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퀘어 리뉴얼한 김담 대표

▲ 김담 대표는 타임스퀘어 개점 5주년을 맞아 일반 쇼핑몰 매장의 60%를 리뉴얼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타임스퀘어 제공]
지난 10여년 동안 ‘타임스퀘어’ 신화를 일궈내느라 40대의 정열을 불사른 김담(49) 경방 타임스퀘어 대표. 그가 최근 또 한 번의 일을 냈다. 개장 5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한 것. 집객력을 높이기 위해 일반 쇼핑몰 매장의 60%를 리뉴얼(재단장)하고 연말까지 각종 사은행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서남권의 랜드마크로 부상한 타임스퀘어의 새로운 승부수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대한민국 No.1 복합쇼핑몰’로 키우겠다는 김담 경방 타임스퀘어 대표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 백화점ㆍ대형 마트ㆍ극장 등을 제외한 일반 쇼핑몰 매장 3만3000㎡(약 1만평) 가운데 1만9800㎡(약 6000평)를 바꾸거나 확장한 것. 브랜드는 전체 200여개 중 82개를 새로 교체했다. 리뉴얼을 위해 지난 5년간의 데이터로 고객 트렌드를 파악했고 해외 유명 쇼핑몰을 벤치마킹했다. 그 결과, 20~30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기 위해 패션과 식음료(Food and Beverage) 중심으로 리뉴얼을 진행했다.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 관광객 증가세를 감안해 외국인을 위한 공연 공간도 확충했다. 패션부문에서는 ‘플러스에스큐’ ‘어라운드101’ ‘A랜드’ 등 최근 유행하는 브랜드나 편집숍을 보강했다. ‘비이커’ ‘팀버랜드’ ‘오니츠카타이거’ 등 잡화나 라이프스타일 매장도 새로 입점시켰다. 식음료 부문에서는 트렌디한 레스토랑, 소문난 거리 맛집, 커피ㆍ베이커리 전문점 등을 유치했다.

 
서울 한남동 유명 베이커리 ‘오월의 종’과 연남동에 1호점을 둔 착한 커피 전문점 ‘커피 리브레’를 결합한 신개념 카페도 오픈했다. 홍대 맛집 ‘구슬함박’ ‘멘야산다이메’ ‘홍대 돈부리’ ‘아비꼬’ 등을 입점시키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번에도 많이 다녀보고, 들어보고, 먹어보는 노력 끝에 경쟁력 높은 유통채널이나 차별화된 인기 맛집을 다수 유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번 리뉴얼과 관련 “복합쇼핑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몰링 트렌드를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국내 No.1 복합쇼핑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개장 5년을 맞은 타임스퀘어는 이제 단순 쇼핑 편의시설을 넘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도심형 엔터테인먼트 상업시설로 안착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에 걸친 사업 과정에서는 숱한 난관이 있었다. 특히 ‘영등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큰 장애물이었다. 좁은 골목, 빽빽이 들어선 공장과 상가 건물 등…. 한마디로 낙후한 이미지였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몰링(Malling) 전도사’로 자처하며 난관을 극복했다. ‘몰링’이란 백화점ㆍ호텔ㆍ영화관ㆍ대형마트ㆍ음식점ㆍ오락장 등을 한곳에 모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공간을 말한다. 그는 몰링 공간을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외출복만 입고 오시면 됩니다. 쇼핑하고, 영화보고, 운동하고, 산책도 하고…. 모든 걸 타임스퀘어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는 타임스퀘어를 코엑스몰 같은 ‘이너몰(inner mall)’과 여주 첼시아울렛과 같은 가두형 ‘아우터몰(outer mall)’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hybrid) 몰’로 만들고자 했다. 사실 타임스퀘어의 성공으로 그는 재계에서 촉망 받는 젊은 사업가의 한 사람으로 주목받게 됐다. 단순히 현재 주어진 사업 경영자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형태를 도모하는 요즘 말로 ‘창조경제’를 실행해온 사람쯤으로 비치고 있다.

