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리베이트 관행 빨간불

▲ 롯데‧신라 면세점이 한해 평균 1628억원의 돈을 리베이트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뉴시스]

국내 면세 업계를 독식하고 있는 롯데ㆍ신라 면세점의 경쟁력은 리베이트에 있었다. 연 평균 1628억원의 돈을 뿌려가며 지방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까지 자신들의 면세점으로 유인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2009년 782만명이던 관광객 수는 2013년말 기준 1218만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관광객 수의 증가는 면세점 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전체 면세점의 매출액은 2009년 3조8521억원에서 지난해 6조8343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ㆍ중견 면세점의 사정은 그렇게 나아지지 않았다. 면세점 매출의 82.9%를 롯데와 신라 등의 재벌 기업이 독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에만 해도 면세점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공기업은 비중은 27.4%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비율은 2012년 13.6%로 감소했다. 특히 중소 면세점은 13.6%에서 3.9%로 급감했다.

재벌 면세점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관광업계, 면세점 업계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리베이트’ 때문이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16곳이 2009년부터 올 8월까지 6년 동안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한 리베이트 규모는 1조1654억원에 달했다. 특히 롯데와 신라 면세점은 같은 기간 한해 평균 1628억원의 돈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뿌렸다.
 
매출액 대비 리베이트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외국인 매출 대비 리베이트는 2009년 6.9%에서 올해 9.4%로 증가했다. 신라면세점은 같은 기간 8.7%에서 13.6%로 늘었다. 면세점의 리베이트 규모가 이처럼 커진 건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치경쟁이 치열해진 것과 연관성이 있다. 요우커를 잡기 위해 리베이트를 뿌려댄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2009년 134만명에서 2013년 433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리베이트가 중소 면세업체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ㆍ중견 면세점은 2012년 7개, 지난해 2개 등 총 11개 업체가 사전승인을 얻었지만 5개 업체가 이를 반납했다. 나머지 6개 업체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어려워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지방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서울ㆍ부산 등으로 실어 나르는 대기업의 ‘싹쓸이 영업’ 때문이다. 물론 중소ㆍ중견 면세점도 ‘업계의 관행’인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1% 안팎에 불과하다. 재벌 면세점처럼 높은 비율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기 어려운 중소면세점의 경우 경쟁에서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리베이트를 지급하지 않는 일반 외국인 관광객을 생각할 때 실제 리베이트 지급률은 훨씬 높을 것”이라며 “리베이트를 지급하기 어려운 중소 면세점은 관광객을 대기업 면세점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의 리베이트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공정거래법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는 부당한 고객유인을 방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규약을 정할 수 있다(제23조 제5호)”고 규정하고 있는 게 고작이다.

홍 의원은 “중국은 저가 관광을 규제하기 위해 쇼핑 등의 대가로 지급되는 리베이트를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규제가 전혀 없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해도 고객을 소개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청이 나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관세법 개정 등을 통해 리베이트 관행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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