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진짜 저렴한가

▲ 이케아가 가격 차별화 정책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합리적 가격의 가구로 알려진 이케아. 이 회사의 가구는 진짜 쌀까. 답은 ‘그렇다’이다. 국내 가구업체들의 가구보다 가격이 저렴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구만 놓고 봤을 때만 그렇다. 한국 가구업체는 기본으로 해주는 조립비(시공비)ㆍ배송비를 포함하면 이케아의 가구가격은 만만치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이케아를 향한 국내 소비자의 시선이 싸늘하다. 이케아가 자사 홈페이지에 일부 상품가격을 공개하면서 싸늘한 시선에 불씨가 붙었다. 특히 TV장식장 가격(BESTA° BURS)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미국에선 249달러(약 27만7000원)에 팔리는 이 제품의 가격이 한국에선 44만90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여긴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소비자는 속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이케아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 각국에서 판매 중인 장식용 세계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성이 더 커졌다.

이케아는 11월 19일 서울역 KTX역에 팝업스토어인 ‘헤이홈’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해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코레일 측이 서울역 행사를 취소했다. 이케아가 헤이홈 기자회견 대신 미완 상태의 광명점을 급하게 공개하고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다. 이케아는 이날 최근 벌어진 가격논란을 적극 해명했다. 유례없는 일이었다.

11월 19일 이케아 광명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앤드류 존슨 이케아 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는 “노르웨이ㆍ영국ㆍ핀란드 등에서 근무했지만 이제까지 가격정책을 설명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리테일 매니저는 “문제가 된 TV 장식장의 경우 1만9900원에서부터 45만원짜리 제품까지 있다”며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은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췄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이케아의 PS TV 캐비넷은 한국에서 5만9900원에 판매한다. 이 제품은 미국에서 10만9000원ㆍ일본(9만7200원)ㆍ중국에서는 12만900원이다. 이케아가 이 제품에 낮은 가격을 매긴 것은 한국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케아의 주요 상품 가격은 다소 저렴하게 책정됐다. 라크 커피테이블의 경우 한국에서 가격은 2만4000원인데 중국에선 149위안화(약 2만7710원)이다. 미국은 19.99달러(약 2만2200원)로 근소하게 차이가 벌어진다.

인기상품 중 하나인 펠로 암체어의 한국에서 가격은 3만9900원이다. 이 제품은 미국에선 49.99달러(약 5만5700원), 중국에선 299위안(약 5만4400원)에 팔린다. 대나무 상판 식탁인 피에스 2012의 경우 중국에서 1499위안(약 27만2700원), 미국 179달러(약 19만5900원), 한국 24만9000원이다. 미국의 경우 델라웨어나 오리건 등 몇개주를 제외하고 홈페이지 가격에 판매세(sales tax)가 추가로 붙는다. 홈페이지만 봐도 이케아가 한국에서 잘 팔릴 만한 상품의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케아의 제품 가격이 국가마다 다른 이유가 뭘까.

“주력상품은 한국이 더 저렴”

앤드류 존슨 매니저는 “가격 결정을 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다”며 “제품 생산지와 유통경로ㆍ통화ㆍ관세ㆍVATㆍ수량ㆍ매장수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장에서 한국으로 직배송되는지, 중국 물류창고를 통해 들어오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2013년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는 전 세계 16개국 32개 물류센터를 두고 303개(현재 345개) 매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현재 전 세계 52개국 1046개 업체에 외주생산을 맡기고 있다.

▲ 앤드류 존슨 이케아코리아 세일즈 매니저가 기자회견장에서 이케아의 가격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전 세계 다양한 물류센터와 공장을 두고 있는 이케아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품을 들여와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관세도 가격차를 결정 짓는 요소 중 하나다. 이케아는 9200여종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국내에는 8000여종의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가구제품뿐만 아니라 생활ㆍ주방용품부터 다양한 홈퍼니싱 제품이 포함돼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양허세율에 따라 WTO회원국으로부터 가구(완제품 기준)를 수입할 경우 관세가 붙지 않는다.
 
테이블ㆍ침대ㆍ옷장 등이 해당되며 DIY제품도 포함된다. 하지만 램프나 조명기구 등에는 8% 수입관세가 붙는다. 제품마다 적용되는 관세가 다르다는 얘기다. 당연히 국가별로 적용되는 수입관세도 다르다. 같은 제품이라도 국가 또는 제품마다 가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다. 근거는 또 있다. 시장규모와 제품판매량이다. 이케아는 미국 38곳, 일본 8곳, 중국 16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케아의 논리에 따르면 미국에서 팔리는 이케아 상품이 다소 저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살펴볼 게 있다. 이케아의 비전이다. ‘모든 사람이 훌륭한 디자인과 훌륭한 질의 가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렴한 가격은 이케아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토대다. 이케아의 들쑥날쑥한 가격정책에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이 때문인지 이케아는 ‘유연한 가격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앤드류 존슨 매니저는 “1년에 한번 모든 상품의 가격을 책정한다”며 “당시 환율을 고려해 각 국가에서 가장 적정한 가격을 결정하고 매년 2월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케아는 매년 8월 새로운 카탈로그를 발행한다. 여기에 새롭게 책정한 제품 가격을 적용한다. 이를테면 높은 가격으로 비판 받은 제품이 한국에서 잘 팔리면 이듬해에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케아의 수많은 제품 중 어떤 상품이 주력상품인지 일일이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배송비와 조립비도 뜨거운 이슈다. 이케아는 당분간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배송을 원하더라도 매장에 방문해 직접 신청해야 한다.

높은 배송비는 ‘장애물’

문제는 이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는 점이다. 기본 배송비는 광명 지역 기준 2만9000원으로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붙는다. 도서 지방은 배송서비스를 아예 하지 않는다. 멀리서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제품을 직접 들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한국에서의 배송비는 미국보다 비싸다. 이케아의 미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라크 커피 테이블을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주문하면 배송비는 10달러밖에 안한다. 원하면 신청할 수 있는 조립 서비스도 기본요금이 4만원에 달한다. 말이 옵션이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한국 가구업체의 제품가격과 비교하면 단점이 뚜렷해진다. 이케아의 빌리 6단 제품은 7만9900원이다. 배송과 조립을 원하면 6만9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 제품과 비슷한 한샘의 샘 5단 800 제품은 7만7000원인데, 배송비와 시공비가 포함돼 있다. 한샘 제품이 더 저렴한 셈이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은 이케아 마니아들에게 반가운 소식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가격, 높은 배송비와 조립비는 여전히 논란 대상이다.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이케아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월마트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제2의 코스트코로 환영을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