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7년만의 결단’

▲ 삼성전자 주가가 자사주 매입 영향으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그 여세가 계속될 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2조원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결정 공시를 밝힌 다음 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때 상승폭이 8.33%에 달했다. 2000년 이후 삼성전자가 추진한 7건의 자사주 매입 사례 중 5건에서 단기적인 상승세가 발생했다. 이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월 26일, 흥미로운 공시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2조원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시였다. 자사주 매입량은 보통주 165만주(1조9635억원)와 기타주식 25만주(2297억5000만원)로 총 2조1933억원에 달했다. 이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로, 11월 27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장내매수로 취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라고 자사주 취득 목적을 밝혔다.

시장은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자사주 취득 공시 다음날인 11월 27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7만2000원 오른 127만3000원으로 개장했다. 장중 전일대비 8.33% 오른 130만1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5.25% 오른 126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다음날에도 삼성전자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11월 28일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1.82% 오른 128만7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특히 3분기엔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의 저가폰 공세와 애플의 대형화면 아이폰 출시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가 줄어 4조원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150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올 10월엔 107만80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이라는 결단을 내린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은 2007년 이후 7년 만이다. 규모도 역대 최고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주가 하락을 막는 효과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이 호재로 작용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자사주 매입이 장기적인 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총 7회에 걸쳐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다. 자사주 매입 결정 공시 이후 한달간의 주가 변동폭을 조사해본 결과, 7건 중 5건에서 주가상승이 발생했다. 단기적으로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상승을 견인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주가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 분석 결과 자사주 매입 시 주가는 단기 상승 후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상승ㆍ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은 그저 단기 상승요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그 궤를 함께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으로 기초체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장기적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개선 시점은 반도체 경쟁력 확대와 스마트폰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2015년 2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전자의 주가 안정성은 확대됐다. 이 흐름이 ‘반짝’ 상승세에 그칠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삼성전자의 다음 행보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최범규 더스쿠프 인턴기자 cb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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