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빠진 한국 제조업

▲ 국내외 저성장 기소 속 원화 강세오 추출 경쟁력 약화 등으로 한국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 경제의 기둥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올 3분기 삼성전자와 현대차마저 실적이 급감했다. 원화 강세 등 대외 환경이 썩 좋지 않아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언제까지 경영 환경을 탓할 것이냐며 일침을 가한다. 생산설비 투자를 통한 규모의 성장이 아닌 연구개발(R&D) 등 무형자산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내외 저성장 기조 속 원화 강세와 수출 경쟁력 약화 등으로 한국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10년 15.8%에서 올 상반기에 0.9%로 급락했다. 수익성도 악화돼 국내 기업의 매출 세전 순이익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2.9%까지 떨어졌다. 특히 전자ㆍ자동차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ㆍ기아차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올 3분기 매출 21조280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6847억원을 기록, 지난해 3분기(2조101억원)보다 18% 감소했다. 이는 2010년 4분기(1조2370억원) 이후 15분기 만에 최저치다. 현대차는 파업과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로 국내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데다, 원화 강세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반토막’

기아차는 3분기 매출 11조4148억원, 영업이익 5666억원의 실적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11조6339억원)보다 1.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전년(6963억원) 보다 18.6%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2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최저치다. 기아차 역시 원화 강세로 인해 실적이 하락했다. 기아차는 “수출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이 기간 평균 환율이 1108원에서 1042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66원 떨어짐에 따라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지의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성장ㆍ저물가 기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반토막 났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4조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0% 감소했다. 매출은 47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삼성전자는 IT모바일(IM)부문 스마트폰 사업 경쟁 심화와 소비자가전(CE)사업의 계절적 수요 약세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모바일과 가전 부문 성수기를 맞아 실적 만회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핵심 사업인 모바일 부문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의 최대 라이벌인 애플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은 3분기 아이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85억 달러(약 8조98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규모다. 저가형 스마트폰 제조사가 합세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강화에도 삼성과 대조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현대차ㆍ기아차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흔들리자 국내 산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경제의 기둥인 제조업의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거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에 달한다. 그만큼 삼성과 현대차의 실적 부진은 한국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석유화학ㆍ조선 분야 등 다른 제조업체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3분기 357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523억원)에 비해 30.8% 줄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게 실적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306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3분기 영업이익(1422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했다. 매출은 3조7083억원을 기록, 8.2% 줄었다. 삼성정밀화학은 3분기 영업손실 91억원을 기록했다. 원화 강세에 따라 염소ㆍ셀룰로스 계열의 수출 중심 품목의 수익성이 크게 줄고, 구조조정 비용 등이 추가되며 적자를 기록했다.
▲ 삼성전자는 올 1분기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0% 감소했다.[사진=뉴시스]

건설업의 경우, 대림산업이 3분기 영업손실 189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사우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건비 부담이 컸고, 협력업체가 부실한데다 설계변경 등으로 추가 비용이 크게 증가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현대건설은 3분기 영업이익(2307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지만 전 분기에 비해선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2591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18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 하락했다. 매출은 3조2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저수익공사 매출지속, 충당금 설정 등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역시 영업손실 1조9346억원을 기록했다.

생산설비 확대 아닌 R&D 강화해야

이처럼 국내 기업이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해외수출 의존도가 높아서다. 그만큼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경영 환경만을 탓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세계 교역 부진 등은 다소 완화될 여지가 있지만 기조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 압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하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생산설비 투자가 아니라 연구개발(R&D) 등 무형자산 축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제조업체는 화학ㆍ조선 등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요한 사업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다. 이 때문에 성장하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생산설비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성장은 한계가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은 경기적인 측면 못지않게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글로벌 기업의 핵심역량은 무형자산(R&D 등) 위주지만 국내 기업은 유형자산(생산설비 등)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무형자산의 축적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차입을 통해 유형자산을 많이 보유하는 사업구조는 고정비 부담이 커서 경기둔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독일, 이스라엘의 기업의 자산 중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국내 기업의 방향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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