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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던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거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세계 주요 업체가 한국 게임 유통을 위해 경쟁할 정도였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 규제가 강화됐고, 기업은 신규 게임 개발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해외 진출이 아니라 해외 기업에 투자를 받는데 더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IT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도 기술개발이 빠르고, 경쟁도 치열하다. 신제품이 출시된 지 불과 몇 달만 지나도 그 가치는 크게 하락한다.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기존 서비스가 시장에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또한 기술 집약적 사업이기에 신규 시장 진입이 어렵고, 잘못된 전략 때문에 순식간에 도태된다. IT산업 발전을 위해선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하드웨어(HW)와 인터넷 인프라, 소프트웨어(SW)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전자제품과 IT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네트워크 기능의 유무다. IT는 각종 정보를 유통하고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IT산업의 태생과 발전은 인터넷 인프라 확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우리가 디지털콘텐트의 핵심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가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구축됐기 때문이다. 2000년 초 국내 인터넷업체의 트래픽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는 중국 등 주요 국가 온라인게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국내 IT산업 초기인 1990년대 유선 인터넷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면서 관련 장비 업체와 KT 등 망사업자가 큰 호황을 맞이했다. 당시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와 인터넷 망 향상으로 관련 업체의 기대감은 확대됐고, 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코스닥에 상장했다.

또한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PC방 사업자가 등장했다. PC 성능 역시 향상되면서 소프트업체가 수혜를 보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컴퓨터ㆍ주연컴퓨터 등 PC 제조업체가 주식시장에서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PC보급률과 인터넷 이용률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소프트업체는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부분 기업이 시장에서 도태됐고, 망사업자도 성장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반면 네이버ㆍ엔씨소프트 등 인터넷ㆍ온라인게임 업체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인터넷 환경을 위한 대규모 투자는 네트워크 장비ㆍ망사업자ㆍ소프트업체가 하고, 이에 따른 과실은 인터넷 포털과 온라인게임 업체가 따 먹는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결국 국가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인터넷 인프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디지털 콘텐트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수익이 낮은 인프라 투자는 우리가 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디지털콘텐트 산업은 해외 업체가 가져가는 꼴이 된다.

전통 에너지 시장, 꾸준한 악재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선시장이 확대되면서 최근 무선 관련 네트워크ㆍ솔루션 업체와 무선 망사업자ㆍ휴대전화 제조사가 수혜를 받았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가입자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과거 유선시장에서 경험을 토대로 보면, 향후 스마트폰 제조 등 하드웨어 업체 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 유선의 포털 역할을 하는 모바일 플랫폼 업체(카카오톡ㆍ페이스북ㆍ라인), 모바일 게임업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면서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세계 주요 업체가 국내 업체가 개발한 온라인게임 유통을 위해 경쟁할 정도였다. 중국의 텐센트와 샨다는 국내 온라인게임 유통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국내에서 온라인게임을 술ㆍ도박ㆍ마약과 같은 등급으로 취급하면서 각종 정부 규제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체는 신규 게임 개발에 소극적으로 변했고,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게임 사업부를 축소했다. 네이버가 인적분할을 통해 게임 사업부와 결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자국 게임 시장을 보호하고 관련 규제를 최소화했다. 해외 게임은 일종의 서비스 허가와 같은 판호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 까다로워졌다. 이렇게 상반된 정부 지원에 따라 한국 게임업체의 세계적인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오히려 국내 시장에 해외 게임의 점유율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PC방 점유율을 보면 중국 텐센트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44%를 점유하고 있다. 피파온라인(10%) 등을 포함하면 해외 게임의 PC방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국내 업체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보다는 중국 등 해외 업체에 투자를 받는데 더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실제로 중국 텐센트는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고, CJ E&M(넷마블게임즈)ㆍ카본아이드ㆍ파티게임즈 등에 약 70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샨다도 액토즈소프트ㆍ아이덴티티 등 국내 게임업체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인터넷 이용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더 이상 관련 하드웨어산업이 고속성장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디지털콘텐트의 핵심인 세계 게임시장은 여전히 성장이 가파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13.2%, 13.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적인 기업인 구글과 애플의 디지털콘텐트 매출에서 게임 비중이 전체의 92%, 79%라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인 기업의 주요 수익은 ‘게임’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한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은 8조원이고, 일본 시장을 선점한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25조원에 달한다. 또한 국내 대표 모바일게임 업체인 컴투스의 주가는 2014년 초 대비 8배 상승했다. 그러나 이런 주가상승을 마냥 기뻐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언급했듯이 국내 유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던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이 불과 몇 년 만에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업종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필자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던 국내 게임산업이 점점 위축되고 있고, 주요 업체의 지분이 중국 업체로 넘어가고 있어서다. 앱스토어 등을 통해 국가간 진입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도 일정 필요하겠지만, 국내 업체에만 일방적인 규제가 적용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모바일 서비스의 핵심인 모바일메신저 시장에서 이용자가 해외 업체로 대규모 이동하는 사건도 씁쓸하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oocj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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