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 양적완화 손익계산서

▲ 10월 3일 일본중앙은행이 추가양적완화에 나섰다. 한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일본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자국내 투자비중을 낮춰야 하는 일본 공적연금이 해외, 특히 한국을 투자처로 고려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내년 3월까지 일본계 자금의 한국 주식매입강도가 가장 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떤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 또 윤전기를 돌렸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는 지난 10월 31일 2차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간 60조~70조엔의 본원통화 공급량을 80조엔까지 10조~20조엔 늘린다고 밝힌 것이다. 예상보다 빨리 BOJ의 추가완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엔화 약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엔ㆍ달러의 변동성은 이번에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4월 4일 1차 양적완화 정책 발표 전 달러당 93엔이던 엔ㆍ달러 환율은 정책발표 후 103엔까지 약 11% 상승하는 등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지난해의 사례를 적용해 보면, 엔ㆍ달러의 변동 범위는 120~108엔에서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원ㆍ달러의 방향성이다. 지난해 일본의 정책 발표 이후 급등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이후 한달 동안 강세흐름을 보였다. 이런 영향으로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1207원에서 1073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현재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940원대로 최근 6년내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원화약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원ㆍ엔 환율의 하락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일본의 2차 양적완화 정책과 1차와의 차이점은 세가지다. 우선 원화 약세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는 원ㆍ엔 환율의 하락속도를 제어하는 요인이다. 일본의 해외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르다. 지난 4월 이후 일본의 해외 순투자(주식ㆍ채권) 규모는 1170억 달러에 달한다. 2013년과 달리 글로벌 유동성에 긍정적 영향을 예상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일본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인 국채금리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국채매입을 확대하는 선제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금리상승 리스크는 엔화약세의 복병이 될 수 있다. 엔ㆍ달러의 변동성이 커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일본 정책발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의 추이는 지난해 4월을 참고할 수 있다. 엔저 충격은 초반에 집중됐다. 2013년 4월 4일 BOJ의 정책발표 이후 코스피지수는 4.2% 이상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저점(4월 18일)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주에 불과했다. 당시 국내 증시의 업종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통신서비스’ ‘호텔ㆍ레저’ ‘소프트웨어’ ‘증권ㆍ보험’ 등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엔저 충격의 대안으로 내수ㆍ서비스 업종이 부각될 공산이 크다. 아울러 코스피의 저점 형성 이후 비철ㆍ기계ㆍ운송 등 엔저 스트레스가 심했던 업종의 반등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코스피의 안정성이 확보된 이후 낙폭과대주를 공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출시장에서 일본과의 경합도, 주력품목, 비가격경쟁력을 감안할 때 한국의 주요 업종에선 자동차ㆍ전자부품의 피해가 예상된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일본 업체의 신차 사이클과 맞물려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자부품 업종은 중화권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매출과 이익이 둔화될 공산이 크다. BOJ는 양적완화와 함께 공적연금(GPIF)의 자산배분정책을 발표했다. BOJ가 예상보다 빨리 추가양적완화에 나선 건 공적연금 자산배분 변화에 따른 일본 국채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나온다. 자산배분 변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BOJ의 연간 국채 매입 한도를 30조엔 증액했다. 반면 공적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기존 60%에서 35%로 하향했다. 일본의 국내 채권 비중은 6월말 기준 53.4%. 새로운 기준인 35%까지 낮추면 일본 공적연금은 23조4000억엔의 국내 채권을 매도해야 한다.

2차 양적완화 BOJ, 성과 있을까

BOJ의 자산매입과 일본 공적연금의 자산배분 비중 변화의 공통점은 위험자산 투자 확대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BOJ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J-REITS)의 투자규모를 각각 3조엔, 900억엔으로 3배 확대했다. 일본 공적연금은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26%로 확대했다. 기준 비중까지 확대할 경우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금액은 1940억 달러에 달한다. 6월말 기준 일본 공적연금의 해외주식투자 금액은 20조3000억엔이다.

해외주식투자의 90%인 18조2000억엔은 지수를 따라가며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패시브형 투자다. 그동안 패시브형의 벤치마크 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코쿠사이 지수(MSCI Kokusai Index)였다. MSCI 코쿠사이 지수는 MSCI 선진국 지수에서 일본을 제외한 지수다. 하지만 이번 자산배분 비중 변화와 함께 해외주식의 벤치마크 지수를 MSCI 전세계 지수(MSCI All Country World IndexㆍMSCI ACWI)로 변경됐다. MSCI ACWI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도 포함돼 있다. 이는 벤치마크 변경을 통해 규모가 큰 해외주식 패시브 자금의 신흥국 주식 매수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일본 공적연금의 신흥국 주식 투자금액은 벤치마크 변경 효과와 향후 유입금을 생각할 때 약 3조2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일본 공적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글로벌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사진=뉴시스]

4월 이후 일본의 해외투자 순투자금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4월~10월 일본의 해외투자 순투자금액은 12조엔 증가했다. 같은 시기 일본으로 들어온 일본 주식ㆍ채권 순투자금액이 10조2000억엔인 점을 감안하면 BOJ의 추가양적완화 외에도 해외투자 금액의 증가가 엔ㆍ달러 상승을 더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해외투자의 증가는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1차 엔저시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아베노믹스’의 시작으로 엔ㆍ달러 환율이 급등한 2012년 10월~2013년 5월 일본의 해외투자(주식ㆍ채권)의 순투자금액은 마이너스 12조5000억엔을 기록했고 일본으로의 순투자금액은 13조9000억엔에 달했다.

특히 일본계 자금의 한국주식 매수세가 눈에 띈다. 일본계 자금은 4월 이후 6개월 연속 순매수하고 있으며,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이는 공적연금 자산배분 비중의 변화를 예상한 일본계 자산운용사가 한국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적연금의 자산배분 비중과 벤치마크 변경이 확정된 만큼 자산배분 비중이 적용되는 내년 4월까지 기존 해외투자금액을 변경된 벤치마크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3조원 규모의 한국주식을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 일본계 자금의 한국 주식 매입강도가 가장 강할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 거주자의 해외투자 증가는 넓은 의미에서 ‘엔캐리 트레이드’로 볼 수 있다. 4~8월까지의 누적 해외순투자 12조엔 중 해외주식의 비중은 3조1000억엔, 해외채권의 비중은 8조9000억엔이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해외주식 부문에서 신흥국으로의 투자확대가 눈에 띈다. 한국ㆍ대만ㆍ인도ㆍ브라질 등 대표적인 신흥국 주식 순투자가 늘었다. 특히 한국은 순투자금액의 8.2%를 차지해 신흥국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일본 자금, 신흥국으로 ‘고고’

채권 부문에서는 미국 채권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미국 채권 순투자 규모는 3조8000억엔으로, 미국 국채 투자금액은 3조2000억엔에 달했다. 결론적으로 4월부터 지속되는 일본의 해외투자는 주식 부문에선 신흥국 주식을, 채권 부문에선 미국 채권을 늘리고 있다. 일본의 달라진 해외투자 패턴과 공적연금의 해외투자 확대는 글로벌 위험자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적연금의 비중변화가 적용되는 2015년 3월까지 해외투자와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해외투자 금액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 oshoon99@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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