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가 창출하는 새 가치

빈방을 공유하는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의 가치는 글로벌 호텔체인을 훌쩍 뛰어넘었다. 고객운송서비스 기업 ‘우버’의 시장가치는 180억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유서비스 업체가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건 ‘공유경제’의 가치가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낯설기 짝이 없던 공유경제, 대중화 시대가 멀지 않은 듯하다.

▲ 공유경제가 단순한 재화의 공유에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대 후반으로 프리랜서 웹디자이너인 공유경씨. 그는 ‘공유’와 함께 생활한다. 영어강의는 대학교 강의를 공유하는 ‘대학공개강의서비스(KOCW)’를 이용한다. 강남에 있는 사무실은 공유 서비스 코업(CO UP)이고, 공공자전거인 서울바이크를 타고 출근한다. 업무자료는 다양한 파워포인트(PPT) 자료가 업로드돼 있는 ‘슬라이드셰어(Slide Share)’, 저작권 문제가 없는 이미지를 올려 놓은 ‘레츠씨씨(LetsCC)’ 사이트를 이용한다. 발표자료를 찾을 땐 풍부한 지식이 있는 ‘위키피디아(Wikipedia)’를 참고한다.

오전 11시 고객과의 미팅을 위해 카쉐어링 서비스인 ‘그린카(Greencar)’를 이용한다. 장거리 이동을 위해서 사용하는 그린카는 차를 소유하고 이용할 때보다 비용이 훨씬 절약된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일일집밥’ 모임에 참석한다. 강남역 근처에서 참석자들과 만나 공통의 관심사인 ‘공유경제 창업’을 이야기하며 맛있는 점심식사를 즐긴다. 오후엔 이번주 읽을 책을 대여하기 위해 북셰어링 서비스인 ‘국민도서관 책꽂이’에 접속, 트렌드와 혁신에 관한 책인 「트렌드헌터」를 신청한다.

4주 후엔 유럽에 있는 친구가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공씨는 친구에게 전통 한옥을 위주로 빈방을 공유하는 숙박 공유업체 ‘코자자’를 통해 숙박업체를 추천해준다.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지역 사람들이 여행 호스트가 되는 ‘플레이플래닛’에서 독특한 여행코스를 찾아본다.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을 디자인 거리로 바꾼 ‘대안공간’ 여행코스를 선택한다.

저녁에 참석한 가족모임에선 언니가 멋진 옷을 입은 조카와 함께 나타났다. 조카가 입은 옷은 언니가 ‘키플’을 통해 작아진 아이옷을 보내고 새로 받은 것이다. 저녁식사 후엔 면접에 입고 갈 정장을 공유하는 ‘열린옷장’에서 정장을 골라주면서 구직중인 남동생을 격려한다. 집으로 돌아와 잠들기 전 광고에서 눈여겨 본 김연아의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어 스킬과 지혜를 나누는 경험 공유 서비스인 ‘위즈돔’에 모임을 신청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한다.

이는 황혜경 ‘하우투컴퍼니’ 대표의 블로그 ‘공유경제 속의 하루’를 각색한 것으로, 공유경제가 얼마나 우리 생활 속에 침투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공유경제는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다. 공유경제가 재화ㆍ서비스ㆍ정보 등 자원을 함께 나눠 쓸 때 그 가치가 커질 수 있는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창의적 공유경제란 소유주에게 한정된 재화를 여러 명이 공유하면서 산출되는 가치를 나눠 갖는 ‘윈윈(win-win)’의 개념이다.

생활 속에 침투한 공유경제

실제로 공유경제는 혼자 구매해 사용하기엔 부담스러운 집이나 차를 함께 쓰는 것에서 시작됐다. 현지생활을 밀착 체험할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 집카(Zipcar)와 우버(uber) 등 카셰어링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자신의 집을 공유해 주는 에어비앤비, 코자자 등 서비스 이용 사례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추가수입을 일정 부분 제공해 주는데다 외국인 관광객과 교류할 수 있는 ‘재미 있는 경험’이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공유경제 업체들이 ‘소규모’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는 6년 만에 190개 나라 3만4000여 도시로 확산됐다. 누적여행객은 1500만명,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호텔그룹인 하얏트나 인터콘티넨탈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집카는 지난해 글로벌 렌터카 회사인 ‘아비스’에 5억 달러(약 5575억원)에 인수됐다. 매월 약 5만명이 우버 운전자로 신규 등록하는 우버는 현재 44개국 170곳에 진출했고 기업의 가치는 18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공유경제의 파급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유경제가 2015년 ‘얼리어답터’ 위주의 시장형성기를 지나 대중화 초기단계로의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공유경제는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공유경제가 확산될 수 있는 배경은 IT기술의 발달에 있다. IT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공유재화의 근접성 확인ㆍ예약ㆍ사용시간ㆍ요금계산ㆍ지불방식 등이 편리해지고 있어서다. 많은 공유의 대상이 범위의 제한 없이 실생활 속으로 침투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잘 입지 않는 옷, 아이의 손을 떠난 장난감, 인터뷰나 특별한 행사 때나 챙겨 입는 비싼 정장이나 드레스, 고급 한복 등을 빌려 입는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고가의 원서나 책을 함께 빌려보는 서비스, 다른 사람의 노하우나 지혜를 공유하는 서비스도 생겼다.

LG경제연구원이 올해 7월 발표한 ‘공유경제, 소비자들의 롱테일 수요 깨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경제의 사업모델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재화를 임대하거나 단기서비스를 제공해 일시적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집카’ ‘에어비앤비’가 예다. 둘째는 ‘열린옷장’이나 ‘키플’과 같이 물물교환 또는 중고거래를 통해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재분배해 장기적으로 재화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소셜 아이디어 제품업체 ‘퀄키’, 크라우딩 펀딩업체 ‘킥스타터’처럼 재품을 생산할 때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자금을 협조하는 등 선택적으로 공유ㆍ협업하는 방법이다.

모든 자원을 공유하는 모델로 성장

공유경제는 향후 재화뿐만 아니라 모든 자원을 함께 나누는 모델로 확장될 공산이 크다. 지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요가 촉발되는 연쇄적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갈수록 늘어나는 공유경제의 경험이 축적되면 그 체험마저 나누는 ‘공유체험-공유경제의 결합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공유경제를 장려하는 이유는 간단한다. 공유경제가 부의 편중, 양극화, 승자독식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유경제가 자본주의의 보완재가 될지 대안으로 거듭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공유경제는 단기적 관점에서 한정된 소비만을 위해 재화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재화의 효용성을 장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공유할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1997년 IMF 금융위기 때 등장한 ‘아나바다 운동’처럼 자원의 재활용과 공동체 활성화라는 환경에 윤리가 결합한 ‘가치소비’라고 할 수 있다. [※ 참고: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뜻으로, 물자를 절약하고 재활용하자는 운동이다.] 이런 새로운 경제방식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되면서 산업의 모든 영역, 더 나아가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가치가 됐다.
김윤경 핫트렌드 2015 연구위원 webmast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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