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배의 音樂別曲

▲ 요즘은 음악을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사진=소니코리아 제공]

시간이 흘러 음악의 정의가 ‘듣고 보는 것’으로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볼거리로 화제가 된 음악을 유튜브나 공연 동영상으로 보기보다 눈을 감고 소리의 움직임을 느껴보길 권한다. 어떤 악기를 사용했는지, 음악의 흐름은 어떤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지를 음미하면 잔잔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취미가 뭐예요?” 사람들이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 ‘취미’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거다. 그런데 답변이 대동소이하다. “네! 음악감상입니다.” 이런 대화는 10년 전만 해도 수학공식처럼 오갔지만 지금은 쉽게 듣기 힘든 ‘추억의 대화’가 됐다. IT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든 시각적 콘텐트를 접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음악이 귀로 듣고 감상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즐기는 문화가 돼버린 것 같다.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인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행위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물론 눈을 감고 음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사람 대부분이 40대 이상이라는 거다. 앞서 언급한 취미 관련 질문과 대답을 공식처럼 사용했던 세대라는 얘기다. 이들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음미할 줄 아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현상은 음악을 접하는 도구가 라디오ㆍ카세트ㆍ전축에서 TVㆍ컴퓨터ㆍ모바일기기 등으로 바뀌면서 발생했다. 시각적인 자극을 받고 자란 세대에게 음악이라는 청각적인 자극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음악인들은 뮤직 비디오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우려되는 점은 더 큰 시각적 자극을 주기 위해 갈수록 선정적인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 볼거리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그 볼거리가 주인공이 되는 주객전도主客顚倒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볼거리가 없는 음악은 TV와 같은 대중매체에서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음악을 들어봤는지 혹은 그 음악이 좋은지 나쁜지를 이야기하기보다 “그거 봤어”라는 질문을 더 많이 주고받고 있다. 이런 시각적 자극에 길들여진 대중은 영상이 없는 음악을 듣기 힘들어한다. 귀로 음악을 듣는 만큼 눈도 어떤 자극을 원하고 있다.

음악은 보는 것 아닌 듣는 것

예전에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저 잘 짜인 이야기를 보는 것에 만족하고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음악은 이제 배경음악이나 교육용 교재로 더 많이 활용된다. 방송사의 대중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누가 더 섹시한 춤을 잘 추는지 겨루는 무대가 됐다.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음악이 아닌 웃음과 독설로 생존하고 있다. 물론 전문 음악 감상 채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각적 자극이 부족해 시청률은 저조하기만 하다. 음향의 질보다는 화면을 중요시해 들리는 소리의 질도 떨어진다. 음악의 질이 떨어지면 대중은 음악이 별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음악의 정의가 ‘듣고 보는 것’으로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현실은 보는 것이 듣는 것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볼거리로 화제가 된 음악을 유튜브나 공연 동영상으로 보기보다 눈을 감고 소리의 움직임을 느껴보길 권한다. 어떤 악기를 사용했는지, 음악의 흐름은 어떤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지를 음미하면 시각적인 자극에 잊고 있던 숨은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즐길 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어떤 것이 좋은 소리인지 나쁜 소리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과연 음악을 듣고 있는지 보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음악이 볼거리를 위한 배경음악으로 치부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음악은 자체로 감상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jazzinb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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