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Trend 2015

▲ 특정 소속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재능을 시장의 수요에 맞게 판매하는 방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정글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힘은 ‘트렌드’다. 트렌드를 제대로 꿰뚫은 이는 정글경제의 강자로, 잘못 읽은 이는 약자로 전락한다. 더스쿠프는 한국트렌드연구소(소장 김경훈)와 공동으로 2015년 시장과 소비자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트렌드 변화를 짚어봤다. 그 첫째편으로 ‘N분의 1 Job’을 소개한다.

현재 ‘얼리어답터’ 구간에 자리잡고 있는 ‘N분의 1 Job’ 트렌드는 사회적 관심과 영향력이 서서히 증가해 내년에는 전기 대중구간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초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기업들로선 정규직, 풀타임 근무자에게 과거와 같은 장시간 근로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때문에 과거보다 계약직,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 일자리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인 차원에서도 취업 적령기에 무조건 특정 조직에 취직하는 과거의 고용 방식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취업을 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시간제ㆍ임시직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N분의 1 Job’ 트렌드는 2015년에 더욱 확산돼 약신호 구간을 벗어나 강신호 구간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2월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장면 중 하나는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 국적의 ‘빅토르 안’으로 출전해 금메달 3관왕을 차지한 사건이다. 국내 스포츠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 일은 국내외 ‘일자리’ 차원에서도 상당히 큰 변화를 암시하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안현수의 금메달을 1면 기사로 다루면서 “안현수는 ‘프리랜서 올림피안’”이라는 표현을 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따르면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반드시 그 나라를 대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징적인 사건이 된 것이다. ‘빅토르 안’처럼 국경을 넘나들면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른바 ‘패스포트 올림피안’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망했다.

국경까지 초월하는 인재의 이동은 스포츠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경제계에서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개념 중 하나가 ‘오픈 탤런트 이코노미(Open Talent Economy)’다. 이 개념은 재능을 가진 한 개인이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역할과 역할, 조직과 조직, 그리고 국경을 포함한 지리적인 경계를 넘어서 이동하며 일할 수 있게 되는 경제 구조, 혹은 고용 구조를 의미한다.

 
재능을 가진 개인의 이동은 특히 모바일 기기를 통한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가 되면서 더욱 자유로워지고, 더욱 빨라진다. 기술문화 잡지 ‘와이어드’ 창간인 케빈 켈리는 2013년 현재 페이스북 가입자가 10억명이고, 모바일 기기 이용자수는 22억명, 인터넷 사용자 수는 23억인데, “아직도 세계는 덜 연결됐다”고 말했다. 케빈 켈리는 현재 세계의 연결 상태가 10점 만점에 2점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세계를 거대한 하나의 연결체로 만드는 기술과 디바이스가 등장하면서 과거의 고용구조는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조직에서 평생 고용을 보장 받는 대가로 자신의 대부분의 시간을 조직을 위해 쓰는 방식은 이제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대신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재능(Talent)을 시장의 수요에 맞게 판매하는 방식의 노동이 앞으로 일반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조직 없는 고용 대비해야

고용과 관련해 인간은 두가지 상반된 욕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안정을 추구하는 일종의 소속 욕구다. 개인으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어떤 조직에 속해 소속감을 느끼면서 일정하게 제공되는 급여와 복지를 원하고, 조직이 마련해주는 은퇴 이후 프로그램의 혜택을 원한다. 또 다른 욕구는 조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다. 조직에 소속되면 안정을 느낄 수는 있지만 개인의 자유는 구속된다.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조직에 제공해야 그 대가로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본인이 원치 않는 업무일 수 있지만 조직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본인의 스케줄이나 일하는 방식, 만나야 하는 사람 등을 본인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과 갈등에도 지난 20세기 이후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개인들은 조직에 소속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을 떠나는 순간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조직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며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면 사람들은 조직과 자신을 분리시킬 공산도 높아진다.

 
이런 기술적ㆍ문화적ㆍ심리적 변화 속에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일자리 트렌드가 ‘N분의 1 Job’이다. 이 트렌드는 기존의 주업을 가진 상태에서 부수입을 얻기 위해 일하는 ‘투잡’ ‘스리잡’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의 기준처럼 주업과 부업,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 돈을 많이 버는 일과 용돈 벌이 일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 개인이 가진 재능과 경험, 노하우, 시간을 필요에 따라 쪼개 국내외 시장에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개념이다. ‘N분의 1 Job’은 기업이라는 강력한 주체에 의해 대부분 정의되던 노동시장이 개인의 재능ㆍ시간ㆍ경험 등으로 영향력이 차츰 이동하면서 만들어지는 사회ㆍ경제ㆍ문화적 트렌드다. 개인의 재능ㆍ노동력ㆍ경험치가 무형의 고부가가치로 거래되는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과거의 규격화된 직업이 아닌 독창적인 일자리로 분화하고 있는 것이다.

‘N분의 1 Job’이 필요한 세상

과거에는 자신의 재능ㆍ경험 등을 포함한 일체의 노동력을 하나의 조직에 속하도록 해서 사실상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조직에 ‘바치는’ 고용 형태였다면, ‘N분의 1 Job’은 자기 자신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재능ㆍ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다른 개인ㆍ조직ㆍ프로젝트 등에 나눠서 배분하는 식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재능을 가진 개인은 단 한 사람이지만 이 개인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동시에 N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셈이다. 한국트렌드연구소는 ‘N분의 1 Job’ 트렌드의 성장을 2013년부터 추적해왔다. 2015년은 사회ㆍ경제적ㆍ문화적 환경이 점점 개방되고, 훨씬 더 많이 연결되고, 개인의 욕망도 점점 복잡하게 다양화되면서 기존의 고용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리 보는 미래를 통해 그 일면을 앞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병희 SBS 보도본부 미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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