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어 신세계 맥주시장 출사표

유통업체가 맥주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에 이어 신세계까지 수제맥주를 들고 맥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이들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오비맥주ㆍ하이트진로의 양강구도를 위협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유통공룡이 불어일으킨 ‘거품전쟁’을 살펴봤다.

▲ 국내 맥주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근 몇년 사이 맥주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맥주시장 점유율이 20%가 채 안 되는 올몰트 맥주시장만 봐도 그렇다. 2011년 오비맥주는 OB골든라거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의 올몰트 맥주 ‘맥스’의 대항마 격이었다. 올몰트 맥주는 맥주 3대 원료인 맥아ㆍ홉ㆍ물 이외에 다른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100% 보리맥주다. OB골든라거 출시 당시 소비자 반응은 드라마틱했다. OB골든라거는 출시 200일 만에 판매량 1억병을 돌파, 422일 만에 2억병을 판매하며 가파른 성장을 거듭했다.

그런데 올 11월 오비맥주는 OB골든라거 생산을 중단하고 또 다른 올몰트 맥주인 ‘더 프리미어 OB’를 내놨다. 독일산 고급 홉을 사용하고 장기숙성공법으로 제조해 맛이 더 깊고 좋아졌다는 게 오비맥주의 자평이다. 그런데 가격은 OB골든라거와 동일하다. 여기에는 몇가지 복잡한 이유가 얽혀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여름 식품용 가성소다 희석액이 섞인 OB골든라거 제품을 자진 회수했다. 이 사건 이후 소비자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OB골든라거의 마케팅을 멈추다시피 했다.

일반적으로 주류 판매는 판촉과 마케팅 활동이 중요하다. OB골든라거가 초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시들해진 이유 중 하나다. 이유는 또 있다. 올 여름 오비맥주는 산화취(식품이 산화되면서 발생하는 냄새) 이슈로 구설에 올랐다. 카스 제품과 일부 OB골든라거에 산화취 현상이 발생했다. 산화취 현상은 무더위 속 맥주가 직사광선에 장기간 노출된 상태에서 유통되면 발생한다. 업계에서 여름이면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월드컵 특수’를 노린 오비맥주가 생산량을 늘리고 ‘예상 외로 일찍 찾아온 더위’ 탓에 문제가 커졌다. SNS를 통해 이슈가 빠르게 확산됐고, OB골든라거의 인기가 또 다시 한풀 꺾였다. 한편에선 롯데의 클라우드를 지나치게 의식해 내놓은 제품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클라우드가 OB골든라거와 같은 올몰트 맥주라서다. 실제 롯데의 ‘클라우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4월 출시했는데 6개월 만에 3000만병이 팔렸다. 과거 OB골든라거의 성과와 비교하면 미비하지만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인기에 힘입어 롯데는 클라우드 생산시설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생산량 5만kL수준으로 시작해 연말에는 연 생산량 10만kL, 2017년에는 40만kL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생산량인 5만kL는 현재 국내 맥주시장의 3% 수준에 불과하다. 2002년 국내에 최초 올몰트 맥주를 만든 하이트진로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이트진로는 올몰트 맥주인 ‘맥스’를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롯데 클라우드에 철옹성 흔들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 떠 신세계까지 가세했다. 11월 28일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뒤편에 1322㎡(약 400평) 규모의 수제 맥주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오픈하고 자체 생산 맥주를 판매를 시작했다. 주력 맥주는 에일맥주 20여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자가맥주 제조장비에 지난해 3억5100만원을 투자했고 올해에는 총 7억5100만원까지 투자할 예정이다.

자체 R&D센터를 두고 자가(Home Brewing) 맥주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소규모 양조장을 설립하는 데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자체 R&D센터까지 두고 맥주개발연구에 나선 만큼 신세계가 맥주시장 진출의 ‘초석’을 마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 4월부터 발효된 주세법 개정안은 신세계의 맥주시장 진출에 힘을 실어줬다. 기존 수제맥주 제조자는 맥주를 제조한 점포 안에서만 팔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수제맥주 제조자가 다른 맥주전문점이나 레스토랑 등에도 판매할 수 있다. 신세계푸드는 한식 뷔페 레스토랑 올반, 햄버거 전문점 자니로켓, 시푸드 뷔페 레스토랑 보노보노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제맥주라고 하더라도 캔이나 병입을 통해 주류도매상을 거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으로의 유통이 가능하다. 신세계는 “자체 레스토랑에서만 맥주를 유통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언제 어떻게 자체 유통채널에 맥주를 납품할 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에 롯데ㆍ신세계의 움직임은 달갑지 않다. 특히 자본력을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롯데는 무서운 경쟁상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롯데는 마트, 백화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두렵다”며 “이런 유통채널을 활용해 진열 등 부문에서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롯데라는 경쟁사가 위협적인 존재인 건 맞다”며 “하지만 지금 같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현재 롯데는 클라우드 한개 브랜드에 집중 투자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하나로는 한계가 있다. 올몰트 맥주시장이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전체 맥주시장 중 올몰트맥주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도 못 미친다. 맥주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이트진로의 맥스가 8%, 오비맥주의 OB골든라거 5%, 클라우드가 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 클라우드 돌풍이 과장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단발성 론칭’이 초반상승세를 주도했을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가 자금력을 앞세워 전지현을 간판모델로 내세우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어서다. 신세계 역시 쉽지 않은 길을 걸을 것 같다. 신세계가 주력으로 판매할 에일맥주가 국내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다.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 맥주라는 얘기다.

 
신세계 수제맥주 가능성 있을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신세계는 레스토랑에 자사 맥주를 공급하는 특화된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맥주를 공급하는 레스토랑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국내 회식문화는 청량감이 좋은 라거맥주를 즐기는 문화”라며 “에일맥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 역시 “자체 레스토랑에 단계적으로 공급할 순 있다”며 “하지만 맥주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못 박았다.

하지만 신세계가 언제 어떻게 대규모 공장을 세우고 맥주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지 알 수 없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맥주공장까지 보유한 롯데가 어떤 신제품을 들고 시장에 나설 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게다. 벌써 전열을 가다듬고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리뉴얼을 단행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서다. 맥주시장이 갈수록 핫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