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합법성 따져보니…

▲ 면세점 업체가 주장한‘알선수수료’의 지급 근거는 미약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면세점 업체는 알선수수료(리베이트) 지급이 정상적인 법 규정에 의거한 정상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관광진흥법에 알선수수료 지급 근거가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가 윤호중(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면세점 업체가 주장한 법적 근거의 타당성을 살펴봤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면세점 리베이트(알선수수료)의 실체가 드러났다. 홍종학(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16곳이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지급한 리베이트 규모는 1조1655억원에 달했다. 면세점은 여행사와 가이드이 관광객을 데려오는 대가로 막대한 돈을 뿌린 것이다. 그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009억6300만원을 기록했던 리베이트 규모는 올해 8월 3045억9600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롯데ㆍ신라면세점이 6년 동안 지급한 리베이트 규모는 9768억원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한해 평균 1628억원의 돈을 뿌리며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는 얘기다.

▲ [자료|홍종학 의원실, 참고|2014년 8월 기준]
암묵적으로 존재하던 면세점 리베이트의 규모가 밝혀지자 탈세 등 불법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면세점 업계는 즉각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알선수수료는 정상적인 법 규정에 근거한 합법적 행위”라며 “수수료 지급 근거는 관광사업법상 여행알선업에 있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원천징수 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수료는 롯데면세점에 등록된 은행계좌로 송금하고 국세청과 연결된 전자세금계산서도 발행하고 있다”며 “이를 받는 기업은 탈세를 할 수 없는 구조로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이 제시한 법적 근거는 3가지. 관광진흥법 제38조, (구)관광사업법 제2조제2호, 국세청 고시 제2012-54호다. 이들이 주장한 법적 근거는 실제로 있을까.

◆별 의미 없는 관광진흥법 제38조=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관광종사원의 자격 규정이다. 관광진흥법 제38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관광업무에 관광종사원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관할 등록기관 등의 장이 권고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자는 관광통역안내 자격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관광종사원의 자격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문체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관광진흥법 제38조는 쉽게 말해 여행사 가이드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조문은 관광종사원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면세점의 리베이트 지급 근거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폐기된 법안 근거로 삼아

◆오래 전 사라진 (구)관광사업 제2조제2호=이 조문은 알선수수료를 언급하고 있다. 수수료를 받고 여행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업業을 여행알선업으로 정의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운송ㆍ숙박 기타 여행에 필요한 시설의 이용을 알선하거나 그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과 이용에 필요한 계약을 여행자 대신 체결하는 행위다. 여행자를 위해 안내 등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도 여행알선업의 범주에 들어간다. 언뜻 면세점이 여행사에 리베이트를 줄 수 있는 근거로 보인다.

하지만 이 조문의 의미는 여행알선업자가 수수료를 받고 여행에 관련된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재벌 면세점이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다는 것으로 확대해석한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조문이 이야기하는 여행알선업에는 보세판매장ㆍ지정 면세점ㆍ외국인 전용관광상품기념판매업 등의 사전면세점과 외국인관광객 면세점과 같은 사후 면세점이 해당하지 않는다”며 “면세점의 알선수수료 지급은 되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의거한 불공정행위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조문이 리베이트의 근거가 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구)관광사업법이 1986년 폐기됐기 때문이다. 재벌 면세점으로선 28년 전에 폐기된 법을 리베이트의 근거로 사용한 셈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법안이 폐기된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면개정을 통해 폐기된 법안을 알선수수료 제공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관광사업법이 전부개정돼 새롭게 만들어진 관광진흥법에는 알선수수료 관련 약관과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물론 법이 전부개정됐더라도 그 효력이 유효한 경우가 있다. 과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기 위해서다. 이런 경우엔 사안별로 검토를 해야 한다. 법무법인 정도의 양창영 변호사는 “법이 개정된 경우엔 신법新法을 우선 적용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과거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케이스도 있어, 법안 개정의 취지와 사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세청 고시 제2012-54호 ‘관광알선수수료명세표 고시’=이 고시는 ‘관광알선수수료명세표’의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한 법률이다. 일반 여행업자가 외국인 관광객로부터 외화를 획득했을 때 세금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시의 근거조항인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제1항 제4호(현재 제24조 제1항 제3호로 변경)에 따르면 이 경우 0%의 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관광알선수수료명세표 고시’를 통해 여행업자는 외국인 관광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돈에 0%의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 면세점의 리베이트 지급은 기업 간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조건 공정거래행위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다.[사진=뉴시스]

이처럼 면세점이 제시한 리베이트의 법적 근거는 부실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이 알선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다는 근거가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여행사와 여행가이드의 입장에선 알선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입장이 아닌 여행사(여행가이드)의 관점에서 법조항을 해석하면 근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한 재벌 면세점 관계자의 항변이다. “관광진흥법에는 ‘관광종사원의 자격이 없는 가이드가 관광종사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역으로 돌리면 관광종사원 자격이 없는 이가 수수료를 받으면 처벌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리베이트 명확한 근거 필요

이에 따라 자격증이 있는 가이드라면 ‘관광사업’에 종사하면서 사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 조항 어디에도 ‘알선수수료’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호중 의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리베이트가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과도하지 않은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이대로 둔다면 불필요한 출혈경쟁만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세점에서 나오는 리베이트로 인해 ‘NO TOUR FEE’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 정직한 여행사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50%가 넘는 리베이트를 지불하는 건 일부 사후면세점이 질 나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한국 상품의 이미지 하락과 한국관광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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