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법테크

국가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규정이 근거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가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약자를 배려하는 민주화된 경제가 아쉽다.

▲ 경제민주화 공약이 지난 대선에서 봇물처럼 터졌다. 일부에서는 포퓰리즘적 경제정치화라는 비난도 나왔다.[사진=뉴시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가장 쟁점이 됐던 것 중 하나는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란 말의 의미는 정확히 몰랐지만 그로 인해 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으로 반겼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등장한 건 시대가 이를 절실히 요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굳이 공약으로 내세워야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이 이를 명확히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에 관한 헌법규정을 살펴보자.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질서가 자유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경제민주화에 관한 규정이다.

국가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질서가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근간으로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위해 규제ㆍ조정할 수 있다. 또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ㆍ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규정된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의 이념도 경제영역에서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추구할 수 있는 국가목표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행위를 정당화하는 헌법규범”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결국 국가는 자유로운 경쟁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ㆍ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는 것이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에 열광했다. 세계화라는 말은 그 자체로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다. 그런데 세계화는 경제적 측면에선 적어도 강자들에게 보다 넓은 시장을 마련해 준 도구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부강한 나라는 더 강해졌지만, 가난한 나라는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세계화를 통한 자유로운 경쟁을 표방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한 나라 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경쟁을 내버려 두자 극소수의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된 반면 많은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유경쟁을 적절하게 규제ㆍ조정하지 않은 탓이다. 세상 만물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누군가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다른 사람도 끌려 내려갈 수밖에 없다. 약자를 외면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강자도 결국 안전하지 못하다. 오늘도 민주화된 경제를 꿈꿔 본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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