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비만천국 미국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그들의 문제는 열량이나 당분의 과잉섭취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뉴욕에서 사온 ‘데리쉬’라는 땅콩버터 과자는 소금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터가 잔뜩 채워진 마름모 모양의 과자인데 생산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 보고 싶었다.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먹어 보고 만들었는지 말이다.

▲ 미국식 식습관을 하루빨리 바꿔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사진=뉴시스]
어찌나 짠지 목으로 넘길 수가 없어 뱉어 낸 후 입을 헹굴 정도였다. 스팸이나 프링글스라는 스낵 역시 치명적으로 짜다. 독극물에 가까운 짠맛을 즐기는 미국인들의 식습관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염분이나 당분은 인간이 성장하고 살아가는데 중요한 영양소다. 그러나 항상 과해서 문제다. 미국인은 지울 수 없을 만큼 깊게 각인된 짠맛과 단맛을 유독 좋아한다. 녹차를 시켰는데 작은 컵에 액상과당이 담겨 나와 당황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이런 미국인의 식습관이 한국 땅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번화가의 카페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음식은 미국의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뉴요커가 먹고 미국의 비만인이 선호하는 음식을 우리 아이들이 먹는 것이다. 풍부한 섬유질과 적당한 당분을 함유한 찐 고구마나 옥수수는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간식이 아니다. 주부들이 부엌에 머무르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간식을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음식이 식기도 전에 배달원이 현관문을 두드린다.

집에서 조리했다한들 그 옛날 어머니들이 손수 만들던 음식이 아니다.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던졌다 꺼내거나 끓는 물에 봉지째 넣었다 빼면 그 뿐이다. 지나칠 정도로 당도가 높고 소화흡수가 총알처럼 빠른 열량 덩어리를 먹으며 우리는 살아간다. 대한민국 땅은 미국의 식음료 식민지가 된지 오래다. 외식문화도 확산일로다. 분위기 좋다는 식당의 음식은 대부분 열량이 높거나 달고 기름지다.

폼나게 분위기를 즐긴 대가는 처절하다. 우리는 오늘도 중성지방이라는 잉여 에너지를 복대처럼 배에 두른 채 맛집을 기웃거린다. 지방덩어리를 산처럼 짊어진 채 기운이 없다며 건강보조식품이나 비타민을 집어든다. 문제는 한번 고정된 입맛은 좀처럼 바꾸기 힘들다는 점이다. 요즘 먹거리의 중독성도 이유지만 그런 먹거리를 만드는 자들의 기술도 한몫한다. 극장에서 파는 팝콘을 예로 들어보자.

1인분으로 부족한 고객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두번째 팝콘을 사는 것을 주저하자 업체들은 1인분의 양(용기)을 늘리고 가격을 인상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와 동반해 청량음료의 판매가 증가했음은 물론이다.  살이 찐 사람들은 몸이 커서 많이 먹는 게 아니라 먹는 양이 많아 몸이 커진 거다. 하지만 입맛과 건강은 동행하지 않는 법이다. 건강한 미래를 담보 받기 위해 우리는 미국식 식습관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명확한 답을 앞에 두고 이를 회피한다면 우리 역시 비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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