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주정업

▲ 낮은 도수의 신제품을 무기로 한 소주업체의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사진=뉴니스]
소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 경쟁에 이어 지방 소주업체의 ‘수도권 진출전략’까지 펼쳐지고 있다. 소주경쟁의 수혜를 입는 업종은 ‘주정酒精(에탄올)’이다. 소주에 취하니 주정酒精 수요가 증가했다는 건데, 흥미롭게도 이들 주정업체들은 개별 모멘텀까지 갖고 있다. 주정업계의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주정은 무색ㆍ무취ㆍ무미의 알코올 성분인 ‘에탄올’을 말한다. 주정은 전분질 원료(쌀ㆍ보리ㆍ고구마ㆍ타피오카)를 직접 발효시켜 제조하는 발효주정과 외국에서 생산된 조주정(crude alcohol)을 수입해 재再정제한 정제주정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생산된 주정은 약 90%가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주정은 소주산업과 연관성이 높다. 매년 초 국세청과 대한주정판매, 한국주류산업협회 등이 협의를 통해 주종 소요량을 예측ㆍ협의해 주정시장의 점유율에 따라 개별업체에 생산량을 할당한다. 이는 유통과정 단순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정업체의 생산분이 대한주정판매로 일관 납품되기 때문이다.

주정이 안정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경기방어적 성향을 가진 내수주로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저低도주 트렌드 확산, 소주 출하량 증가로 주정시장의 외형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주정업체의 주가는 동반 상승세를 나타낸 후 조정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에 성장성까지 겸비한 주정업체의 장기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할 전망이다. 소주의 저도주화 경쟁은 웰빙(well-being) 트렌드와 여성 음주자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저도주 소주는 제조 과정에서 주정의 사용량이 줄어들지만 덜 취하기 때문에 소주 소비량은 증가한다. 낮은 도수로 인한 주정 수요 감소보다 소주 판매량 증가에 따른 주정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롯데주류(처음처럼)ㆍ하이트진로(참이슬)ㆍ금복주(프리미엄참)ㆍ보해(아홉시반) 등이 모두 저도주 신제품을 출시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2월 롯데주류가 소주 도수를 1도 낮춘 18도의 ‘처음처럼’을 출시한 후 3~4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같은 시기 19도에서 18.5도로 도수를 낮춘 하이트진로의 ‘참이슬’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소주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업체의 상반기 소주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증가했다. 소주 출하량 증가와 함께 주정시장의 외형성장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6년 초 ‘두산’이 5년 만에 신제품인 ‘처음처럼’을 출시했고 진로는 ‘참이슬’ 리뉴얼 제품 출시로 맞서면서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이 치열했다. 이 시기에 소주와 주정의 출하량이 동반 증가했다. 소주업체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주정수요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거다.

저도주 트렌드와 주정 수요 증가

게다가 최근 지방 소주업체들이 자도주自道酒(전체 소주구입량의 50% 이상을 그 지역의 소주 업체에서 구매)의 한계를 뛰어넘어 수도권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소주시장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는 거다. 수출도 나쁘지 않다. 대對일본수출은 주류 트렌드 변화, 반한反韓 감정, 엔화 약세 등의 이유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22% 감소했지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소주 수출 비중 2ㆍ3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수출량이 같은 기간 6%, 21%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간 90조~110조원에 달하는 중국 주류 판매시장에서 한국 소주 열풍이 일고 있다.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 285만 달러에서 올해는 380만 달러로 늘어났다. 중국 주류시장은 일본보다 약 3배 이상 큰 규모를 지니고 있어 장기적으로 주정시장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외 소주시장의 긍정적 환경이 주정업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개별 모멘텀도 주가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배당모멘텀이 부각되는 종목은 진로발효와 풍국주정이다. 주정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진로발효는 소주시장 외형성장의 최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2011년을 제외한 2008년부터 매년 1000원씩 배당해 왔으며 지난해 기준 53%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주정업체 가운데 안정적 성장과 배당매력이 큰 업체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풍국주정은 시장 점유율 3위 업체다. 2006년부터 2012년을 제외한 매년 200원 이상의 배당을 실시해 지난해 기준 29%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특히 한국전력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과 관련해 인근에 위치한 풍국빌딩의 부동산가치 상승도 기대되고 있다. 자회사인 선도산업(산업용가스)과 에스디지(수소가스)의 성장성도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업체는 창해에탄올이다. 창해에탄올은 시장 점유율 2위 업체로 타피오카를 통한 주정 생산량 수율 업계 1위를 치지하고 있다. 베트남 타피오카 시장의 50% 이상을 확보한 파트너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3년동안 타피오카 원재료 가격이 상위 3개 업체 중 가장 낮았고 생산성 지표인 수율도 1위를 유지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양호하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매력적인 기업도 있다. 풍국주정ㆍMH에탄올 등이다. 풍국주정과 MH에탄올의 올해 PBR은 각각 0.7배, 0.5배로 예상되고 있다. MH에탄올은 주정 판매는 물론 주정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효주정 생산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를 건조해 만든 건조박을 배합사료 제조용을 납품하며 발효주정발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를 정제해 선박제조회사로 납품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소주업계

이에 따라 발효주정 생산을 확대할 경우 각 사업간 시너지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적자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 재무구조 개선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주정업체 4개 회사(진로발효ㆍ창해에탄올ㆍ풍국주정ㆍMH에탄올)의 영업이익 합은 2013년 상반기 대비 약 74% 증가했다. 주정산업의 성장과 개별 모멘텀이 더해져 기업의 성장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주정업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선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sunhyunim@hah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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