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편집숍 시대 개막

▲ 국내 수입차 시장에 편집숍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야흐로 편집숍 시대다. 패션ㆍ가전유통ㆍ전자 등의 분야에서 편집숍이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가 한 곳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ㆍ구매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은 예외다. 최근 수입차 편집숍이 등장했지만 국산차의 경우 여전히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바야흐로 편집숍 시대다.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니면 하나의 제품군과 관련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매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바닐라비의 여성 캐주얼 편집숍 ‘#OOTD’. 이곳에선 바닐라비의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성 의류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다. ‘에이랜드(의류)’ ‘ABC마트(신발)’ ‘벨포트(화장품)’ 역시 다양한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판매하는 매장이다. 패션업계에서 편집숍은 일반화된 판매 형태다.

이런 흐름은 가전유통업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전 백화점으로 통하는 ‘롯데 하이마트’. 이 회사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 제조사가 자사 브랜드를 판매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혼합해 판매하는 유통구조를 구축, 고속성장을 이뤘다. 2012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롯데는 기존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등 생활가전에 이어 모바일ㆍPC를 비롯한 통신제품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도 편집숍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 편집숍은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서 판매하는 형태를 말한다. ‘혼합판매’로도 불린다. 소비자가 여러 브랜드 차량을 한곳에서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시장에선 자동차 편집숍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하나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매장을 가거나 여러 브랜드가 섞여 있는 편집숍을 찾아가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자동차 편집숍은 업체간 활발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편집숍은 ‘작은 모터쇼’로 불린다. 매장 안에 각 브랜드의 차량이 함께 전시돼 있기 때문에 완성차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경쟁으로 소비자는 보다 싼값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편집숍은 자동차의 제조(완성차업체)와 판매(딜러)가 구분되는 ‘딜러제도’를 전제로 한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직영ㆍ대리점 판매는 완성차업체가 정한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한다. 하지만 딜러제도는 딜러가 구매한 차량을 고객에게 다시 판매하는 구조여서 소비자가 딜러와 흥정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런 점을 주목한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현대차ㆍ기아차 독점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동차 혼합판매제도(편집숍)를 도입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자동차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현대차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공정위는 후속 조치 차원에서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 자동차 전문가와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정부 개입이 아니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편집숍이 제도로 막혀 있는 게 아니고 시장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업 유통구조에 손을 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편집숍 흐름, 수입차 → 국산차

이후 자동차 편집숍 얘기는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수입차 편집숍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올 9월 수입차 편집숍 ‘비마이카’가 서초동에 문을 열었다. 조영탁 비마이카 대표는 “최근 ‘핫’한 수입차 브랜드를 비교한 후 구매가 가능하다”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입차와는 달리 국내 완성차의 편집숍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제조사가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판매업체가 다양한 브랜드 차량을 가져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능하다고 해도 각 완성차업체의 요구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 차라리 하나의 브랜드만 판매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또한 국내 완성차의 경우, 이미 전국 주요 지역에 대리점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새롭게 편집숍을 열거나, 비용을 들여 기존 매장을 편집숍으로 바꾸는 게 어렵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판매 전시장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한 브랜드의 3~4개 차량이 들어가면 끝난다. 여러 브랜드 차량을 전시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규모 매장을 확보하기 위해선 그만큼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수입차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아직 국내 시장에 매장이 많지 않다. 편집숍을 만들 수 있는 틈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딜러제도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국산차에 비해 판매업체가 제조사의 입김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비마이카가 국내 시장에 등장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형태를 한번에 편집숍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가 편하고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편집숍 형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수입차 시장에서 편집숍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국내 완성차업체도 이런 흐름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 조영탁 비마이카 대표. [사진=지정훈 기자]
‘비마이카’ 조영탁 대표
“자동차 금융센터 구축하겠다”

수입차를 한곳에 모아 팔겠다고 나선 수입차 편집숍 ‘비마이카.’ 과거 대기업인 SK네트웍스가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업 모델이다. 하지만 조영탁 비마이카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량 외형과 성능 비교뿐만 아니라 저렴한 할부금융 연계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겠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비마이카 쇼룸에서 만난 조 대표는 크게 세가지 판매전략을 강조했다. 편집숍의 강점이기도 하다.

우선 한자리에서 차량 비교ㆍ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저기 매장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객관적인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벤츠 매장에 가서 경쟁 차종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별로다. 우리 차가 더 좋다’일 것이다”며 “하지만 우리는 벤츠ㆍBMWㆍ아우디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객이 궁금해 하는 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브랜드를 판매해도 상관없어서다. 소비자 중심의 판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둘째 전략은 자동차 할부 금융을 통한 ‘가격다운’. 보통 수입차의 경우, 신차를 살 때 가격을 할인해 준다. 단 조건이 있다. 회사의 계열 금융사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이자율이 다른 금융사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할인을 받아봤자 추후 내는 이자가 더 많을 때도 있다. 이런 판매 방식을 깨겠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BMW코리아 딜러사-BMW파이낸셜소비스, 벤츠코리아 딜러사-벤츠파이낸셜서비스 등 같은 계열 금융사를 따지지 않고 소비자가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할부 금융을 연계,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가량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병행수입도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차량을 소비자가 원할 경우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 판매하고 있다”며 “이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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