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노조의 서로 다른 ‘윤종규觀’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가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회장과은행장을 당분간 겸임하기로 결정했다.[사진=뉴시스]
시장도, 노조도 반겼다.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부사장은 그렇게 ‘환영받는 내정자’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KB금융의 또 다른 노조는 ‘비리사건으로 물러난 이가 옥새를 들고 나타난 격’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IG손해보험 인수건도 골칫거리다. 윤종규 내정자가 풀어야 할 문제를 짚었다.

각종 부정•비리 사건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주전산기 교체 사건’으로 내홍을 앓은 KB금융그룹에 차기 회장 후보가 결정됐다. 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0월 22일 후보자 4명 가운데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부사장이 새로운 회장으로 내정됐다. 이에 따라 11월 21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금융권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던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내정 소식을 반기는 모습이다. 내부인사 출신으로 KB금융그룹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정상화에 적합한 인물이란 평을 받고 있어서다.

윤 내정자의 차지 회장 내정 소식에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지난 21일 3만7300원으로 떨어졌던 주가는 22일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30일 4만3000원까지 올랐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KB금융그룹 부사장으로 재직한 2010년 이후 두명의 회장과 함께 일해 경영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부출신 인사의 선임으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 해소와 영업력 결집 효과가 예상된다”며 “회장직 내부 승계 기조의 정착 가능성이 커져 중장기적 독자경영 토대가 구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지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소위 ‘관피아’라 일컬어지는 정치계 내정자가 아닌 KB금융그룹 내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지배구조 이슈 안정화와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불편한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노치勞治’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한번 연임해 4년 정도 근무하면 내부인사로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윤 내정자가 발탁됐기 때문이다. 윤 내정자의 이력은 국민은행 노조의 조건에 부합한다.

외압 이겨내고 내부 인사 발탁

당연히 KB노조는 윤 내정자의 선임을 반기고 있다. 성낙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KB가 ‘관치’ 외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로 최악을 피해서 다행”이라며 “직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외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부 승계 프로그램과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가 KB금융그룹의 안정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10월 30일 윤 내정자의 첫 출근길은 평온했다. 2012년 임영록 전 회장의 취임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농성을 벌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금융권 관계자 “이전 회장과 달리 노조의 신임을 얻은 인사가 신임 회장에 내정됐다”며 “회장 선출 초기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던 상황이 사라진 만큼 바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회장 선임에 노조의 눈치를 봤다는 것에서는 자유롭긴 어려울 전망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이사회가 윤 후보자의 선임에 노조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니다”며 “단지 KB안정화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중점을 둔 내정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많다. KB국민은행의 다른 노조인 KB국민은행의 새노조가 윤 내정자의 회장 선임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윤 내정자는 2002년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권유로 재무전략본부장으로 KB에 합류했다. 김 전 행장은 윤 내정자를 ‘상고 출신 천재’라고 평가하며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하지만 2003년 국민카드를 합병할 때 회계기준 위반으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고 김 전 행장과 함께 사임했다. 당시 국민은행은 추정손실ㆍ회수의문 여신을 고정, 요주의로 처리해 대손충당금 1580억원을 적게 쌓은 것으로 밝혀져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 운종규 KB금융그룹 내정자는“인사청탁에는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윤영대 KB국민은행 새노조 위원장은 “후보자 면면을 살펴보면 진정한 내부 인사는 한명도 없었다”며 “더욱이 분식회계라는 비리사건으로 KB를 떠났던 사람이 회장에 내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그룹 회장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깨끗한 인물이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며 “진정한 KB맨 중에도 능력이 출중한 인사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윤 내정자의 새 노조와의 관계 개선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차기 회장 후보자 선정에서부터 KB국민은행 노조와 새 노조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또 다른 내홍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LIG손해보험 인수 문제도 윤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KB금융그룹은 지난 6월 LIG손보와 6850억원(지분 19. 47%)에 인수계약을 맺고 8월 11일 금융위원회에 자회사편입을 신청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능력을 문제로 인수허가를 보류했다. 그 결과, KB금융그룹은 지난 10월 27일부터 하루 1억1000만원에 달하는 계약 지연이자를 물고 있다. 금융당국이 KB금융그룹의의 경영 플랜과 안정화 조치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윤 내정자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확고한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인수허가의 시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윤 내정자의 첫 시험대는 계열사 임원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KB금융그룹의 채널 싸움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1채널인 국민은행 출신 인사와 2채널인 주택은행 출신 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ㆍ주택은행 출신의 평등주의ㆍ줄서기 인사 관행을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영록 전 회장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모든 직급의 정기인사를 ‘원샷’ 인사를 도입했다. 한편에선 KB금융의 내부 갈등을 더 이상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낙하산 인사’가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갈등을 유발한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 “두개의 다른 회사가 합병된 만큼 파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파벌을 이용하는 ‘낙하산 인사’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회장 선임할 때마다 매번 내부 갈등을 핑계로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다”며 “하지만 이런 낙하산 인사는 파벌 갈등을 봉합하기 보다 오히려 더 악화시켜 낙하산 인사의 명분으로 삼았다”고 꼬집었다.

윤 내정자도 인사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KB금융 그룹의 내부승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줄서기 인사를 막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윤 내정자는 “제발 쓸데없는 청탁은 일체 하지 말라”며 “수첩을 하나 샀는데 청탁한 사람은 반드시 수첩에 기록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윤 내정자는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윤 내정자가 첫 인사를 통해 KB금융그룹 정상화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연말까지는 큰 폭의 인사가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인사에 신중을 가하기 위해서일 것”이라며 “첫 인사가 정상화 방안과 내부 장악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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