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방향 옳지만 절차 틀렸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방향 옳지만 절차 틀렸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115
  • 승인 2014.11.05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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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 전국공무원노조 등 공무원단체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개혁적이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참여정부 시절 개혁안보다 더 강력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그럼에도 공무원단체는 ‘단체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 행동을 수용하기 어렵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다.

11월 첫날,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모인 이들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ㆍ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ㆍ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ㆍ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50여개 공무원 단체. 10월 27일 새누리당이 의원 전원 발의 형식으로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마뜩지 않게 여긴 이들은 박근혜 정부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공무원단체들은 “정부가 공무원의 끝없는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공무원들의 대립이 본격화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냉랭하다. 공무원단체의 반발을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가 지난 9월말 전국 성인남녀 1168명에게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어본 결과, ‘전반적인 연금 재정 변화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59.1%로 과반수를 넘었다. ‘공무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22.2%에 그쳤다.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응답은 16.2%, ‘잘 모른다’는 응답이 2.5%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노 등 공무원단체가 국민연금까지 끌어들여 논란을 키웠다. 현실적이지 않아서다. 일부 진보적 시민단체마저 전공노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공노와 한목소리를 내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공무원들 외침에 명분 있을까

여론이 싸늘해진 덴 나름 이유가 있다. 정부가 ‘공무원=철밥통’ ‘공무원연금 수령액 >국민연금 수령액’ ‘2016~2027년 공무원연금 보전금=약 170조원’ ‘공무원연금 보전금=국민 세금’이라는 등식을 쏟아내며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전략에 여론이 놀아났다고 보긴 어렵다. 차가운 여론 속에는 온갖 특권을 누려온 공무원단체를 비판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겠다면 공무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나 단체교섭권 등을 풀어 일반 사기업 직원과 같은 권리를 달라”는 전공노의 주장에 힘이 전혀 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무원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가 옳은지를 따져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 공무원이 ‘권리박탈’의 반대급부로 누려온 특권이 적지 않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공직범죄와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에 올랐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발표한 ‘국가공무원(군인 제외) 징계 현황’에 따르면 공무원 징계 최다 사유는 ‘품위손상’이었고, 징계 공무원 총 1만3655명 중 6106명(44.71%)이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품위손상의 이유가 ‘음주운전(48.87%)’이었다는 데 있다. 2013년에도 품위손상으로 징계 받은 공무원 1198명 중 음주운전은 602명(50.25%)에 달했다. 징계 수준은 ‘견책’이 52.9%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정직(20.7%)’ ‘감봉(18.2%)’ 순이었다.

 
성범죄에 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분석해 발표한 ‘최근 5년간 성범죄 관련 공무원 징계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총 373건의 공무원 성범죄가 발생했다. 그중엔 성폭력이 211건(56.5%), 성희롱이 76건(20.4%), 심지어 성매매도 86건(23.1%)이나 됐다. 기관별로는 교육부(옛 교육과학기술부)가 189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찰청 77명,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26명, 법무부 18명 등이었다. 그러나 징계 결과를 보면 살펴보면 대부분 경징계에 그쳤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파면은 42명(11.2%), 해임은 64명(17.1%)에 불과했다. 견책이 103명(27.6%)으로 가장 많았고, 감봉이 71명(19.0%)이었다.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저버리고 선거에 개입해도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전국 243곳 광역ㆍ기초지자체 중 116곳(48%)의 공무원들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선거에 부당 개입했다. 건수로는 총 173건에 달했다. 위반 조항별로 보면 ‘교육 등의 명목으로 특정 정당, 후보자의 업적 홍보, 선거운동 기획과 실시에 관여, 지지도 조사와 발표, 기공식 거행, 선거개입을 위한 출장과 시설방문’이 80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자체장의 업적홍보를 위한 홍보물 발행ㆍ배부’가 73건, ‘공무원의 직무나 직위를 이용한 부당한 선거개입’이 40건이었다. 하지만 선관위는 7.5%에 불과한 13건만 수사의뢰ㆍ고발 조치하고, 나머지는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고(64건), 경고를 하는데(96건) 그쳤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도 주목할 만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공무원은 총 2298명이지만 그중 1873명(81.5%)이 징계 종류를 지정하지 않은 ‘부지정’ 상태였다. 감사원은 총 394명(정직 226명, 해임 73명, 파면 85명, 강등 10명)을 중징계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행률은 61%에 그쳤다.

공무원은 공공이익에 관한 업무를 보는 만큼 법을 어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법을 어겼을 경우엔 법집행은 더 엄격해야 한다. 하지만 무언가에 연루된 공무원의 처벌은 솜방망이처럼 약하다. 공무원조직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공무원들은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개혁 좋지만, 절차가 틀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무원이 받는 복지포인트와 월정직책급(직책수당),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등이 ‘보수’로 인정되지 않아, 지난 5년간 걷지 못한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상당하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에게 지급된 복지포인트, 월정직책급, 특정업무경비가 최근 5년(2010~2014년) 동안 모두 10조1977억원이었다. 문제는 이 항목들이 과세 대상이 아니고 건강보험료 산정에서도 빠지면서 5년간 건강보험료는 5853억원, 세금은 약 1조1319억원을 걷지 못했다는 거다. 반면 일반 직장인들은 모든 항목에서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

