 융자를 받기 위해 펀딩을 조작할 수도 있지 않나.
“펀딩 기간 중 참여자 수, 기간, 액수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다. 조작을 하면 날짜가 몰린다든지 하는 몇몇 특징들이 나타나는데 그걸 잡아낸다. 또 펀딩이 성공한다고 무조건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추천서를 써주면 기회를 얻고,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펀딩은 받을 수 있더라도 그렇게 쉽게 융자를 해주지는 않는다.”

✚ 소셜에 공개하면 아이디어가 도용당할 위험은 없는가.
“별도 보호 장치는 없다. 다만 해외에서도 입증된 바 있는데, 아이디어만으로는 펀딩이 성공하지 않는다. 투자자는 실현가능성이 있어야 투자를 한다. 때문에 예를 들어 펀딩을 받으려면 제조업의 경우 최소한의 특허라도 갖춰야 한다. 그래서 펀딩을 받으려는 이들에게 단순한 아이디어는 빼앗길 가능성이 있고, 투자도 쉽지 않다는 걸 사전에 조언해준다.”

 
✚ 크라우드 펀딩만 받으면 앞서 말한 대출이 가능한가.
“30~60일 안에 펀딩이 성공해야 한다. 실패하면 투자금을 돌려주고 종료된다. 투자 진행과정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 한 사람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도 안 된다. 펀딩으로 500만원을 모으면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받은 셈이고, 결국 대출 조건이 완성된다.”

✚ 대출을 받고 나서 갚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은행권처럼 곧바로 회수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성과나 채무자의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상환기간을 늘려주기도 하고,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안 되면 절차대로 한다. 애초에 일반보증을 받아 놓는데, 그에 따라 채무 책임을 묻게 된다.”

✚ 크라우드 펀딩이 금융권을 대신할 수도 있을 듯하다.
“향후 공모주 형태가 가능하게 되면 그럴 수도 있다. 금융권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다. 현행법상 공모가 안 되도록 돼 있어서다. 국회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상정된 적이 있는데,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번 다뤄질 예정이다. 법이 통과되면 개인의 적은 돈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모두 알게 될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