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법테크

▲ 코바니에서 탈출한 시리아 쿠르드족 난민 가족이 수심에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보트피플 96명의 생명을 구한 전재용 선장. 그의 미담은 많은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참치 원양어선 광명 87호의 선장이던 그는 1985년 11월 14일 오후 4시30분께 1년간의 조업을 마치고 부산항을 향해 동남아 말라카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조그만 난파선이 보였고, 배 안에서 사람들이 “구해 달라”며 소리를 쳤다. 그러나 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출항 때 회사로부터 ‘보트 피플을 만나더라도 관여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선장은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지나친다면 과연 내가 제대로 된 인간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고 “만약 저기 죽어가는 사람들이 내 부모형제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렇게 광명 87호는 30여분 뒤 난파선으로 돌아갔다. 좁은 배 안에는 무려 96명이나 타고 있었다. 전 선장은 이들의 구조 사실을 본사에 긴급 타전했다. 그러나 본사는 난민들을 인근 무인도에 하선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전 선장은 본사에 전문을 보냈다.  “나는 결코 이 사람들을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전 선장과 선원들은 회사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도착과 동시에 해고됐다. 전 선장은 이후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가 멍게양식업을 하며 삶을 꾸려 나갔다.  그로부터 28년의 세월이 흐른 2013년 7월 1일 우리나라에서 난민법이 제정ㆍ시행됐다.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고 난민 처우를 개선하자는 게 취지다.

그 결과, 난민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외국인은 공항과 항만에서 바로 난민신청을 하고 사전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난민신청자가 면접을 받을 때에는 녹음ㆍ녹화를 요청할 수 있으며, 통역인이나 변호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난민신청자에게는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흐른 경우 취업을 허가할 수 있고, 생계비 등을 지원하며, 주거시설과 의료도 지원된다. 그리고 난민인정자에게는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 교육, 직업훈련 및 사회적응교육 등도 지원된다.

최근 취업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했다는 이유로 난민인정심사 절차 중인 난민에게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것은 가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얀마 소수민족 출신 A씨는 2011년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후 난민신청을 했다. A씨는 난민인정심사가 진행되던 중 두차례에 걸쳐 허가 없이 취업을 했다가 지난해 2월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A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의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난민신청자가 난민인정 결정을 받지 못했더라도 인정절차나 난민불인정결정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면 그 국가에서의 체류가 허용돼야 한다. 아울러 A씨처럼 난민인정절차가 지연되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할 수 있다. 따라서 난민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A씨에게 강제퇴거명령을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 이탈리아나 그리스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많다. 이들이 탄 배가 좌초돼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진다. 귀하게 탄생한 난민법이 실효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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