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바람에도 불공정거래는 더 늘었다
경제민주화 바람에도 불공정거래는 더 늘었다
  • 박용선 기자
  • 호수 117
  • 승인 2014.11.18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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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vs 2014년 불공정거래 분석

▲ 대기업이 겉으로는 투명경영을 외치지만 불공정거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기업이 투명경영을 외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주요 산업별로 2010년과 2014년 적발된 불공정거래를 비교한 결과, 79건에서 151건으로 증가했다. 2013년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점을 감안하면 처참한 성적이다. 국내 전자ㆍ자동차ㆍ건설ㆍ유통산업의 불공정거래 실태를 통계로 짚어봤다.

# 국내 대형 건설업체 A사와 B사. 두 회사는 공공기관이 2009년 발주한 대규모 공사에서 ‘낙찰사(A)’와 ‘들러리 참여사(B)’를 합의한 후 입찰에 참여했다. A사는 그 대가로 B사 계열사가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40억원에 매입했다. 이를 확인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11월 A사에 41억6900만원, B사에 27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주요 산업에서 불공정거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더스쿠프가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63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2010년, 2014년 불공정거래(조치일 기준)를 비교ㆍ분석했다. 불공정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ㆍ유통과 국내 산업을 이끄는 전자ㆍ자동차로 분야를 좁혔다. 비교 결과,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2010년 79건에서 2014년 151건으로 증가했다.

2013년 정권이 바뀌면서 연일 ‘경제민주화’를 강조했지만 처참한 성적이다. 더구나 2010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업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가 정점이던 해다. 정책기조만 놓고 볼 때 2014년의 불공정거래가 줄어들었어야 한다. 실제로 국내 기업은 2013년 이후 투명경영을 유독 강조했다. 내용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큰 맥락은 같았다.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력업체와 상생 관계를 구축하겠다. 이를 통해 동반성장을 도모하겠다.” 사내에 준법감시팀, 상생협력팀 등을 설치하고, 협력업체를 모아 상생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행사도 빠지지 않고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외침은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우선 건설 분야를 보면, 2010년 총 27건의 불공정거래가 적발됐다. 2014년에는 무려 101건으로 늘었다. 코오롱(13건), 대우건설(9건), 효성(8건), 삼성ㆍ현대차ㆍ대림ㆍ포스코(각각 7건), SKㆍGS(6건), 현대산업개발ㆍ동부(5건), 한솔ㆍ두산(4건), 한라ㆍ태영(3건), 금호아시아나(2건), 한국토지주택공사ㆍ한화ㆍKCCㆍ한진중공업ㆍ롯데(1건) 등이었다.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불공정거래는 부당한 공동행위 이른바 ‘담합’이다. 2014년 기준 87건(86%)에 달한다. 나머지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와 부당한 광고다. 선두업체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돌아가며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면 보다 쉽게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담합이 발생한다. 설령 공정위에 적발된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징금을 내고, 손을 털면 끝이다. 과징금도 담합과 관련된 매출의 10%로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최대 액수다.

“과징금을 내고 불공정거래를 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은 항상 같다. “담합 등 불공정거래가 일어나면 그에 대한 경제적 이득을 철저하게 박탈하는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적당히 시늉만 한다면 불공정거래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징벌적 보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 분야에서도 불공정거래가 늘었다. 2010년 23건이었던 불공정거래는 2014년 27건으로 증가했다. 2014년 유통 부문 불공정거래를 그룹별로 보면, 롯데가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백화점ㆍ신세계ㆍ한화ㆍ홈플러스ㆍCJㆍGS는 각각 2건, 하이트진로ㆍKT&GㆍLGㆍ농협은 각각 1건으로 나타났다. 유통 부문에서 문제가 되는 불공정거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인 납품업체, 대리점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갑甲질’이다. 특히 대리점의 경우 소규모,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아 불공정거래로 인한 손해가 막대하다.

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는 업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피해업체 구제 부분이 사실상 전무하다. 법무법인 정도의 양창영 변호사는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판단하면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그런데 피해업체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손해액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양 변호사는 “미래 가정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며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때 피해업체의 손해 예상액까지 조사ㆍ예측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ㆍ통신 분야에선 불공정거래가 줄었다. 2014년 21건으로, 2010년(25건)에 비해 4건 감소했다. 2014년 불공정거래 현황을 보면, KTㆍSK 5건, LG 4건, 삼성 2건, CJㆍ신세계ㆍ롯데ㆍ포스코ㆍ한화가 각각 1건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업계의 불공정거래는 2010년 4건, 2014년 2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없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독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담합은 발생하기 힘들다. 전자는 삼성과 LG, 통신은 SKㆍKTㆍLG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자동차는 현대차가 단연 업계 1위다.

전자ㆍ자동차업계에서 일어나는 불공정거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대표적인데, 이 역시 밝히는 게 쉽지 않다.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의 고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기업과 거래가 끊기고, 최악의 경우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다. 자동차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생존을 스스로 위협하는 행동을 누가 하겠냐”며 “현재에 만족하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피해업체 ‘을乙’ 구제제도 필요

그래서 기업 재무제표를 보고 짐작할 뿐이다. 대기업 부품 계열사는 영업이익률이 올라가는데 거래하는 비계열사의 이익률은 떨어진다. 이럴 경우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의 설명이다.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A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최근 이 회사는 대기업과 거래를 위해 ‘원가 계산서’를 썼다. 물론 인하 압력을 받았다. 당연히 받아들여야 거래가 계속된다. 그렇다면 A사는 혼자 손해를 볼까. 천만의 말씀이다. 자신과 거래하는 2차 협력사를 압박할 것이고, 이는 3차, 4차로 계속 이어진다.”

대기업이 앞에선 1차, 2차, 3차 협력사와의 상생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공정거래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이런 불공정거래를 해결할 만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한계는 존재한다. 대기업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창영 변호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국내 기업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을 사업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경쟁이 먼저고, 이후 불공정한 부분을 수정하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를 용인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경쟁’이 아닌 ‘공정’이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변할 수 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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