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안태희 AT커니 파트너

쇼핑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각 유통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소비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옴니채널로 옮겨가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은 점점 줄고 있다. 옴니채널을 제대로 구축해 놓지 않으면 이들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방법은 없는 걸까. 소비재 유통전문가 안태희 AT커니 파트너에게 물었다.

 

▲ 안태희 AT커니 파트너는 "옴니채널은 전 세계 유통시장에서 떠오르는 트렌드"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국내 유통시장에서 최근 ‘옴니채널’이 화두가 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도 관련한 여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유가 뭔가.
“과거와 달리 규제 등으로 전통 유통업체들의 신규 출점이 어려워졌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거다. 특히 온라인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먹거리가 줄어들었다. 국내 유통업체가 옴니채널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이유다. 자사의 마트, 백화점 고객을 지마켓 등의 온라인 쇼핑몰에 뺏기지 말자는 데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신세계가 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com을 론칭한 이면에는 ‘다른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하지 말고 우리 사이트에서 구매하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 롯데는 자사 유통채널에서 구입한 제품을 세븐일레븐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같은 개념인가.
“맞다. 편의점 업태는 현재 질적 성장을 꾀하는 단계에 있다. 픽업서비스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집객을 통해 매출도 늘린다는 전략이다. 제품 픽업을 위해 편의점에 방문했다가 뭐 하나라도 구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ㆍ마트드러그스토어 등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한 롯데가 활용하기 좋은 전략이다.”

✚ 옴니채널 쇼핑 패러다임 등장으로 SCM(공급망 관리) 영역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이를테면 SSG.com도 백화점, 마트 등의 제품을 구매부터 결제까지 한번에 할 수 있지만 배송은 별도로 진행해 불편한 부분이 있다.
“별도의 통합 물류센터를 짓거나 일부 물류 기능을 통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예를 들어 각 유통 채널별로 다른 포장단위, 배송차량 등을 일원화해야 한다.”

✚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

“DC(Distribution Centerㆍ보관 및 분산을 위한 운송 거점의 용도로 보관형 물류센터) 비중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국내 대부분 유통업체는 TC(Transfer Cen terㆍ통과형물류센터)를 통해 상품을 공급한다. 재고를 직접 보유한 자체 물류센터를 두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유통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MD경쟁력이 중요해졌다. 유통업체들이 해외직소싱, PB상품 비중을 늘리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유통채널별 물류 기능을 일부 통합하고 DC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 비용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다. 세븐&아이홀딩스 등의 일본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간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받는다. 중간 유통업체가 바잉파워를 갖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일본 대형 유통업체 이온은 해외직소싱 제품만 취급하는 DC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한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참고할 만하다.”

자체물류센터, 옴니채널의 숙제

✚ 옴니채널 구축에 있어 물류 외에도 챙길 게 많지 않나.
“국내 유통사들은 다양한 유통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유통채널 기능을 일부 통합할 필요가 있다. 통합조직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일원화된 옴니채널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 해외 유통업체들의 옴니채널 전략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잘하는 기업이 있나.
“고객경험 제고 측면에서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를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 매장 안 뷰티스폿에 대형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를 설치한 게 대표적이다. 대형 키오스크를 통해 백화점 1층에 입점한 모든 브랜드를 카테고리별로 검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매도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없던 서비스다. 제대로 투자를 하고 옴니채널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도적이라고 할 만하다. 주방용품 업체 윌리엄 소노마(William Sonoma)도 잘한다.”

✚ 친숙하지 않은 기업이다. 이유가 뭔가.
“윌리엄 소노마가 메이시스처럼 새로운 기술에 투자해 옴니채널을 구현하는 기업은 아니다. 카탈로그ㆍ오프라인 매장ㆍ온라인몰 등 기존 채널의 역할을 재정립해 소비자들의 구매 과정을 지원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매를 유도하기보다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최종 구매 유도는 다양한 이벤트,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한다.”

✚ 아마존도 옴니채널 구축에 적극적이지 않나.
“아마존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업체다. 그런데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데시라는 별도의 단말기를 보급하고 여기에 상품 바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주문 접수되는 서비스를 내놨다. 주문한 제품은 다음날 가정에 배달된다. 온ㆍ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인 통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옴니채널의 절대강자라고 생각한다.”

✚ 결국 옴니채널 구현에 있어 핵심은 ‘IT’기술인 것 같다.
“IT가 기본 인프라인 건 맞다.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IT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고객들의 구매행동과 관련한 의미 있는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일이다. 또 고객들의 소비 행태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과 이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한다. 여기에 IT기술을 접목해 실제 유용한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 사례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나.
“메이시스는 기존에 쌓아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옴니채널 서비스를 하고 있다. 트루핏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기존 고객들의 구매 내역을 토대로 즐겨 입는 브랜드 수치를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구매를 원하는 의류나 신발 사이즈를 제안한다. 기존에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IT기술이 있어 가능한 서비스다. 메이시스를 비롯한 미국의 선도 유통업체들은 고객 위치정보를 활용해 쇼핑정보뿐만 아니라 실시간 리워드(할인쿠폰 등)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위치기반 서비스를 위해서는 활용 가능한 적절한 정보 수집과 수집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IT기술 접목한 서비스 필수

✚ 국내에는 옴니채널이라고 내세울 만한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유통기업, 제조업체들이 옴니채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불과 1~2년 정도밖에 안 된다. 이제 막 떠오르는 트렌드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옴니채널 구축을 위해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화장품, 패션 등의 소비재 기업들도 N 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활용한 맞춤형 쿠폰을 제공하거나 프로모션을 시도하고 있다.”

✚ 좋은 시도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갈길이 멀어 보인다.
“옴니채널에서 지향하는 인상적인 모습과 현실에는 갭이 있다. 글로벌 업체도 다르지 않다. 결국 새로운 디지털 기술 혁신, 고도화된 고객 정보를 축적하는 것, 정보의 분석 역량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또 구매에서 배송까지 이르는 내부 운영의 고도화도 필요하다. 이들이 충족되면 앞으로 구현될 옴니채널은 보다 진화한 모습일 거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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