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원의 종잣돈 만들기

채권자는 가해자 채무자는 피해자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불법 채권추심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면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도 제정됐다. 하지만 채권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사기성이 높은 채무자가 많은데다 채무 변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나쁜 채무자도 있어서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 채무자 만큼 채권자의 권리도 보호 받을 필요가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해 정부가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많은 채권자가 빌려 준 돈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 했다. 일부 채권자는 “채무자 위주로 법을 만들어 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돈을 받느냐”며 “앉아서 빌려주고 무릎 꿇고 받으라는 것이냐”는 하소연을 했다. 그렇다고 과거에 채권 추심을 하면서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채권자도 아니었다. 채무자를 보호하겠다는 법이 채무자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얘기다. 돈을 빌려갈 때 정상적인 방법으로 빌려가는 사람보다 사기성이 높은 채무자가 아직 많아서다. 이런 사람들은 파산면책ㆍ개인회생 등 법을 이용해가며 어렵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사실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이 없어도 채권추심을 할 때 정해진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또한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도망가고 숨기려는 채무자와 찾아내고 돌려받으려는 채권자 사이에서 채무자의 손을 들어준 법률을 보면 ‘우리사회가 무엇인가 잘 못돼 가고 있구나’란 생각을 할 정도다.

 
채무자에 비해 채권자는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채권추심전문사무소에 채권 추심을 맡기는 채무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채권추심을 의뢰해서는 안 된다. 소송이 중점인지 아니면 채권회수가 중점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추심을 의뢰하는 것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채권추심은 강제로 내 것을 받아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처음으로 해야 할일은 소송이 아니라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전략을 세웠다면 바로 전문가를 찾아가 철저하게 상대를 파악해야 한다. 소송은 그다음 일이다. 이후 채권자는 채무자를 조사하고 법원에 제소하는 방법으로 채권을 확정 짓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가 고의적으로 송달을 피하는 등 법망을 교묘히 이용해 채무 이행을 미루는 경우가 있어서다. 그래서 채권자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멸시효라는 것을 잘 파악해야 한다. 돈을 빌려주고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채무자는 차일피일 기간만 연장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채무자의 말만 믿고 시간을 놓쳐버리면 결국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덫에 걸릴 수 있다. 사실상 소멸시효완성을 채무자가 주장하게 되면 합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어진다. 받을 돈이 있다면 소멸시효 부분을 잘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사소송에서는 소멸시효를 각각 다르게 두고 있다. 1년에서 10년까지 완성되는 소멸시효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받아야 하는 돈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략 필요한 채권추심

많은 채권자가 소송을 준비하면서 묻는 질문이 있다. 소송을 하면 돈을 언제 받게 되는지 혹은 돈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다. 채권추심을 하기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소송, 즉 채무명의다. 채무명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받을 돈이 있는지 없는지는 채권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소송을 한다는 얘기다. 채무명의가 명확한 권자로 인정되는 순간이 판결이 확정된 순간이다. 이후 채권추심을 하는 것이다. 돈을 받을 수 있느냐의 질문은 이때부터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승소를 하고도 채권추심을 하지 않으면 이 또한 소멸시효완성에 걸릴 수 있다.

▲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소송에서 채무명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권추심을 하지 않고 10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이 부분에서 채무자가 법망을 교묘히 이용해 위장전입ㆍ무단전출 등을 하고 송달을 받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사실 아무런 효과가 없다. 소멸시효 중단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변호사 사무소에 전화해 10년 전에 빌려준 돈을 받아달라고 문의하면 열에 아홉은 소멸시효 완성을 근거로 받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는 채권추심을 하는 곳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판례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울산지방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채무자가 약정한 변제기 이후에 채권자와의 연락을 끊은 채 주소지를 변경하고 주민등록을 신청하지 않아 주소지에서 무단전출로 직권 말소되도록 하거나 수시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변경하는 등 채권자가 채권추심 전문가를 통해 채무자의 주소지를 알게 될 때까지 채권자에 대해 사실상 행방을 감춤으로써 채권자로 하여금 채권의 행사 내지 그 시효진행의 중단을 취한 조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

고의적 소멸시효 완성 효과 없어

채무자의 고의적으로 변제 의무를 회피할 경우 소멸시효 중단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선행돼야 하는 조치도 꼭 알아둬야 한다. 채권추심은 일회성이 아니라 늘 관리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노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수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채권회수가 한번에 해결된다면 더없이 이상적이지만 소홀하게 관리하면 재산을 내다 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소송을 진행해 제판에서 이겨도 늘 채권추심을 염두에 두고 채무자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법추심으로 처벌을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한주원 법률사무소 아신 채권추심자산관리본부 실장 hanchangk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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