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통 옴니채널

월마트ㆍ메이시스 등 글로벌 유통채널만이 아니다. 버버리 같은 패션기업도 ‘옴니채널’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쉽게 말해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온ㆍ오프라인의 장점을 모두 갖춘 새로운 ‘유통채널’이 바로 옴니채널이라는 얘기다. 국내 유통기업에 옴니채널은 이제 전략이 아닌 필요충분조건이 됐다.

▲ 패션 기업 버버리는 옴니채널의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봄, 여름 컬렉션 런웨이 현장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실시간 중개하고 모델이 입고 나온 의상을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사진=뉴시스]
10월 31일 롯데마트가 기막힌 서비스를 하나 내놨다. 롯데 ‘월드타워점’ 롯데마트 점포에서 롯데마트몰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 월드쿠폰을 클릭하면 쇼핑 동선에 따라 맞춤형 할인 쿠폰이 스마트폰에 뜬다. 저전력 블루투스 근거리 통신기술인 ‘비콘(Bea con)’을 활용한 위치 기반 모바일 서비스다. 패션몰 양재 하이브랜드도 최근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시범에 들어갔다. 이런 서비스도 있다. 롯데닷컴 PC웹사이트 또는 스마트픽 전용 앱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하면 전국 롯데백화점 9개 지점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스마트픽’ 서비스를 통해 가능하다. 온ㆍ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서비스로 교환이나 환불이 자유롭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도 ‘오늘드림’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 옴니채널

이 사례들은 옴니채널 서비스의 일환이다. 옴니채널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온ㆍ오프라인의 모든 채널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유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말한다. 옴니채널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제품 정보를 수집한다. 그후 다양한 채널을 비교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채널을 통해 구매한다. 옴니채널과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롯데그룹과 리서치전문업체 TN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48%가 온라인ㆍ모바일 채널을 구매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77%,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81%가 온라인ㆍ모바일 채널을 활용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상품 구매 전 온라인에서 상품정보를 검색하고 가격비교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에서 국내 유통ㆍ제조기업들은 ‘옴니채널’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임직원 대상 특강에서 “온ㆍ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정보기술(IT)과 모바일 기술을 융합한 ‘옴니채널’ 전략이 미래 유통 혁신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정책본부와 미래전략센터에 옴니채널 전략 추진계획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하고 매달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옴니채널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국내 시장에서는 옴니채널 전략을 고도화해 온ㆍ오프라인 채널이 상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도 브랜드ㆍ국가채널별로 디지털 성장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롯데는 통합쇼핑몰이나 앱이 아직 없다. 스마트픽 서비스를 모바일로 이용하려면 ‘스마트픽 앱’을 따로 다운로드해야 한다. 온라인몰은 고사하고 앱조차 없는 유통채널도 허다하다. 비교적 옴니채널에 앞서 있다고 평가 받는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의 사례를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메이시스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 후 가까운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픽업하는 픽업인스토어(Pick up in store) 서비스를 600개 이상 매장에서 운영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매장에서는 일부 매장에 설치된 비콘을 통해 매장 방문객 위치를 파악해 근처 매장의 정보와 맞춤화된 혜택ㆍ할인 행사ㆍ상품 추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피팅룸에 태블릿PC를 설치해 고객이 구매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가 하면 아이팟 터치를 들고 돌아다니는 판매원을 통해 바로 계산을 할 수도 있다. 소비자의 구매 접점에서 모바일, 온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옴니채널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 메이시스 백화점 매장 뷰티스폿에 설치된 대형 터치스크린.[사진=뉴시스]
이런 옴니채널 구축에 힘을 쏟은 메이시스는 ‘실적반전’을 꾀하는 데 성공했다. 2007년 260억 달러였던 메이시스의 매출은 2009년 230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가파른 성장 탓이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옴니채널 전략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지난해 연매출은 280억 달러로 증가했다.

피팅룸에 태블릿 설치한 미 유통채널

해외 유통업계에서 옴니채널이 트렌드가 된 건 모바일 기기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행태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쇼루밍(showrooming)과 역쇼루밍족에 이어 온라인에서 제품의 정보를 탐색한 후 오프라인에서 2차 제품 정보탐색 과정을 거쳐 온라인에서 최종 구매하는 부머루머(boomer oomer)도 등장한 이유다. 최근에는 단순히 최저가를 찾는 게 아니라 원하는 제품이나 베스트딜을 빠르게 찾아 편리한 방법으로 구매하려 하는 크로스오버 쇼핑족까지 생겼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서 전통적 유통채널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로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올 8월 백화점 이용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31.6%가 전년 대비 백화점 이용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백화점 이용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로 63%의 응답자가 ‘모바일쇼핑과 해외직구 등 다양한 유통채널의 등장’이라고 답변했다.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에서 전통 유통채널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과거와는 달리 철저하게 가격을 비교해 생필품 등을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실상 대형마트의 매출이 감소하는 이유는 규제가 아닌 구매 형태의 다양화에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유통업계에도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의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2012년 기준 10조엔을 달성하며 백화점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이런 온라인 강세현상은 기존 유통업체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고, 그 대응책으로 옴니채널 전략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운영사인 세븐&아이홀딩스가 대표적이다.

 
백화점ㆍ대형마트ㆍ슈퍼마켓 등 모든 유통채널을 1만7000여개(2014년 2월 기준) 운영중인 이 회사는 몇년전부터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한 ‘세븐넷’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가 최근 론칭한 ‘SSG.com’과 비슷한 포맷이지만 서비스는 훨씬 진화돼 있다.  일례로 세븐넷을 통해 구매한 제품은 세븐일레븐에서 픽업할 수 있다. 최근엔 당일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세븐넷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편의점에서 수령할 경우 배송료와 수수료가 무료일 뿐만 아니라 반품도 가능하다.

신세계의 경우 픽업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권리나 오사카 aT센터 연구원은 “일본 유통업체들은 옴니채널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세로운 수익 창출에 힘쓰고 있다”며 “특히 세븐&아이홀딩스의 전략은 대형마트 등이 없는 소외된 지역에서 인기”라고 덧붙였다.

갈길 먼 국내 유통업계

롯데ㆍ신세계 등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제조업체까지 옴니채널에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유통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신 성장동력이라서다. 신세계 관계자는 “현재 옴니채널 전략의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지만 끊임없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평가가 끝나지 않아 딱히 옴니채널이라고 내세우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아리따움을 비롯해 에뛰드ㆍ이니스프리 등에서 고객관리ㆍ마케팅에 현장과 디지털을 믹스한 다양한 옴니채널 마케팅을 하나둘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버드비즈니스 리뷰는 2011년부터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옴니채널 유통전략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풍부한 상품 정보, 고객 리뷰 등을 담고 있는 온라인몰과 상품을 직접 만지고, 개인적인 서비스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몰의 장점을 모두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국내 전체 소매시장 중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한다. 미국은 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월마트ㆍ메이시스 등 전통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아마존 같은 기업, 버버리 같은 패션 기업도 옴니채널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 국내 유통기업에 옴니채널은 전략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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