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6년의 기록

미국이 6년 동안 4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양적완화 정책의 종료를 선언했다. 숱한 논란을 양산했지만 양적완화 정책의 성과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죽음의 바다’로 추락하던 미국 경제의 숨통을 터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을 5%대로 떨어뜨리고, 주가를 100% 이상 끌어올린 건 부인하기 어려운 성과다. 미국 양적완화 6년의 기록을 살펴봤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0월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다.[사진=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완료했다. 10월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월 15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와 모기지채권(MBS) 매입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11월부터 채권을 매입하지 않는다. 미국은 2012년 9월부터 매달 450억 달러 상당의 국채와 400억 달러 상당의 MBS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대하는 3차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했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기준금리는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성명서에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문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시기에 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준은 “향후 고용과 인플레이션율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며 “하지만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에는 이를 늦출 수 있다”고 전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당기간’이란 문구는 최근의 고용 개선 속도를 감안할 때 12월에 삭제가 예상된다”며 “유로존 이슈 등 글로벌 경기 여건에 따라 늦춰질 수는 있지만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삭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시기는 내년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유력하다”며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상당기간’이라는 문구가 12월에 삭제돼도 상반기 중에는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미국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중”이라며 “고용시장은 개선되고 실업률은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고용시장을 이야기하며 자주 언급했던 ‘노동력의 저활용’ 문제에 “노동자원 저활용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문구를 새롭게 추가했다. 또한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발생시장을 통해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만기 규모가 200만 달러를 밑돌 경우에는 재투자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난 6년 동안 3차례에 걸쳐 4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시장에 쏟아 부었다. 2009년 1차 양적완화를 통해 1조7000억 달러를 공급했다. 2010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2차 양적완화로 약 6000억 달러를 풀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불안은 계속됐다. 결국, 2012년 9월 3차 양적완화를 발표했고 12월에는 이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1월부터 매달 450억 달러의 국채와 MBS를 함께 매입해 850억 달러의 자금을 풀면서 실업률이 6.5% 이하로 떨어지거나 인플레이션이 2.5% 이상 오를 때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제한’ ‘무기한’이라는 단서조항까지 달면서 ‘돈’을 풀었다는 얘기다. 이는 액수 자체로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경제학에서는 나오지 않은 유례없는 정책이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

미국 정부는 시장이 패닉에 빠질 것을 염려해 매달 85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시장에 풀었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도 초저금리(0~0.25%) 기조를 유지했다. 유동성을 확대해 시장에 돈을 돌게 하기 위한 묘안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은행, 투자자들은 ‘제로 수준’에 가까운 금리로 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런 자금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뿌려졌고 글로벌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이를 '달러캐리트레이드'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양적양화 정책은 종료됐다.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슈퍼 달러(달러화 강세)’ 현상과 올초 브릭스(BRICs) 국가인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의 통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도 연준이 시장에 푸는 돈을 줄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연준이 시장에 푸는 돈을 줄이기만 했다는 거다. 정작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작업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직은 양적완화 종료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행히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6일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란 정책으로 돈 풀기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도 국채 매입은 아니지만 커버드본드(부동산 담보 대출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유동화한 채권)를 사들이면서 경제 부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까지 나타난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경제부양 효과는 성공적이다. 앤서니 챈 JP모건 수석 경제분석가는 “지금 우리를 보라”며 “양적완화 정책은 매우 인상적인 성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태 이후 인플레이션율은 적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다시 직장을 찾았다”며 “주식 시장은 금융위기 때보다 2배에 가깝게 올랐다”고 평가했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 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는 양적완화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펄프 픽션’에 비유하며 “죽을 것처럼 보였던 여주인공이 살아난 것과 같다”며 “이는 명백하게 했어야 했던 옳은 일”이라고 전했다.

물론 양적완화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공화당)을 비롯한 여러 정치인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연준 내부에서도 양적완화의 효과를 부정하는 의견이 있었다.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2012년 9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3차 양적완화를 통한 자산매입이 미국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며 “이같은 조치가 고용시장과 경제회복 속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위험을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제

또한 3차 양적완화가 고용창출 없이 인플레이션 압력만 높일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완료된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5.9%로 떨어졌다. 이는 2008년 7월에 기록한 5.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09년 10월 10%로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해 7%대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 6%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도 금융위기가 이전에 비해 101% 상승한 20 00포인트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분기 4.6%를 기록해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택시장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됐다. 15%대 까지 치솟았던 정크본드(투기등급) 부도율은 최근 0~1%대로 떨어졌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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