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WW 서울회의 유치 최신원 SKC 회장

▲ 2012년 쪽방촌센터에 행복먹거리를 전달하고 있는 최신원 SKC 회장. 그는 기부 중독자로 불릴 만큼 기부를 많이 한다.[사진=뉴시스]
최신원(62) SKC 대표이사 회장은 한국 재계에서 매우 독특한 컬러를 지닌 기업인으로 꼽힌다.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기부활동도 본업처럼 하는 인물이다. 기부를 밥 먹듯이 하는 바람에 ‘기부 중독자’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엔 기부활동을 국제무대로까지 넓히고 있다. 10월 말 런던 세계공동모금회(UWW) 리더십위원회 회의에서 내년 회의를 서울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최신원 회장은 연 매출 3조원에 육박하는 SKC의 오너 경영자다.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하나인 SKC의 주요 사업 분야는 화학ㆍ필름ㆍ태양광ㆍ소재 등이다. 1976년 선경화학으로 출발해 오늘에 이르렀으며, 친환경ㆍ신재생에너지ㆍIT소재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SKC는 SK Telesys, SKC 솔믹스 등 9개의 자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대략 이 정도가 기업인 최신원 회장이 챙기는 자신의 사업 영역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그는 SK그룹 맏형으로서의 역할도 감내하고 있다. 사촌 동생들인 최태원(54) SK그룹 회장과 최재원(51) 수석부회장이 한꺼번에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 그룹 전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

SK그룹은 최신원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 61년 전인 1953년 수원에서 창업한 선경직물이 모태다. 1973년 작고한 형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아 SK그룹을 키운 고 최종현 회장은 최신원 회장의 삼촌이다[그래픽 참조]. 수원 출생인 최신원 회장은 배문고와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SK그룹에 몸담았다. 미 브랜다이스대 대학원과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내 기업인 중 드물게 해병대 출신이다. 선경인더스트리 이사, 선경그룹 전무, SK유통 대표이사를 거쳐 2000년부터 SKC 대표이사 겸 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4월 제21대 수원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돼 SK그룹과 자신의 탄생지인 수원지역 경제를 챙기고 있다. 선친 최종건 회장(6~8대 회장)과 삼촌 고 최종현 회장(8~12대)의 뒤를 이은 2대째 수원지역 봉사다.

기업인 최신원 회장의 포지션은 대개 이 정도다. 글머리에서 ‘기업인 최신원’의 면모를 먼저 살펴본 것은 이어질 ‘기부중독자 최신원’의 면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돈이 뒤따라 주지 않으면 사실상 하기 힘든 게 기부행위다. 최 회장은 대기업 오너 경영자로서 기업 활동을 통해 번 돈을 기부에 통 크게 쓰고 있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그는 올 상반기에만 25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기부를 밥 먹듯이, 기업경영 하듯이 해온 그의 활동 범위는 이제 자기 자신과 지역사회, 국가를 넘어 국제사회로까지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기부와 관련된 직함도 여럿 생겼다. 국제적인 직함은 이번 런던 회의를 통해 많이 알려진 세계공동모금회(Uni ted Way WorldwideㆍUWW) 리더십위원회 위원이다. 그는 2012년 11월 UWW 산하 세계 고액 기부자(주로 글로벌 기업인) 모임인 세계리더십위원회의에서 아시아 최초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UWW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포함, 현재 41개국에 1800여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2010년 기준 총 모금수입은 51억 달러(약 6조원) 상당. 위원이 되는 데는 요건이 있다. 기본적으로 공동모금회에 10만 달러(약 1억830만원) 이상을 기부한 고액 기부자여야 한다.

SK그룹 맏형 역할 감내

또 세계공동모금회 활동에 적극적인 다국적 기업 회장급이라야 된다. 또한 교육과 소득, 건강 증진사업은 물론 고액 기부자 프로그램 확장에도 관심을 가진 자라야 한다. 최 회장은 요건이 충족돼 위촉을 받았다. 이번 런던 회의(10월 27~29일)에서 그는 한국의 기업 활동과 기부문화를 소개하고 내년도 회의 개최지로 서울을 제안, 유치에 성공했다. 개최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10월 전후에 열릴 전망이다. 주로 유럽 지역에서 개최해 온 이 회의를 서울에 유치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기부문화 확산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부인 최신원’의 국내 활동은 무척 다양하고 국제 활동보다 오래됐다. 국내에서 기부 터를 닦은 후에 국제무대로 나갔다고나 할까. 2008년 1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개인 기부에서 현직 기업인으로는 최고액인 3억3200만원을 기부(6년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회장 중 처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정식 회원이 됐고, 2012년엔 총 대표를 맡았다. 2009년 미국 경제 주간지인 포브스 아시아판에 의해 ‘기부 영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어 2011년 7월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5대 회장이 됐다. 2014년 7월 임기가 만료됐으나 연임이 결정돼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모금회를 더 이끌고 있다. 이 모금회 취임 이래 나눔 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 회장이 그간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개인 재산만 25억원에 이른다.

 
그는 기부라면 형식이나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013년부터 새터민(탈북자) 복지성금으로 매달 500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기부금 봉투에 ‘을지로 최신원’이란 이름을 적어 보낸다고 한다. 그는 평소 탈북자와 다문화 가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번 런던 UWW 회의에서도 탈북자와 다문화 가정 문제에 세계가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9월 초에는 경기도 수원 하광교동 소재 사회복지시설 경동원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캠페인인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 30일 둘째딸 영진씨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 전액(액수는 밝히지 않음)마저 경기사회복지모금회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에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영진씨의 결혼은 큰딸 유진씨와 아들 성환(SKC 상무)씨에 이은 최 회장의 자녀 중 마지막 혼사였다. 결혼식에선 양측 하객을 100명으로 제한했고, 화환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브스 아시아판이 선정한 ‘기부영웅’

최 회장은 “나눔은 이제 나의 일상이고 습관이 됐다”며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선친의 철학과 가르침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의 기부 멘토는 선친이며, 기부 습성 또한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기부 DNA 때문이란 얘기다. 그는 선친에 대해 ‘항상 주변 이웃을 보살피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던 분’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눔의 의무를 특권이자 행복한 책임으로 인식하도록 가르치셨던 분’으로 회고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SK그룹 창업자 고 최종건 회장의 자식 농사는 성공한 것 같다. 바쁜 기업 경영의 와중에서도 매일 밥을 먹듯 덕행을 마다 않는 아들 ‘신원’이 아버지를 빛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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