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3년 SPAC 성적표 분석

▲ 올해 상장한 14개 스팩 중 4개만이 합병 대상을 찾는 데 성공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국내 증권시장에 스팩(SPAC)이 늘고 있다. 올해만 14개 스팩이 상장했다. 기업 인수ㆍ합병(M&A)으로 상장이 결정되기 때문에 상장이 비교적 쉽고 빠르다. 그러나 약점도 많다. 2010~2013년 스팩 성적표를 비교ㆍ분석했다. 2014년은 11월 24일까지의 성적표를 별도로 살펴봤다.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인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2010년 11월 10일 신규 상장한 ‘하나그린스팩’과 합병을 통해서다. 공모가는 4000원. 1년이 지난 11월 24일 선데이토즈 주가는 1만7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나그린 스팩에 투자한 투자자의 수익률은 무려 327%에 달한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신규 상장한 스팩만 14개에 달한다(11월 24일 기준). 전체 신규 상장(67개)의 20%다. 현재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스팩도 14개나 된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초까지 28개 스팩이 상장할 것이다. 스팩이란 기업의 인수ㆍ합병(M&A)을 위해 만든 페이퍼 컴퍼니를 말한다. 일명 ‘껍데기 회사’다. M&A 후 사라지기 때문이다.

절차는 간단하다. 회사를 설립하고, 신규 상장한다. 공모를 통해 자금도 모은다. 비상장기업과 합병한다. 3년 안에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된다. 이를테면 선先상장 후後합병 절차를 밟는 것이다. 공모 자금의 90% 이상은 외부신탁기관(한국증권금융)에 맡겨 별도로 관리한다. 때문에 3년 안에 합병대상을 찾지 못해 청산되도 원금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일종의 투자자 안전장치다.

 
이처럼 스팩의 장점은 비상장사가 M&A 만으로 간단하게 증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른 시간에 비교적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들이 M&A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스팩은 합병 대상기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상장한 14개 스팩을 보면, KB스팩 2호ㆍ유진스팩 1호ㆍ하나머스트스팩ㆍ미래에셋 2호스팩 등 4개만이 합병 대상을 찾았다. 4월 28일 상장한 KB스팩 2호는 보안솔루션업체 케이사인과 합병, 11월 11일 거래소에 상장했다.

7월 23일 상장한 미래에셋 2호스팩(합병 대상:콜마비앤에이치)는 현재 거래소 승인을 받고 합병을 앞두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내년 1월 25일 합병을 완료한 후 2월 3일 상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상레저용 보트제조업체인 우성아이비(하나머스트스팩ㆍ10월 7일 상장)와 대기정화업체 나노(유진스팩 1호ㆍ5월 8일 상장)는 거래소에 합병청구서를 제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10개 스팩은 아직 합병 대상을 찾지 못했다.

14개 중 4개 스팩, 합병 대상 찾아

스팩 1기로 불리는 2010년~2013년을 보면, 22개 스팩이 상장했고 이중 10개가 합병에 성공했다. 성공률이 5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스팩은 모두 상장폐지됐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규제가 완화됐고, 스팩을 바라보는 투자자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합병 대상기업을 찾는 게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 요인은 국내 투자 형태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IB업계 한 전문가는 이렇게 꼬집었다. “국내 M&A 시장은 단순하다. 인기가 있는 산업을 따라간다. 스팩의 경영진과 담당 증권사가 자동차ㆍITㆍ게임ㆍ부품소재ㆍ그린 에너지 등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붐’이 일어나는 업종만을 바라보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M&A 전문가도 “매물로 좋은 기업이 잘 나오지 않고, 나온다고 해도 업종이 제한돼 있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A에 성공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부실기업과 M&A하면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떨어지고,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패턴은 다음과 같다. “스팩이 상장하고, M&A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들썩인다. 주가는 한동안 상승세를 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거품이 사라지면 주가는 다시 하락한다. 상장 공모가보다 떨어진다.”

 
실제로 2010~2014년 11월 24일 합병에 성공한 11개 스팩을 보면, 5개 회사의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하락했다. 2012년 4월 12일 합병한 자동차 변속기 제조업체인 삼기오토모티브의 주가는 2014년 11월 24일 기준 공모가(6000원)에 비해 35% 떨어졌다. 서진오토모티브(2012년 4월 19일ㆍ합병)의 주가 역시 10% 하락했고, 자동차 새시 제조업체 화신정공(2011년 8월 17일ㆍ합병)은 32%, 진공증착장비 개발업체 한일진공기계(2013년 9월 24일ㆍ합병)는 54%, 보안솔루션 업체 케이사인(2014년 11월 11일ㆍ합병)은 9% 하락했다.

반면 자전거 생산업체 알톤스포츠(2011년 8월 26일ㆍ합병), 자동차 연료시스템 제작업체 코리아에프티(2012년 3월 2일ㆍ합병),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제조업체 하이비젼시스템(212년 2월 14일ㆍ합병),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선데이토즈(2013년 11월 5일ㆍ합병), 인공눈물 제조업체 디에이치피코리아(2013년 11월 29일ㆍ합병),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알서포트(2014년 1월 7일ㆍ합병) 등 6개 스팩은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상승했다. M&A 이후 어떤 밑그림을 그려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M&A 이후 알찬 성장이 변수

이승훈 한국벤처투자 투자운용본부장은 “스팩을 통해 상장하는 회사는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하나는 능력과 기술은 뛰어난데 상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기업이다. 둘째 유형은 사업이 피크에 올라간 회사다. 과일과 비교하면 익을 데로 익은 기업이다. 반대로 더 이상 익을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두 회사 중 후자를 선택한다.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재의 재무상태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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