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의 Food Economics

유전자변형작품(GMO)은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GMO의 위험성은 보고된 바 없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지만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MSG와 비슷하다. 문제는 GMO를 향한 무조건적인 비판이 국내 식량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 GMO의 부정여론 탓에 국내 종자산업이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10월 말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기후변화시대의 식량교역과 식품가격정책’에 관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취약한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법 높았다. 우리나라의 전체 식량자급률은 47%에 불과하다. 곡물자급률은 23%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식량 대부분을 수입해 먹는 지금 상황에서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부 토론자는 GMO의 안전성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국내 소비자의 GMO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국회의원 198명과 수도권 일반인 302명을 대상으로 ‘GMO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대 국회의원 중 70%가 ‘유전자변형기술은 혜택보다 인체나 환경에 해를 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일반인보다 GM식품(GMO에서 유래한 원료를 사용한 식품) 섭취에 부정적이고 GMO를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학계가 GMO의 유용성과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교육ㆍ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괴물 GMO’ 선동은 막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재배와 유통이 시작된 GMO 콩과 옥수수는 1990년대 중반에 안전성 시험이 끝났다. 현재 전 세계 콩 재배면적의 73%, 옥수수 재배면적의 29%가 GMO다.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콩과 옥수수를 수출하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의 90%도 GMO다. 미국은 GM 작물재배로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농약 사용량을 줄여 농업 생산성과 소득을 크게 높이고 있다.

세계의 곡창으로 알려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미국의 영농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제 GMO의 생산은 거스르기 힘든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GM식품의 생산을 선도해온 미국은 그동안 GM식품을 아무런 표기 없이 국민들에게 공급했다. 지난 18년간 3억명의 미국인들이 GM식품을 섭취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단 한건의 부작용 사례도 보고된 적 없다. 그동안 GM사료를 먹여 30세대 이상 키워온 실험용 동물(쥐)에서도 이상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심지어 GMO 반대운동에 앞장서 왔던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지난해 옥스퍼드 농민대회에서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가난한 국가들의 식량사정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 국가들이 GMO의 교역조건과 표시제도를 까다롭게 운용하는 이유는 ‘안전성’이 아니다. 외국에서 값싸게 밀려들어오는 농산물 수입을 막아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우리는 ‘괴물 GMO’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먹을거리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유해하다’고 잘못 입력되는 순간 벗어나기 어렵다는 거다. ‘MSG 유해설’이 대표적 사례다.  잘못된 GMO 선입견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데 GM식량을 거부하면 세계 곡물시장에서 들여올 수 있는 식량이 거의 없다. 콩과 옥수수를 생산해 수출하는 대부분 나라는 GM품종을 재배해서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계속되면 쌀이나 밀과 같은 다른 곡물에도 GM품종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GMO 연구는 이미 상당 수준 진전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GM작물 연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GMO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여론에 밀려서다. 몇가지 유용한 GM품종을 개발해 놓고도 실용화하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식량뿐만 아니라 종자산업에서도 후진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ch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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