5년 만에 영등포 핵심 상권 장악

본인 스스로도 경영자나 유통업자가 아닌 ‘디벨로퍼(developer)’로 불리길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30대 중반에 백지 상태에서 복합쇼핑몰 아이디어를 내고 물고늘어져 40대 중반에 마침내 그것을 실현시킨 인물이다. 몰링 사업을 국내에 전개하겠다는 도전정신과 유통사업 트렌드를 읽어낸 힘이 있었던 것. 하지만 그가 한 언론에서 밝힌 내용은 좀 뜻밖이다. 타임스퀘어의 성공 비결을 묻자 주저 없이 ‘모방’이라고 답한 것. “모방을 정말 눈물 나게 했다.

가능하면 완벽하게 모방하려 했고 베끼다시피 해서 가져왔다.”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나 홍콩의 퍼시픽플레이스, 하버시티 등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베끼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실정에 맞도록 변형했다. 그는 “모방과 변형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잘 엮는가가 중요하다”며 “만약 또 한다면(대도시에 제2ㆍ제3의 타임스퀘어를 추진한다면) 자기복제를 하게 될 것”이란 말도 했다. 복합쇼핑몰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파는 공간이란 생각도 갖고 있다. 그래서 타임스퀘어란 이름도 자신이 직접 지었다.

▲ 복합쇼핑몰 경방 타임스퀘어가 개점 5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리뉴얼 오픈 기념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물론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적인 광장 ‘Times Square’를 차용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복합쇼핑몰 개념을 ‘타임스퀘어’란 말 만큼 정확하게 표현해 주는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9년 영등포 경방 공장 터(37만㎡ㆍ약 11만평)에 타임스퀘어를 개장할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는 기대보다 염려를 더 많이 했다. ‘몰링(Malling)’ 문화 자체가 생소했던 데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만한 상권도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죽는다며 지역 소상인들의 반대도 컸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 평균 15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서울 서남권 랜드마크이자 영등포의 핵심 상권으로 안착했다. 상시 근무자만도 1만명에 달한다. 주변 시설의 고용효과까지 감안하면 총 3만5000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는 분석. 김 대표는 “무엇보다 젊은 층을 비롯한 영등포 유동인구가 크게 늘고, 주변 소상인들이 몰락할 것이라는 염려와 달리 오히려 영등포 상권 자체가 활성화됐다는 평가를 받아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상반기 영등포 일대 점포 권리금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평균 23% 올랐다. 인근에 디큐브시티, IFC몰 등의 쇼핑몰까지 들어서면서 타임스퀘어가 서울 서남권 복합쇼핑몰 시대를 선도한 대표주자가 됐다. 쇼핑몰 이미지에 일관성을 주기 위해 분양 방식이 아닌 100% 임대 방식으로 운영한 것도 조기 안착의 밑거름이 됐다.

국내 No.1 복합쇼핑몰 향해 매진

㈜경방은 일제 강점기에 민족자본으로 출발해 올해 창립 95주년을 맞은 섬유(면방직) 장수기업이다. 우리나라 법인 1호이자 상장기업 1호라는 타이틀도 지녔다. 그 같은 영예에도 섬유업 위축으로 한동안 사세社勢가 예전 같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타임스퀘어를 통해 경방이 ‘제2 창업의 기초를 다졌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 일에 경방 오너 3세인 김담 대표가 많은 기여를 했다.

조부(고 김용완 명예회장)와 선친(고 김각중 명예회장)이 모두 전경련 회장을 지낸 집안이다. 그의 형이자 장남인 김준(51) 경방 사장은 섬유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김 대표는 경방 부사장으로 섬유사업의 자금과 인사 분야 외에 타임스퀘어 쪽을 챙기며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5년 후면 경방은 창립 100주년을 맡는다. 그는 요즘 경방 100년 비전과 인재상 정립에 고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5년 후면 증설 중인 베트남 공장이 가시화되고 타임스퀘어도 재무적으로 자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 가면 100년 기업 경방과 10년 쇼핑몰 타임스퀘어가 비로소 왕성하게 상호 시너지를 보일 것이란 기대에 차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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