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㊵

이순신과 이억기가 전투를 마친 싸움터에 경상우수사 원균, 남해현령 기효근, 미조항첨사 김승룡 등이 달려왔다. 물에 빠져 죽은 적병의 시체를 건져 목을 잘라서 ‘내 것이니 네 것이니’라며 다퉜다. 이들의 머릿속엔 ‘자신들이 싸워 적의 수급을 베었다’고 거짓 장계를 올릴 생각뿐이었다.

▲ 순신은 고군분투했지만 원균, 기효근 등은 잇속만 챙겼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적의 대장선은 사방 벽에 분을 발라 마치 불각신궁佛閣神宮을 방불케 했다. 앞에는 청색 덮개를 세우고, 누각 밑은 검게 물들인 흑색 장막을 둘렀다. 장막에는 백색 꽃무늬를 그리고, 그 안에는 제장 여럿이 무기를 들고 늘어섰다. 이밖에 적의 대선 4척이 포구 안에서 나와 합세, 한곳에 모여 선다. 배마다 검은 기를 꽂았는데 흰 글자로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이라는 일곱자가 쓰여 있다. 배는 도합 30여척. 적선들은 조선 함대를 향해 일제히 조총을 쐈다. 탄환이 우박처럼 쏟아지며 조선 함대에 떨어졌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순신은 영令을 하달했다. “모든 배는 미리 준비한 철방패를 내세워 탄환의 비를 가리고 적의 함대를 에워싸라. 그 뒤 거북선을 띄워 적선 중으로 뚫고 돌입하게 하라. 천ㆍ지ㆍ현자 각양 대포를 쏴 적군의 대장선(층각대선)을 먼저 깨뜨리라.” 드디어 조선 전선들이 각종 대포와 화전, 그리고 장편전을 쐈다. 화살과 탄환이 바람과 우레같이 맹공격을 개시했다. 적도 격렬하게 응전하였다.

싸움이 한창 어우러지자 순신은 제장에게 다음과 같은 명을 내렸다. “적이 싸우다가 힘이 빠지면 배를 버리고 육지로 도망칠 염려가 있다. 그리 된다면 적의 병력을 많이 섬멸치 못할 것이니 우리는 거짓 퇴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에워싼 것을 풀고 패하여 달아나는 모양으로 큰 바다로 나가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적은 승세를 타서 우리 뒤를 추격할 것이니, 바로 그때 전후좌우로 협격해 전멸시켜라.”

▲ 이순신이 개발한 질려포(지금의 수류탄)는 전투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 명령이 떨어진 직후 조선 전선은 에워싼 것을 풀고 퇴각해 달아났다. 아니나 다를까 순신의 예상대로 적의 대장선이 검은 돛을 높이 달고 추격에 나섰다. 그 배가 어느 정도 큰 바다로 진입하자 순신은 다시 영令을 내렸다. “적의 함대를 사방으로 돌려 포위하고 풍우같이 총공격을 시작하라. 돌격장이 탄 거북선은 대장선을 엄습하라.” 장령을 받은 거북선은 적의 대소 제선을 받아 헤치고 대장선 곁으로 바짝 달려들었다. 용의 머리를 번쩍 들고 우러러 대장군전을 쏘아 맞히니 대장선에 있는 삼층각이 왈칵 깨졌다.

다른 조선 전선에서도 대포와 화전을 방사해 대장선의 검은 장막과 돛을 맞혀 불이 났다. 마치 화광이 하늘에 닿은 듯했다. 대포 소리는 굉굉하여 산악이 진동하였다. 그래도 칼을 잡고 독전하던 적장은 마침내 순신의 화살에 맞아 떨어졌다.

순신의 묘수에 걸려든 적군

층각선의 누각이 깨지는 동시에 기타 누각선의 다락집도 다 깨지고 불이 붙고 하여 버렸다. 적장이 화살을 맞아 죽어 떨어지는 모습을 본 적군들이 돛을 달고 달아나려 하였다. 순신은 이억기와 함께 약간의 제장선만 거느리고 달아나는 적선을 추격, 활과 포로써 공격했다. 이 공격을 견디지 못한 적군들은 물에 뛰어들어 헤엄쳐 육지로 나가려 하거나 혹은 큰 배를 버리고 작은 배에 올라 타려 했다.

