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리몰 공동창업자 3人이 말하는 ‘떠리 경제학’

2013년 3월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적어도 세명의 젊은 개띠 CEO에겐 그랬다. 회사명인 ‘핌아시아(FIM ASIA)처럼 ‘찬란한 3월(Fabulous in MarchㆍFIM)’ 이들은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아이템은 발칙하고 도발적이었다.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흠집이 난 B급 제품을 아이템을 삼았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몰 떠리몰 윤상천ㆍ여창수ㆍ신상돈 세 대표의 이야기다.

▲ 떠리몰의 공동창업자 3명. 왼쪽부터 윤상천, 신상돈, 여창수 대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니 뭘 해도 행복하다는 3명의 개띠 CEO다.[사진=지정훈 기자]
지난 9월, 메일 한통이 날아왔다. ‘유통기한 임박식품, 과다재고, 스크래치 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업체 떠리몰이 9월 27일 ‘제4회 떠리장터를 서울시 성수동 떠리몰 창고에서 실시합니다’. 온라인쇼핑몰 떠리몰의 오프라인 장터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서울 성수동 구두거리를 지나자 모습을 드러낸 빌딩. 그곳 3층 사무실로 들어가자 안쪽에 198㎡(약 60평) 규모의 작은 창고가 있다. 여기저기 박스로 가득하고 낯익은 수입과자, 초콜릿, 음료부터 화장품까지 진열돼 있다.
 
박스 속 제품의 최대 할인폭은 89%.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메리카노 위에 올려놓고 뚜껑처럼 녹여 먹는 고다스 초콜릿 카라멜 와플(44.5g×8개)은 고작 7000원. 시중에서 구매하면 1만2000원이다. 편의점에서 8000원에 파는 ‘페레로로쉐 T-8 하트’의 값은 239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에 단서가 달려 있다. 유통기한(10월 25일까지)이다. 한달가량 유통기한이 남은 제품을 값싸게 팔고 있었던 거다.

오랜 시간 쟁여 놓고 먹는 제품이 아니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입과자를 주머니에 한가득 담았는데도 2만원이 채 안 된다. 떠리몰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82년생 개띠, 3명의 동갑내기가 공동창업자를 직접 만났다. 두달에 걸쳐 3번을 만났는데 변화무쌍했다. 그동안 이들은 사무실을 이전했다. KBS2 VJ특공대에서도 이들을 취재해갔다.


IT쪽 스타트업만 주로 접하다가 땀 냄새 물씬 나는 곳을 발견한 것 같다.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나.
신상돈 대표(이하 신상돈) : “두 친구와 달리 작은 교육컨설팅(티처스가든) 업체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루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수입제품을 팔아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유통기한이 한달가량 남았는데 팔아도 되고 버려도 된다고 했다. 이때 유통기한 임박상품의 가치에 눈을 떴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폐기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대상이었다. 하지만 상품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그래서 나머지 두 CEO를 끌어들인 건가.
신상돈: “그렇다. 여창수 대표와는 초등학교 동창, 윤상천 대표는 대학 시절 만났다. 셋이 만나기만 하면 ‘사업을 함께하자’고 말했다. 내가 먼저 기찬 아이템이 있으니 한번 해보자고 했다.”

맨땅의 헤딩이 빚어낸 알찬 성과

✚ 믿음이 가던가.
윤상천 대표(이하 윤상천) :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유통기한 임박식품, 스크래치 상품’처럼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B급 상품의 가치를 되살리면 환경보호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버려지는 식품규모만 연간 7000억원에 달한다. 돈을 벌 수 있는 동시에 사회공헌활동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 창업이 만만하지 않았을텐데.
여창수(이하 여창수) : “맞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업 아이템에 확신을 가졌고,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떠리몰은 오프라인 장터인 '떠리장터'를 수지로 열고 추가 '떠리 판매'를 진행한다.[사진=지정훈 기자]
2013년 3월. 그들의 아이디어는 구체화됐다. 세 대표는 일단 종잣돈 100만원을 마련했다. 신상돈 대표가 쓰고 있던 잠실의 작은 사무실(50㎡ㆍ약 15평)을 함께 썼다. 떠리몰 3명 대표와 다른 창업팀까지 총 8명이 작은 사무실을 쓰며 동고동락했다. 문제는 아무런 인프라도, 인맥이 없다는 거였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책을 보고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해 알음알음 정보를 얻었다. 사업자 등록도 안한 상태에서 명함부터 만들고 제조업체와 수입업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약 3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해 5월에 베타버전의 떠리몰 사이트를 오픈했다. ‘원데이 딜(oneday deal)’ 형태였다.

