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가별 투자포인트

▲ 미국의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모든 국가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는 않다.[사진=뉴시스]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그럼 세계 경제도 회복되고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지역별 혹은 국가별로 차이가 많아서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미국ㆍ스페인ㆍ인도ㆍ멕시코의 경기회복세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심(USIM)’에 투자 포인트를 맞추라는 조언이다.

2015년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경제성장 전망치가 상향조정된 지역이 있다. 선진국에선 미국, 유로존에선 스페인, 주요 신흥국에선 멕시코와 인도 등이다.

이들 국가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성장세가 일정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ㆍ기업ㆍ금융 할 것 없이 대규모 디레버리징(Deleveragingㆍ부채 정리) 작업을 통해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성장을 위한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얘기다. 또 하이일드 시장과 레버리지론,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중견 이하 기업에 전파될 수 있는 발달된 금융시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자금들이 AA급 우량기업으로만 몰리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는 투기등급을 비롯한 중소기업들도 풍부한 유동성 혜택을 볼 수 있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들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2015년 세계시장이 부침을 겪겠지만 미국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탄탄한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미국의 모든 산업부문의 성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최근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에너지 부문 약세가 눈에 띈다. 11월 중순 S&P500의 연간 누적수익률이 10.3%를 기록했을 때, 에너지 부문이 4.1%의 누적 손실을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유가 약세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이고,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기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에너지 부문의 비중이 전체 주식시장의 9%에 불과한 반면 유가의 하락으로 인해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는 기업들의 비중은 에너지 부문에 비해 훨씬 높다. 따라서 유가 약세가 미국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유가 약세로 인해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유럽 기업들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사례도 늘었다.

 
미국은 강세, 남미는 약세

2015년 글로벌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경우, 그것이 미국의 경제회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요 경제지표들이 빠르게 개선됐다는 건 확실하다. 때문에 내년에 미국의 금리인상, 신흥국과 유럽발 충격 들이 예상됨에도 미국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또 일본 연기금의 해외주식 매입, 달러의 점진적인 강세 등은 향후 미국주식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로 미국 달러의 강세가 빨라지면서 미국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수출비중이 10% 초반에 불과해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미국과 달리 남미 국가들의 증시는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유가 하락이다. 유가 하락이 미국의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남미 국가들은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고,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탓이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으며, 지역 통화 가치도 평가절하됐다. 장기적으로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들을 감안하면 남미 국가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성장 전망치가 상향조정된 국가들의 또 다른 특징은 강력한 구조개혁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단위노동비용을 낮춘 스페인은 회복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외치면서 구조개혁을 지연시킨 이탈리아보다 투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건 당연하다. 멕시코는 미국 경제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지만, 니에토 대통령의 3대 개혁(에너지ㆍ교육ㆍ세제)도 진행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올해 최고의 주가수익률을 보인 인도는 내년에도 모디 총리가 시장친화적 개혁을 계속할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 중에는 필리핀처럼 몇년 전부터 구조개혁을 통해 투자환경을 조성해온 국가들도 있다. 

구조개혁 힘든 러시아ㆍ브라질 피해야

반면 BRICs 국가 중 하나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던 브라질은 호세프 2기 정부 내각 인선이 지연되면서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더구나 호세프의 2기 정부는 출범하기도 전에 대통령 탄핵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2003년부터 7년간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를 이끌던 시기에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 스캔들과 관련해 이미 27건의 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구조개혁을 통한 투자환경 조성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 중국 증시는 악재가 많지만 정책적인 변화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사진=뉴시스]
러시아의 상황도 좋지 않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가 부담이다. 유가 하락과 루블화 약세까지 이어져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4391억 달러에 달하고 재정건전성도 양호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유가하락으로 재정수입이 감소할 수 있고, 그 결과 러시아 기업의 해외대출 재융자가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기업의 2015년 만기 해외대출금은 1000억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루블화 약세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한 정치ㆍ경제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는 증시 상승을 막는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10월 중국의 신규주택 가격은 70개 도시 중 67개 도시에서 하락(9월 69개)했다. 누적 주택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주택 재고처리를 위한 가격 조정 때문인데, 내년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11월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제조업 PMI는 기대치보다 낮은 50.0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처음 기준선(50)을 넘어선 6월 이후 최저치다. 신규 주문과 수출주문지수는 기준선을 넘어섰지만 생산지수(49.5)는 7월 이후 최저치다. 10월 사회융자총액은 6327억 위안 증가했다. 그러나 예상치(8875억 위안)는 밑돌았다. 부실채권을 우려한 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정책과 과도한 부채에 따른 기업들의 수요 위축에 따른 것이다.

최근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자 인민은행이 향후 예대율(은행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 계산방법 완화 등 통화정책 완화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한 건 긍정적이다. 실제로 11월 21일엔 500억 위안 규모의 단기 유동자금을 공급했다. 향후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행보에 따라 중국 증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진국의 경기가 잘 풀린다고 세계 경기가 탄력을 받는 시대가 아니다. 다양한 글로벌 증시가 내부 이슈에 따라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세계 경제의 부침에 영향을 덜 받는 지역, 튼실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지역, 시장의 바람대로 강력한 구조개혁이 기대되는 국가들을 눈여겨보고, 투자 전략을 짜는 게 현명할 듯하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louis.shin@wooriwm.com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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