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펀드의 경제학

▲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솟아날 구멍은 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려는 정부의 노력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부동산 시장은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완전히 잃게 되는 걸까. 아니다. 아직은 투자할 곳이 남아 있다. 그건 바로 NPL(Non Performing Loan)펀드다.

대한민국의 저성장은 어제오늘 갑자기 튀어나온 얘기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일이다. 더구나 이제는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디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성장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고속성장 시절에는 물가가 꾸준히 올라도 그만큼 자산가치가 오르고 급여도 올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과거 인플레이션 시대의 대출은 대체로 자산 가격 상승(부동산 투자나 주식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시대의 대출은 가계경제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통화량은 줄고, 물가는 떨어지며, 경제활동은 침체된다. 문제는 디플레이션 시대에는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는 거다. 결국 물가가 오르거나 통화량이 늘어날 동력도 사라져 늪에 빠져버리는 거다. 그게 바로 저성장이다.

사실 ‘성장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주된 경쟁력이었던 자동차ㆍ통신ㆍ조선과 같은 산업들을 이제 중국에 상당 부분 내준 상황이다. 때문에 장기적인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기도 매우 힘들다. 그나마 내수시장이라도 크면 돌파구가 생길 수 있겠지만, 우리보다 2배 이상 인구가 많은 일본조차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런 상황이 벌써 30년여년째 계속되고 있다. 내수시장을 키운다고 해도 힘들단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한번 보자. 저성장 국면인데다가 소득은 줄고, 세금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정부로선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가 만만치 않아서다.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건강보험료(지역보험 가입자의 경우 땅을 매입하면 건강보험료 증가), 관리비 등이 모두 국민자산의 70%에 해당하는 부동산에서 발생한다. 말하자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거다. 더구나 정부는 세금을 올리면 올렸지 절대 내리지 않는다. 정부가 은행 예금의 이자소득세 인상과 비과세혜택 폐지 등으로 금융권으로부터 걷을 수 있는 세금을 늘리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끝없이 힘을 보탤 수는 없다. 한계가 있어서다. 게다가 정부의 노력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들이 더 많다. 노령화는 그 많은 악재 중 우리가 전혀 손쓸 수 없는 것이다.

저성장 늪에 빠진 부동산 시장

각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본격적인 노령화사회에 접어든다. 은퇴 후 생활자금을 마련하려는 이들은 주택매매에 나설 것이고, 그 자녀 세대들은 쏟아져 나오는 주택들을 소화할 여력이 없다.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부족할 거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매물들을 살 여력이 있는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을 싼 값에 사들이고, 이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내놓는다는 거다.

실제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그랬다. 자본이 많은 기업으로선 꽤 괜찮은 투자처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형마트의 출현으로 동네 슈퍼마켓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월세수입을 받아 생활하던 많은 국민들은 저가 공세로 임대주택을 내놓는 대기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다. 그리고 이런 조짐은 이미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이 피할 수 없고, 시장이 다시 되살아날 조짐도 없다는 거다. 

그럼 이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도 끝난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사실 부자들은 남들이 다하는 투자처를 선택하지 않는다. 남들이 하지 않는 곳에 기회가 있고 돈이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투자 핵심은 바로 남들이 하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걸 지향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저금리에 쫓겨 은행에 적힌 금리만을 바라볼 게 아니다. 경제흐름 속에 돈이 될 수 있는 이러한 블루오션을 찾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

무너져가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다. 돌파구는 바로 NPL(Non Performing Loan)펀드다. 이 펀드는 헐값으로 나온 부동산 매물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다. 시장에서는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펀드이기도 하다. 수익구조는 이렇다. 은행에 대출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맡겼다고 치자. 개중에 누군가는 대출상환이 연체돼 부동산이 은행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런 부동산은 대내외적으로 은행이 자산건전성 평가를 받을 때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한마디로 부실채권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투자회사는 저렴한 가격에 은행으로부터 연체부동산을 구입하고 이를 좀 더 높은 금액으로 경매에 넘겨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더구나 NPL 물건은 하루가 다르게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부동산 시장 돌파구는 NPL펀드

특히 NPL펀드는 확정수익을 지급하는 펀드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한 매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확정수익을 지급하는 NPL펀드의 설정액은 다른 부동산펀드의 설정액이 하락하는 것과 반대로 유일하게 꾸준히 상승 중에 있다. 이유는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기댄 펀드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NPL펀드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하락과 거래 침체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을 대체할 만하고, 담보가 있어 원금 손실도 없다. 게다가 확정수익을 지급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했을 때 NPL펀드는 충분히 대안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있는 셈이다. 
주효앙 모네타 재무컨설턴트 joohyo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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