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기 회장의 감성경영

▲ 단순한 게임은 직원간 친목을 도모하는 데 제격이다.[사진=엠엘씨월드카고 제공]
주5일제가 문화생활을 바꿔놓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이 평일에 가족과 시간을 갖거나 봉사ㆍ문화활동 등 개인적인 일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회사 차원에서 흥미로운 문화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는 놀이요, 놀이는 문화니, 그게 바로 감성경영 아니겠는가.

시작은 단순했다. 스포츠 중계를 보던 중 직원들이 가벼운 내기를 하고, 그런 내기에 참여하는 직원이 늘자 재미와 몰입도가 높아졌다. 이 일상적인 장면 하나가 ‘FUN 경영’의 시작이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교양을 쌓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냥 한번 크게 웃을 수 있는 하루를 회사가 직원에게 선물하자는 취지였다.

이를 시작으로 ‘자체 놀이’를 만들었다. 스포츠 경기의 스코어 내기처럼 “재미있는 거 해보자”는 단순한 출발이 제도화돼 직원간 친목도모와 문화를 즐기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팔씨름, 공기놀이, 딱지치기처럼 누구나 알고,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추억의 놀이가 주를 이뤘다. 동심으로 돌아가 놀이를 시작하자 경직된 사무실에선 웃음이 넘쳐났다. 웃음만이 아니었다. 여직원 팔씨름 경기, 딱지치기 선수 지목하기 등 직원이 직접 제안한 독특한 게임이 생겨났고, 그 게임을 제안한 직원이 진행을 맡는 자발적이고 창의적 문화까지 자리를 잡았다. 2인ㆍ4인ㆍ팀대항 등 게임규칙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부서간 교류가 원활해지는 효과도 발생했다.

햄버거 빨리 먹기, 아이스크림 빨리 먹기처럼 방송에서 한번쯤 봤음직한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게임은 한바탕 웃고 신나는 하루를 만들기에 더없이 좋다. 약 2시간에 걸친 게임이 끝나고 우승팀이 결정되면 문화상품권을 상품으로 주고 조기퇴근시키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신명의 소리인 ‘얼쑤!’와 동음이의를 활용한 ‘얼쑤’ 행사 역시 문화생활 독려 차원에서 만든 제도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가장 힘든 요일로 수요일을 꼽는다. 이런 수요일을 가장 신명나는 시간으로 바꿔주는 얼쑤 행사에선 고궁탐방 시리즈, 테마가 있는 전시관람 등 이벤트가 진행된다. 주간에 문화행사를 즐기기 힘든 점을 고려해서다.

주5일제가 직장인의 문화생활을 바꿔놓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직장인이 평일에 가족과 시간을 갖거나 봉사ㆍ문화활동 등 개인적인 일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시작한 우리 회사의 4.5일 근무제 ‘스머프데이’는 대표적인 복지제도로 자리 잡았다. ‘스타일은 살리고, 머리는 비우는 프라이데이’의 줄임말인 스머프데이는 금요일 오전까지만 근무를 하고 오후에는 개인시간을 갖는 제도다.

스머프제도 이용을 희망하는 직원 10명을 매주 월요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그 직원들은 ‘즐기미’가 돼 금요일 오후 조기퇴근을 할 수 있고, 이후 ‘나누미’로 편성돼 다른 부서에서 업무협조가 들어왔을 때 지원을 한다. 스머프를 신청한 사람의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품앗이’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금요일 오후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고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다.

수요일엔 얼쑤! 금요일엔 스머프!

재미를 추구하는 데 아이ㆍ어른 가릴 건 없다. 남ㆍ여, 직원ㆍ임원, 부서ㆍ다른 부서를 나눌 이유 또한 없다. 우리 회사의 재미있는 복지행사에 참여도가 높은 것은 어쩌면 놀이가 인간의 본성에 근거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영 석학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인간에게 일은 놀이나 휴식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고 경계를 허물어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를 키우라는 것이다. 놀이의 기원은 문화보다 오래됐다. 놀이 그 자체는 문화의 기초나 다름없다. 감성경영의 중요한 키워드인 ‘문화’의 기원이 놀이라면, 놀이 그 자체로 감성경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채명기 DSE 회장 mkchai@dsecar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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