때마침 가랑비가 내렸다. 조선 장수들은 창과 장검, 그리고 활을 끼고 적병을 따라갔다. 그리고 물 혹은 밭에 숨은 적들과 단병전을 치러 적병의 머리 43급을 베어들고 본진 부대로 돌아왔다. 순신은 적선을 전부 불사르고 오직 배 1척만을 남겨뒀다. 또다시 승리한 순신과 군사들은 당항포의 외양에서 밤을 지냈다. 그 이튿날 여명, 순신은 방답첨사 이순신李純信에게 영을 내려 당항포 어구로 다시 보냈다. 남겨둔 적선 1 척에 적의 패잔병이 탔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순신李純信이 당항포 어구에 다다르자 아니나 다를까 일본군을 가득 실은 적선 1척이 포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전날 도망을 쳤던 수백명의 적병이 부산 방면으로 가려는 게 분명했다. 참으로 솥 안의 물고기 신세였다.

이순신李純信은 그들의 길을 막기 위해 지ㆍ현자 대포와 불랑기를 놓았다. 의외의 포성을 들은 적들은 아연실색하면서 뱃머리를 동쪽으로 돌려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동쪽에서 또다시 조선 병선이 내달아 편전ㆍ유엽전ㆍ철환ㆍ질려포ㆍ대발화 등 여러 무기를 쏘고 던졌다. 질려포는 지금의 수류탄과 같은 폭발탄이다. 그 탄환은 능철, 일명 철질려를 넣은 것이고 대발화라는 것은 속명 아단단지라는 무기다. 지금의 소이탄과 같다. 이순신이 유명 화포 제작공과 연구해 발명한 것이다. 충무전서에 이들 무기가 기록돼 있다.

적선은 좌우로 협격을 받으며 부득불 대항했다. 조선 수군의 공격이 맹렬해 사상자가 많았다. 적군은 도저히 견디지 못해 ‘죽자 살자’ 달아났다. 순신은 군사를 지휘해 쇠갈고리를 던져 적선을 못가게 하였다. 적선은 쇠갈고리를 벗으려고 만가지로 애를 썼지만 벗어나지 못한 채 바다로 끌려 나갔다. 그래서 배에 타있던 적 중 절반은 죽었다.

적의 수급 확보에 매달리는 원균

그중에 24~25세 되는 적장 한명이 부하 8명의 장수를 데리고 끝까지 항전했다.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장검을 짚고 우뚝 선 그는 화살을 7~8개나 맞아 전신이 핏빛으로 물들었지만 태연히 독전했다. 연신 죽어가던 부하들도 그 적장의 명령에 복종해 싸웠다. 그러나 화살 10여개를 더 맞은 그 장수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한 소리를 지르며 물에 떨어졌다. 순신은 그 배에 뛰어올라 그 장수의 수급을 베었다. 살아남았던 적병은 군관 김성옥金成玉 등의 날랜 칼에 모두 죽었다. 싸움이 다 끝난 뒤에 적선을 불살라 버렸다.

이때에 경상우수사 원균, 남해현령 기효근, 미조항첨사 김승룡 등이 이순신과 이억기가 승전하고 난 싸움터에 달려왔다. 그후 물에 빠져 죽은 적병의 시체를 건져 목을 잘라서 ‘내 것이니 네 것이니’라며 다퉜다. 적과 함께 싸우던 의리도 이들에겐 없었다. 오직 자신들이 싸워서 적의 수급을 베었다고 거짓 장계를 올릴 생각뿐이었다.

방답첨사 이순신李純信은 적선을 수색하여 선두에 방이 있고 그 방안에 사람의 성명을 적은 발기發記를 얻었다. 성명 밑에는 모두 혈흔이 있다. 기명된 사람은 3000여 명이었다. 아마 피를 내어 서로 맹세한 것인 듯하다. 이 발기 외에도 갑주와 창검과 궁시와 조총과 표피豹皮와 마안馬鞍 등이 무수하였다. 이순신李純信은 이 각종 전리품을 봉하여 대장인 이순신에게 바쳤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 | 이남석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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