✚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윤상천 : “맞다. 처음 들여온 제품의 유통기한이 한달 조금 넘게 남은 아사이베리였다. 업체에선 일정 수량 이상을 사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3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소비자 가격 대비 70% 저렴하게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형마트에서 같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당시에는 충격이었다(웃음). 다행히 사주는 사람이 있었다.” 소비자도 직접 찾아다녔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 홍보하고 관심이 있을 만한 이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주문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했지만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길 원했고 업체들은 재고를 처리하고 싶어 했다. 일부 대규모 유통업체들은 유통기한이 40%가량 남은 제품을 반품하거나 판매를 중지한다. 예를 들어 유통기한이 10개월짜리 제품은 유통기한이 4개월 정도 남은 상태에서 제조업체로 반품되는 식이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파는 만큼 관리도 철저하게 했다. 샘플이 들어오면 전원 시식을 하고 이유식이나 액상제품처럼 안전에 민감한 제품은 식품공학 전공의 대학생이 중심인 스마트팩터라는 ‘서포터즈’를 통해 대장균 등 각종 세균검사를 했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소비자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1년 만에 회원수는 3만4000명으로 늘었고 매출은 매달 50%씩 꾸준하게 성장했다. 사무실도 성수동의 넓은 곳으로 옮겼다.
지금도 떠리몰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400여개 상품을 최대 93%(평균 60%)까지 저렴하게 판다. 현재 떠리몰의 하루 주문건은 약 400건, 회원수는 5만2000여명으로 늘었다. 1년8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거다. 창고 같은 사무실에 새벽 별을 보고 출퇴근하면서 일군 성과였다.

“창업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

✚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류도 잘 탄 것도 같다. 비결은 결국 ‘사람’이 아닌가 싶다.
신상돈 : “우리가 계획했던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팀워크 덕분이다. 서로의 경험치에 맞게 역할을 분담한 게 시너지를 낸 것 같다. 잡지사에서 근무했던 윤상천 대표가 홍보를 맡고 식자재 회사에서 근무한 여창수 대표는 구매 영업을 담당한다. 창업 경험이 있는 내가 기획ㆍ재무를 맡고 있다.”

친구와 사업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수십년 지기 친구라도 사소한 일로 틀어지게 마련이다.
신상돈 : 맞다. “A부터 Z까지 모두 정해놓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의견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모두가 공동창업자고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편이다.”

여창수 : “‘상대방이 맞다’고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 순간 모든 게 해결된다. 자존심을 세우고 맞는 걸 틀리다고 하면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는다.”

✚ 창업 얘기를 해보자. 30대의 창업은 20대의 창업처럼 열정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두명은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윤상천 : “대단하다는 반응, 잘될 수 있겠냐는 반응 반반이다. 다행스러운 건 대부분의 지인이 오픈마인드로 우리의 창업을 바라봤다는 거다. 아버지도 ‘한번 해보라’며 응원을 해주셨다.”

여창수 : “결혼한 지 얼마 안됐다. 부인이 나보다 돈을 더 잘 번다. 그래서인지 내가 사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웃음).”

✚ 공식적인 말 아닌가. 부인이 까다롭게 굴었을텐데.
여창수 : “아내와 동갑인데 3년 정도 만났다. 나이가 차서 할 수 없이 나랑 결혼한 게 아닐까(전원 웃음).”
신상돈 : “상식적으로 ‘이게 맞나’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어려워진다. 지금 받는 월급에 만족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지금처럼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비전을 꿈꾸고 있다. 떠리몰은 각자의 꿈을 이뤄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 자기 사업을 하니까 어떤가.
여창수 : “직장에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한다. 자기 사업을 하면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일한다. 식자재 회사를 다닐 때 기획부서에 있었는데, 말이 기획이지 아무리 아이디어를 내도 반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키는 일만 해야 한다는 게 불만족스러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진짜 인생을 살고 싶었다.”

✚ 후회한 적은 없나
여창수 : “희열을 느낀다. 좋은 가격에 물건을 가져오는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수준의 많은 물량의 제품이 한번에 팔렸을 때 특히 그렇다. 추운 겨울 복도에서 목장갑을 끼고 제품을 포장할 때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윤상천 :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항상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직원으로 일하면서 주인의식을 갖기는 쉽지 않다. 내 사업을 하면 주인의식이 생긴다. 내 자식을 키운다는 생각도 든다. 롤플레잉(역할연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만족감도 커진다.”

✚ 창업에 뛰어든 지 이제 1년 8개월 차다.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윤상천 : “창업시장에 버블이 낀 것 같다. 방송을 보면 잘나가는 창업자들의 얘기만 나온다. 성공한 창업자의 화려한 모습 뒤에 숨은 땀과 처절함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신상돈 : “속으로는 ‘고생 좀 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해보라’고 할 것 같다. 대학을 갓 졸업한 친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던진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안될 것 같은 걸 이뤄내는 게 창업자가 할 일이다. 하지만 창업을 하는 이유는 분명해야 한다.  무작정 ‘카카오’ 같은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단순한 이유라도 명확하다면 어떤 형식의 창업이든 문제 될 게 없다.”

여창수 :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트렌드를 고려해야 한다. 내가 노트 만들고 싶다고 해서 노트를 만들어선 안 된다. 내가 만들 노트가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지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자신이 잘하고 좋아한다는 이유로 창업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 외적으로 고려할 게 많다.”

하고 싶은 일 해야 진짜 인생

✚ 롤모델이 있나. 어떤 기업으로 크고 싶나.
신상돈 : “특별한 롤모델이 있다기보다 소비자로부터 신뢰 받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유통기한 식품, 소위 말하는 B급 제품을 파는데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설자리가 없다.”

 
윤상천 : “처음 떠리몰은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판매하는 게 콘셉트였다. 지금은 ‘합리적인 소비’를 이끌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뿐만 아니라 리퍼브 상품(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흠집이 있을 경우 이를 손질해 소비자에게 정품보다 싼 가격으로 되파는 제품),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는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앞으로 브랜드력이 약한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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