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의 시원치 않은 스타트

▲ 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인 ‘후강퉁’이 17일 개시된 가운데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축하행사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중국 증시 개방의 신호탄인 후강퉁이 시행됐다. 큰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13억 중국 내수시장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증시시장의 전망과 후강퉁 관련한 투자전략을 짚어봤다.

중국 상하이上海 증시와 홍콩 증시 간 주식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 제도가 17일부터 시행됐다. 중국의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인지 개장 첫날 조기마감되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개장 첫날 후강퉁 오전장 일일한도 소진율은 82%에 육박했다. 오후장도 마감 전에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식거래량이 줄어들면서 후강퉁 열기가 급격하게 식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후강퉁(상하이ㆍ홍콩 증시간 교차거래) 시행 이후 3일 연속 하락하던 상하이 증시는 4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소폭 상승에 그치면서 효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후강퉁 시행 기대감으로 많이 상승한 상태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후강퉁 효과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차익실현으로 후강퉁 열기 주춤

후강퉁은 본격적인 중국 증시의 개방과 위안화 경제권의 확대가 시작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2003년 적격해외기관투자자 제도가 실시됐지만 중국 주식시장의 비유통주 개혁, 미진한 자본시장 개방수준은 걸림돌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후강퉁은 중국 증시 개방속도를 가속화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후강퉁 시행 이후의 투자전략을 어떻게 세우는 게 좋을까. 먼저 중국 본토 주식시장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중국 주식시장은 대형주와 중소형주 주가흐름의 과도한 차별화, 단기투자 중심의 거래회전율 등 비정상적 현상이 있다. 선전시장과 상하이시장의 회전율은 최근 1년간 각각 308%, 155%로 글로벌 증시 1ㆍ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기 투자중심의 투기적 거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에 따라 후강퉁 초기부터 중국 주식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접근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 중국 대표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 한국 금융시장과 산업에서 이미 경험했던 궤적을 따라오는 중국 대표기업이 최우선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후강퉁 초기에는 다소간의 시행착오와 중국 증시 모멘텀 둔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대만시장처럼 본격적인 시점을 넘어서면 외국인 지분율 확대와 상승동력 구축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1998년 외국인 보유한도가 철폐되면서 1997년 9.1%이던 외국인 보유 비중이 2001년 14.5%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스피 또한 1998년 5월 말 332.0포인트에서 잠시 조정을 보인 뒤 6개월 후인 11월 451.9포인트로 36.1% 상승했다. 향후 3년이 중국 증시 개방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증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국의 성장기업을 투자 바로미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은 기존 전통산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창조적 파괴기업’의 지배력이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친환경ㆍ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글로벌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산업간 장벽 허물기가 창조적 파괴기업의 성장 토대라는 말이다. 또한 중국의 13억 내수 인구도 신생기업에게 충분한 성장의 양분이 되고 있다.

저평가된 중국 로컬 기업 주목해야

중국의 인구 변화도 투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인구학적 변화는 5000달러와 1만5000달러 이상으로 구분되는 소비의 이분화, 신도시인구 유입 확대 등이다. 중국은 일태화一胎化(한 자녀만 허용하는 정책) 정책으로 3.0%에 달하던 인구증가율을 0.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그 결과 노화 현상은 더 심화됐다. 소득의 이분화도 특징이다. 중국은 낮은 도시화율로 인해 두 개의 거대한 소득구간이 양립돼 있다. 도ㆍ농간, 빈ㆍ부간 격차 구조에 따라 중국 특유의 소득과 소비구조의 이분화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중국 본토 기업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 저평가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형 국유기업과 금융주를 눈여겨 봐야 한다. 상하이종합지수 평균 배당수익률은 2.6%로 높지 않지만 은행 등 금융주 종목 배당수익률은 5% 이상으로 높다. 중국 배당세율(14.4%)은 국내(15.4%), 다른 해외주식시장(약 15%)보다 낮다. 때문에 시가총액이 큰 금융주로의 자금 유입 증가가 예상된다.

 
대형 국유기업의 공기업 개혁도 긍정적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정부주도의 중소 국유기업 매각과 대형 국유기업 개혁 등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은 안정적인 지배력을 발판으로 수익창출을 하면서 높은 배당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내년 개시를 목표로 선강통도 추진중이다. 선강퉁深港通은 중국 선전거래소와 홍콩 주식시장의 교차 거래소로 현재 준비작업에 있다. 상하이증시엔 국영은행이나 공기업 등 대기업, 선전거래소엔 벤처회사나 기술ㆍ음식ㆍ헬스케어 같은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에 따라 증시전문가들은 2015년 중국 주식시장을 강세장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 글로벌 경기환경, 우호적 수급여건 등이 긍정적 조합을 이루면서 강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대표적인 부양조치는 자본시장 개방 확대, 중서부ㆍ남부지역 개발확대, 신도시화 정책 등이다. 경기의 핵심 변수는 부동산이다. 전종규 연구원은 “중국의 정부정책과 부동산 경기의 흐름이 6개월~1년 정도 후행해 왔고, 2000년 후반 들어 중국의 주택사이클이 3년 주기라는 점에 비춰보면 내년 상반기 중국의 주택경기가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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