특권은 또 있다. 바로 ‘철밥통’이라는 직업의 안정성이다. 물론 공무원들은 ‘박봉’이라는 주장을 빼놓지 않지만 직급별 평균 승진기간, 각종 수당 등으로 실질 임금을 계산해 봤을 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참고: 공무원의 실질임금 계산은 후속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종합해 보면 전공노 등 공무원단체의 ‘박봉’이나 ‘권리 박탈’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공무원들 입맛에 맞추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얘기다. 그럼 공무원들이 여의도에 몰려 나와 정부를 성토하는 것도 그냥 지나쳐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방향이 옳든 그르든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내용 면에서 꽤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지금까지 나왔던 그 어떤 공무원연금 개혁보다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참여정부 시절 추진하려고 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보다 더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보다 보험료는 17% 더 내고, 연금은 15%(퇴직수당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10%) 덜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2년마다 1세씩 연장해 2031년까지 65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3년간 공무원 월평균 소득보다 소득이 높은 고위직 공무원은 연금 수령액을 더 줄이고, 평균보다 소득이 낮은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 수령액은 좀 더 오르도록 했다. 연금 지급률 역시 현행(평균 소득×1.9%)보다 낮추기로 했다. 중요한 건 은퇴한 퇴직자에게도 ‘고통분담금’ 명목으로 재정안정성 기금을 부담하도록 했다는 거다. 개정안대로라면 퇴직자 중 연금 수령 하위 33%는 2%, 33~66%는 3%, 67% 이상은 4%의 차별화된 기금을 부담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한 재정 절감 효과는 2016년부터 2080년까지 442조원으로 추사된다. 정부안의 342조원보다 100조원이 더 줄어든다. 공무원 퇴직금을 현실화하는 부분을 고려하면 2080년까지 현행 대비 17.5%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공무원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내는 과정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안행부가 정부안을 발표(10월 17일)한 지 열흘만에 개정안을 냈다.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처리’를 주문해서다, 28일 박 대통령이 한번 더 주문하자  새누리당은 전원 찬성, 당론 발의로 법안을 내놨다. 공무원연금의 당사자인 직업공무원들과의 의견 조율은 단 한번도 없었다.

▲ ‘공무원연금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직후 새누리당은 전원 찬성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사진=뉴시스]
최진봉 성공회대(신문방송학) 교수는 “공무원들은 일정한 액수의 돈을 연금에 넣으면 얼마만큼의 액수가 되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갖고 공무원이 됐고 연금에 가입했는데,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뒤집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무원연금에 손실이 났으면 그 이유가 뭔지 명백히 밝히고, 운영상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따진 뒤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면 정부와 공무원이 함께 짐을 나누자고 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전공노에 따르면 정부는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공무원연금에 손을 대 부실하게 운영한 책임이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11만명의 공무원을 구조조정하면서 정부가 그들에게 줘야 할 퇴직금을 공무원연금에서 빼 준 것이 대표적이다. 무조건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논리로 정부가 모든 책임을 공무원에게 돌리면 곤란하다는 거다.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공무원단체측 주장을 귓등으로 흘려들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진봉 교수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불입기간, 운영기관, 수혜자가 다르다”며 “상품이 다르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필요하면 이해당사자를 충분히 설득해 자발적인 양보를 이끌어내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지금과 같은 밀어붙이기 식은 독재나 다름없다”며 “대화와 합의 혹은 협의를 통해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정부는 왜 모르는가”라고 꼬집었다. 대화와 소통을 전제로 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2010년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 과정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이 건보 개혁안으로 미국 국민의 약 95%가 건강보험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좋은 정책이지만 반발도 거셌다. 정부가 앞장서서 가진 이들의 세금을 걷고, 이 돈으로 없는 이들의 사정을 돌봐주는 건 미국이 지향하는 국가상이 아니라서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건보 개혁안을 ‘사회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고,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찬반 의견은 팽팽했다. 이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직접 반대세력들을 하나하나 만나 설득하기 시작했다.

반대 의견을 외면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식이 아니었다.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토론을 벌이기도 했고, 공화당 의원 연수회에 참석해 그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국민 연설을 100회 이상 가졌고, 자신을 적대시하는 TV 뉴스에 등장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후에도 국회 본회의 과정에서 11시간이나 찬반 토론을 더 거쳤다. 물론 공화당 의원 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투표를 막거나 퇴장하거나 하는 의원들은 없었다. 장외투쟁도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득작업을 다했고, 남은 것이 표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후보가 국민 의료보험 혜택을 공약으로 내건 지 100여년 만에 미국의 건보 개혁이 이뤄졌다. 아무리 국민에게 좋은 거라도 그냥 밀고 나가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정책 추진의 기본은 ‘대화’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국민연금 개혁도 의견수렴 과정을 수없이 거쳤다.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2003년 10월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인 200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 야당과 시민단체가 합의한 개정안은 2007년 4월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만 해도 60차례 이상 열렸다. 특히 정부안에 앞서 여야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야당과 비공개 협의를 두달가량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현재의 박근혜 정부에선 대화와 소통, 참여와 토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전 국민이 공감하고 있고, 이번 새누리당의 개정안이 꽤 의미 있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들이 공무원조직을 바라보는 반감 역시 크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공무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화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다. 향후의  공무원연금 운영을 비롯해 복지국가식 공적연금의 공론화, 정치활동 금지 철폐 문제 등은 다음 문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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